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자민당 강경파 압박에 결국 베이징 '외교 보이콧'(종합)

입력 2021-12-24 21:06  

기시다, 자민당 강경파 압박에 결국 베이징 '외교 보이콧'(종합)
아베와 회동한 다음 날 발표…조기 미일 정상회담 성사도 의식한 듯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고심 끝에 미국이 주도하는 베이징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사실상 동참한 데는 집권 자민당 내 강경파의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내년 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기시다 총리 입장에선 미국이 손짓하는 외교적 보이콧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내년 중·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앞두고 중국의 반발이 예상되는 외교 보이콧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올해 7~8월 개최된 도쿄 하계올림픽 때 체육부 장관에 해당하는 거우중원(苟仲文) 국가체육총국장을 파견한 중국 정부는 "중국은 이미 온 힘을 다해 일본의 도쿄올림픽 개최를 지지했다"며 "이제는 일본이 응당 갖춰야 할 기본적인 신의를 보여줄 차례"라며 일본 정부를 압박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달 초 미국이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한 이후 일본의 동참 여부에 대해 "적절한 시기에 우리의 외교 관점 등을 고려해 국익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겠다"는 말을 반복해왔다.
이에 자민당 내 강경파 의원들은 미국이 내세운 외교적 보이콧 명분이기도 한 중국 인권 문제 등을 이유로 외교적 보이콧을 결정하라고 압박해왔다.
우선 자민당 내 의원 그룹인 '일본의 존엄과 국익을 지키는 모임'이 지난 3일 총회 후 정부에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요구했다.
베이징올림픽에 정부 사절단을 파견하면 중국의 인권 탄압을 용인하는 것이 되며 국제사회에 잘못된 메시지를 준다는 것이 이유였다.
외교적 '매파'로 꼽히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정무조사회장도 14일 기시다 총리를 향해 정부 대표를 파견하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요구했다.
기시다 총리는 16일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서 "나 자신의 (베이징올림픽) 참석은 예정돼 있지 않다"고 밝히면서도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국익에 근거해 스스로 결정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며 판단을 유보했다.
기시다 총리는 임시 국회 폐회일인 21일 기자회견에서도 관련 질문에 "당분간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말하는데 그쳤다.

일본 정부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눈치를 살피는 사이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이 미국에 동참했고, 자민당 내 강경론도 커졌다.
23일 자민당 외교부회와 외교조사회 합동 회의에선 정부 관계자를 파견하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 표명을 요구하는 의견이 잇따라 나왔다.
극우 성향의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외교부회 회장은 회의 중 "자민당 간부들도 중국 인권 상황과 (일본에 대한) 주권 침해 등을 생각하면 정부 고위 관료의 파견은 있을 수 없다고 표명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의 양다리 외교라는 야유를 피하기 위해서도 빨리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외교부회와 외교조사회는 회의 후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상에게 외교적 보이콧의 조기 표명을 요구하는 문서를 제출했다.
같은 날 저녁 기시다 총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 중의원 의원회관에서 25분 동안 만나 일본 정부의 베이징올림픽 대응 문제 등을 놓고 의견교환을 했다.
아베 전 총리는 기시다 총리에게 외교적 보이콧을 조기에 표명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결국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24일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베이징올림픽에 "정부 대표단의 파견은 예정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도통신은 "인권 문제를 이유로 외교적 보이콧을 발표한 미국과 영국에 협조하는 자세를 보이는 형태"라고 분석했다.
미일 동맹을 외교의 기축으로 삼는 일본은 미국 주도의 외교적 보이콧을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지난 10월 취임한 기시다 총리는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미국 내 사정으로 방미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사실상의 외교적 보이콧 결정을 마냥 미루기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마쓰노 장관은 이날 '외교적 보이콧'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았고, "베이징 동계 대회가 올림픽·패럴림픽의 취지와 정신에 따라 평화의 축제가 되기를 기대한다"는 베이징올림픽의 성공을 바란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아울러 마쓰노 장관은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장, 야마시타 야스히로(山下泰裕) 일본올림픽위원회(JOC) 회장, 모리 가즈유키(森和之) 일본패럴림픽위원회(JPC) 위원장 등 3명이 베이징에 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각료인 올림픽상을 역임한 5선 참의원인 하시모토 위원장의 파견은 도쿄올림픽 때 장관급인 국가체육총국장을 파견한 중국을 배려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초 자민당 강경파 내에선 중량급 정치인인 하시토모 위원장의 파견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중국은 일본의 외교 보이콧 표명에 대해 직접적인 비난을 자제하며 절제된 반응을 보였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논평 요구에 "중국은 일본올림픽위원회 관련 인사와 일본 선수들이 중국에 와서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답했다.
중국의 절제된 반응도 향후 중일 관계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hoj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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