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 제재로 300년 만에 열린 비발디의 오페라

입력 2021-12-31 11:51  

가톨릭교회 제재로 300년 만에 열린 비발디의 오페라
이탈리아 페레라에서 '일파르나체' 공연
비발디, 미사집전·여자문제 등으로 공연 불발된 뒤 재정난 속 생마감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바로크 음악 거장 안토니오 비발디의 오페라 '일파르나체'가 그의 계획보다 300년이 흐른 뒤 이탈리아 북부 페라라에서 공연됐다.
그는 1739년 페레라에서 오페라의 초연을 하려 했지만 당시 추기경이 막아 불발됐고, 이후에도 이곳에선 오페라가 공연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드디어 페라라에서 오페라가 공연돼 로마 가톨릭과 비발디가 300년만에 화해했다고 30일(현지시간) AP통신이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전날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 페라라에서 비발디의 작품 일파르나체의 시사회가 열렸다.
이 작품은 기원전 47년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이끄는 로마군에 패한 폰투스 왕국의 왕 파르나케스 2세의 이야기를 다룬다.
당초 1739년 공연될 예정이었으나 1737년 당시 톰마소 루포 추기경이 사제였던 비발디가 미사를 집전하지 않고 가수 안나 지로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이유로 비발디가 들어오는 것을 금지하면서 불발됐다.
당시 비발디는 안나 지로 때문이 아니라 호흡기 질환에 오래 시달려 미사를 집전하지 못했다는 것이 음악계의 통설이다.
하지만 다소 악의적인 지로와의 불륜설은 비발디의 평판에 치명타를 입혔다.
또 공연이 취소되자 비발디는 재정적으로 큰 타격을 받기도 했다. 당시 비발디는 오페라 제작을 자비로 충당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그즈음 그의 작품의 인기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비발디는 빚을 지고 유럽을 떠돌다 1741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그는 사후 작품이 재평가받으면서 다시 명성을 얻게 된다.
신학자이자 역사학자인 마시모 파졸리는 "비발디가 여느 당대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당시 교황령이었던 페라라 등지보다 고향 베네치아에서 예술적 자유를 더 많이 누렸다"고 말했다.

그는 "비발디는 많은 것을 잘 해냈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바티칸이나 교회가 지배하는 문화에서 오는 억압을 피할 순 없었다"고 설명했다.
작곡가이자 안토니오비발디단체(IIAV) 일원인 페데리코 마리아 사르델리는 "그 사건 이후 비발디는 멀리서라도 오페라 제작에 참여하려 했었다"고 말했다. 무대와 가수의 가창 등에 대한 명확한 지시를 총보(오페라 전체 파트가 표시된 지휘자용 악보)에 남겼다는 것이다.
이때의 기록은 비발디 사후에 발견된 원고에도 남아있다. 이날 공연에 일종의 지침으로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날 시사회에서 사르델리는 동석한 잔카를로 페레고 페라라 대주교에게 총보 사본을 건네며 "이것으로써 분열을 치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페레고 대주교는 총보를 받으며 당시 루포 추기경이 사실보다는 소문에 근거를 두고 결정을 내렸다고 시인했다.
그는 "루포 추기경은 단지 공공도덕을 추구하려고 했다고 하지만 그 사건은 '말이 칼보다 더 치명적이다'라는 교훈을 준다"고 말했다.
1678년 태어난 비발디는 원래 신학을 공부해 사제가 됐으나 수도원 부속 고아원 음악원에 들어가 오케스트라 지도를 맡으면서 음악가로서 재능을 키웠다.
평생 40여곡의 오페라와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클래식인 '사계' 등 500여곡의 협주곡 등을 남겼다.
kit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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