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행정장관 선거 두달 앞인데 후보도 없어…'캐리람 회의론'도

입력 2022-01-08 07:00  

홍콩행정장관 선거 두달 앞인데 후보도 없어…'캐리람 회의론'도
"새 입법회에 관심 유도 전략"…"누가 나와도 오미크론 vs 델타 차이일 뿐"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의 행정 수반인 행정장관을 뽑는 선거가 불과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후보도 없는 초유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역대 홍콩의 행정장관은 중국 정부가 점찍은 인물이 당선됐기에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평가를 받아오긴 했지만, 선거가 90일도 안 남은 상황에서 후보조차 거론되지 않는 것은 전례가 없다고 홍콩 언론들은 지적한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유력 후보 중 한 명인 캐리 람(林鄭月娥) 현 홍콩 행정장관이 연임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1천448명 선거위원회가 3월 27일 간접선거로 선출
임기 5년의 홍콩 행정장관을 뽑는 선거는 오는 3월 27일 실시된다. 1천500명 정원(현재 1천448명)의 선거위원회(선거인단)가 뽑는 간접선거다.
출마 희망자는 선거위 위원 최소 188명으로부터 후보 추천을 받아야 한다. 동시에 해당 추천은 선거위 5개 직군별 각각 최소 15명으로부터 받아야 한다.
선거위는 크게 ▲ 공상(工商)·금융(金融)계 ▲ 전업(專業·전문직)계 ▲ 노공(勞工·노동)·사회복무(서비스)·종교계 ▲ 입법회 의원 등 정계 ▲ 전인대·정협 홍콩 대표단·전국성 단체 홍콩 대표계 등 5개 직군으로 나뉜다.
출마 희망자는 이어 정부 관리들로 구성된 공직 출마자 자격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지난해 중국이 기존 '홍콩인이 다스리는 홍콩'이 아닌,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을 기조로 홍콩 선거제를 전면 개편한 것은 홍콩 정계에서 반대파를 제거하고 궁극적으로 행정장관 선거를 매끄럽게 치르기 위함이다.
중국 정부는 앞서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서 범민주진영이 재계와 연대해 당시 입후보한 존 창 전 재무장관을 지지한 것에 당황하고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선거에서 중국 정부가 민 캐리 람 후보가 결국 당선되기는 했지만 재계가 가세한 '반란표'가 만만치 않았다.
중국 정부는 이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작은 분란도 사전에 제거하고자 홍콩의 선거제를 뜯어고쳐 야권은 어떤 공직선거든 출마 자체가 사실상 어렵게 만들어버렸다.
그 결과 지난해 9월 치러진 선거위 선거에서 자칭 중도파인 정당 '신사유'(新思維·Third Side)의 틱치연(狄志遠)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원 친중파가 당선됐다.
2017년에만 해도 당시 1천200명 정원의 선거위에서 민주진영이 300석 이상을 차지했던 것과 대비된다.

◇ 야권 전멸 속 후보 안갯속…람 장관 연임 회의론 나와
역대 홍콩 행정장관 선거를 돌아보면 이르면 6개월 전에서 3개월 전부터 후보가 결정되고 선거운동이 펼쳐졌다.
민주진영이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했던 2012년 선거에는 전년도 9월 말부터 후보들 간 경쟁이 시작됐다.
직전인 2017년 선거 때도 전년도 12월 존 창 당시 재무장관이 출마 선언을 했고, 이어 캐리 람 당시 정무부총리가 1월 12일 사임하고 바로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하지만 올해는 8일 현재 아무도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고, 선거 절차에 대한 공식 지침도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다.
연임을 노릴 것으로 보이는 람 장관도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민주진영의 선거 참여가 사실상 가로막혀 친중 진영 내 경쟁이 될 것으로 보이나 후보는 안갯속이다.
친중 진영에서는 중국 정부의 '언질'을 받아야 하는데, 람 장관은 지난달 말 업무보고를 위해 찾은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아무런 신호를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홍콩 언론들은 일제히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재스퍼 창(曾鈺成) 전 입법회 주석은 "베이징 방문 후 중앙 정부 반응에서 유추하면 람 장관의 연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고 성도일보가 지난 6일 보도했다.
창 주석은 그러면서 "중국 정부는 누구든 순종적이고 복종하는 인물을 물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 "새 입법회에 관심 유도 전략"…"친중 진영 내 경쟁 방지 위해"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후보를 낙점하지 않는 데 대해 이번 홍콩 입법회 선거와 행정장관 선거의 간격이 3개월에 불과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통상 홍콩에서는 입법회 선거가 9월에 실시됐다. 그러나 당국이 코로나19를 이유로 2020년 9월 예정됐던 선거를 1년 연기하고 또다시 3개월 연기하면서 이번 입법회 선거는 지난해 12월 19일 치러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친중 정치인은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 정부는 개조된 입법회에서 새로운 의원들이 이달 임기를 시작하면 어느 정도 대중의 관심을 받기를 원한다"며 "행정장관 선거가 조기에 시작되면 입법회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흐트러뜨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중 진영이 장악한 입법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중국이 일부러 행정장관 선거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쑹시오충 선전대 홍콩마카오 기본법연구센터 교수는 중국 정부가 후보 라인업으로 인해 홍콩 친중 진영 내 분란과 싸움이 일어나지 않도록 좀 더 지켜보고 있다고 봤다.
그는 "중국 정부로서는 너무 일찍 선호를 밝히지 않는 게 낫다"며 "이는 중국 정부가 선거를 통제하고 있다는 인식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선이 늦게 시작돼도 중국 정부로서는 손해 볼 게 없다고 부연했다.
공공부문 컨설턴트 앤디 호는 과거에는 민주 진영이 행정장관 선거를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를 전파하는 통로로 적극 활용했지만, 그들이 불참한 이번에는 더 이상 긴 선거 유세는 필요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누가 출마하든 그들은 매우 비슷한 정치적 비전을 가질 것이며 다툴 일이 별로 없을 것"이라며 "경쟁은 코로나 변이인 오미크론 대 델타와 같을 것"이라고 SCMP에 말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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