"SK, 최태원에 실트론 지분 인수기회 양보"…과징금 총 16억원(종합)

입력 2021-12-22 16:11  

"SK, 최태원에 실트론 지분 인수기회 양보"…과징금 총 16억원(종합)
최 회장이 인수 의사 보이자 SK는 합리적 검토 없이 입찰 참여 포기
공정위, 조사 3년 만에 위법성 결론…선례 없어 검찰 고발 면해
SK "납득하기 어려운 제재에 유감, 필요한 조치 강구"…법적 대응 시사



(세종=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SK실트론 지분을 인수한 것은 지주회사 SK㈜의 사업기회를 가로챈 것이라고 결론 내리고, SK㈜와 최 회장에게 과징금 각 8억원씩 총 16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2018년 조사에 착수한 지 3년 만에 내린 결론으로, 총수가 계열사의 사업 기회를 이용한 행위를 제재한 첫 사례다.
다만 선례가 없어 검찰 고발 조치가 빠졌고, 과징금 수준도 낮아 '봐주기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SK는 제재 결과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며 법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 실트론 29.4% 지분 인수 기회는 SK의 '사업기회'
공정위는 최 회장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한 SK와 이를 받은 최 회장에게 향후 위반행위 금지명령과 과징금 8억원을 각각 부과한다고 22일 밝혔다.
최 회장이 비서실에 검토를 지시하며 실트론 잔여지분 인수 의사를 표시하자 SK는 자신의 사업기회를 합리적 검토 없이 양보했고, 결국 최 회장에게 부당한 이익이 돌아갔다는 게 실트론 사건에 대한 공정위의 결론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SK는 반도체 소재산업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2017년 1월 ㈜LG가 갖고 있던 실트론(반도체 웨이퍼 생산업체)의 주식 51%를 인수했다.
이후 SK는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고 유력한 2대 주주가 출현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실트론 지분 추가 인수를 고민했고, 그해 4월 잔여 지분 49% 가운데 KTB PE가 가진 19.6%를 추가로 매입했다.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나머지 29.4%는 SK가 아닌 최 회장이 매각 입찰에 참여해 단독 적격투자자로 선정된 후 그해 8월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으로 사들였다.
공정위는 최 회장이 가져간 '실트론 지분 29.4%를 취득할 수 있는 기회'는 SK에 상당한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기회'였다고 판단했다.
실제 SK는 2016년 12월 경영권 인수 검토 당시 실트론 기업가치가 1조1천억원에서 2020년 3조3천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고, SK하이닉스로의 판매량 증대와 중국 사업 확장 등으로 실트론의 가치증대(Value-Up)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
내부적으로도 잔여 주식 취득을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 SK, 최 회장 인수 의사 밝히자 합리적 검토 없이 입찰 참여 포기
그러나 SK는 2017년 4월 14일 최 회장이 내부 검토 지시를 통해 실트론 지분 인수 의사를 밝힌 후 돌연 자신의 잔여 주식 취득 기회를 포기했다.
장동현 SK 대표이사는 SK의 잔여 주식 취득 의사를 묻는 최 회장의 질문에 인수 여부를 검토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인수할 의사가 없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최 회장의 개인적 지분 인수를 돕기 위해 SK 임직원도 동원됐다. SK는 실트론 실사 요청 등을 거절하는 방법으로 '경쟁자'들의 입찰 참여도 어렵게 했다.
회사의 사업기회를 대표이사이자 지배주주가 가져가게 되는 '이익충돌' 상황이었으나 SK는 이사회 승인 등 상법상 의사결정 절차도 준수하지 않았다.
최 회장이 실트론 잔여 지분 입찰 참여 후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에 2차례 보고하긴 했으나, 이 절차는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형태여서 이사회 승인과는 다르다고 공정위는 지적했다.
SK의 사업기회 포기는 최 회장 지배력 아래에 있는 장 대표이사의 결정만으로 이뤄졌고, SK는 이 과정에서 사업기회 취득에 따른 추가 이익 등도 검토하지 않았다.
상·증세법에 따를 경우 최 회장이 취득한 실트론 주식 가치는 2017년 대비 2020년 말 기준으로 약 1천967억원이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SK가 밀어준 사업기회로 최 회장은 2천억원에 가까운 부당 이익을 챙길 수 있게 된 셈이다.



◇ 조사 3년 만에 위법성 결론…선례 없어 검찰 고발 면해
이 사건은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가 2017년 11월 이 사안이 총수 일가 사익편취에 해당한다며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공정위는 이듬해 조사에 착수해 3년 만에 위법성이 인정된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가 '지배주주의 사업기회 이용'에 제재를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재벌기업에 대해 주로 제재했던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와 달리 이번 사건은 계열사가 총수에게 직접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행위를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공정위는 강조했다.
다만 공정위 심사관이 요청한 검찰 고발 조치가 빠지고 과징금도 적은 수준이라 '봐주기'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원회의 위원들은 절차 위반에 기인한 것으로 위반행위 정도가 중대·명백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최 회장이 SK에 사업 기회를 제공하도록 지시했다는 사실을 직접 증명할 증거가 없는 점, 법원과 공정위 선례가 없고 사실상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명확한 법 위반 인식을 하고 행해진 행위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고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과징금의 경우 사업기회를 받은 객체의 관련 매출액 등의 산정이 어려워 '정액 과징금'으로 결정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거래법은 매출액이 없는 경우 20억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한다.
다만 중대성이 약한 위반 행위로 평가돼 20억원의 40%인 8억원 부과가 결정됐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내고 "심각한 불법행위에 대해 이처럼 관대한 처분이 내려진다면 사익편취 규제의 취지 자체가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공정위가 최 회장 고발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사실상 봐주기 제재"라고 비판했다.
SK 측은 입장문에서 "충실하게 소명했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제재 결정이 내려진 데 대해 유감"이라며 "의결서 세부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방침"이라고 밝혀 법적 대응 가능성을 내비쳤다.
bob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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