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빠지나…'급전세' 늘며 하락 거래 증가

입력 2022-01-09 10:10   수정 2022-01-09 11:13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빠지나…'급전세' 늘며 하락 거래 증가
수요 감소에 계약 만기 임박한 물건, 수천만원 낮춰 계약
전셋값 급등·대출 규제 등에 재계약 늘고 신규 수요는 억눌린 탓
약보합 전환 분위기속 일각선 4년치 인상 반영해 최고가 거래 '대조'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에 이어 전세 시장에서도 실거래 가격이 이전 거래에 비해 하락한 단지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대출 규제,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등으로 재계약은 늘고 평수를 넓히거나 거주지를 옮기려는 이동 수요는 급감하면서 '급전세' 계약이 증가한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이 일부 하락한 가운데 전셋값도 약세로 돌아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일부 단지와 주택형에 따라서는 역대 최고가 전세 거래도 성사돼 전월세 시장 불안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 신규 전세 계약, 종전 대비 하락 거래 늘어
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전세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최근 들어 신규 전세 계약으로 보이는 거래 중 종전 거래가격보다 신고금액이 하락한 경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2년 새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 2법' 시행으로 전셋값이 급등한 데다 금융당국이 전세자금 대출을 엄격하게 규제함에 따라 신규로 전세를 얻으려는 이동 수요가 줄어들면서 전세 물건이 적체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이 때문에 전세 계약 만기가 임박한 집주인 가운데 일부는 당초 내놨던 금액보다 낮춰 전세 계약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88㎡는 지난해 10월 최고 14억원짜리 전세계약이 2건 있었으나 12월 들어서는 최고가 거래금액이 13억원으로 낮아졌다.
잠실 리센츠 전용 59.99㎡도 지난해 8월 최고 11억8천만원까지 전세계약이 이뤄졌는데 9월 이후에는 10억원이 넘는 전세계약은 한 건도 없었고, 12월 들어서는 최고가 거래가 8억1천900만원으로 내려왔다.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2년 새 전세가 너무 오르다 보니 대부분 계약갱신청구권을 써 재계약을 하거나 인상된 전세 보증금만큼 월세로 전환하는 거래가 많다"며 "그간 전셋값을 지탱해준 전세자금 대출도 제약이 생기면서 신규 유입 수요가 감소했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43㎡도 지난해 10월 최고 11억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는데 12월 들어 최고 10억원에 1건이 거래된 것 외에는 대부분의 8억∼9억원대에 신규 거래가 이뤄졌다.
학군 수요가 많은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단지 일대도 마찬가지다.
신시가지 7단지 전용 66.6㎡는 지난해 11월 하순 8억7천만원까지 거래가 이뤄졌으나 12월 들어선 신규 계약금액이 8억원 정도로 내려왔고, 신시가지 3단지 전용 64.98㎡도 지난해 11월 7억5천만원까지 계약됐으나 지난달엔 최고 거래가가 7억2천만원으로 하락했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2단지 전용 84.6㎡는 지난해 9월 11억5천만원까지 전세 거래가 이뤄졌으나 지난달에는 10억5천만원으로 1억원 떨어진 금액에 계약이 이뤄졌다.
아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임대인 입장에서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의식해 일단 높은 시세 수준에 전세를 내놓지만 최근 전세 수요가 감소하면서 만기에 몰린 집주인들은 결국 가격을 낮춰 계약하고 있다"며 "올해 1∼2월에 전세 만기가 도래하는 물건 중에는 최고가 대비 1억∼1억5천만원 이상 호가를 낮춘 것들도 있다"고 말했다.
목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예년에 비해 신규 전세를 찾는 사람이 월등히 줄었다"며 "시세 자체가 하락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실제 거래는 그나마 급전세 수준으로 가격을 떨어뜨려야 수월히 이뤄진다"고 전했다.



◇ 전세 수급지수도 5주째 하락에 가격 안정 기대감…전문가 "속단은 일러"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예년에 비해 안정세를 보이는 것은 수급지수에서도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94.5로 5주 연속 기준선(100)을 밑돌아 수요보다 공급이 많았고, 지수 자체도 하락세다. 이는 2019년 9월 16일(92.2) 이후 약 2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아직 하락 지역은 없지만 지난해 9월 0.17%에서 지난주는 0.02%까지 상승률이 둔화돼 보합 전환이 임박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최근 매매 시장에서 하락 지역이 늘고 있는 것처럼 전셋값도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관측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일부 자금 사정에 여유가 있는 집주인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을 감안해 신규 전세계약시 4년치 인상분을 한꺼번에 반영하려고 가격을 올리는 경우도 여전해 아직 전셋값 안정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 잠실 리센츠 전용 84.99㎡는 지난해 11월 30일 역대 최고가인 17억원에 계약됐고,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59.98㎡도 지난해 11월 20일 역대 가장 높은 16억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특히 잠실 리센츠 전용 84.99㎡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신고된 전세 거래가격이 최저 8억4천만원부터 최고 17억원까지 2배 이상(8억6천만원) 벌어지는 등 적정 시세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격차가 크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대출 규제가 묶이고 전셋값이 너무 오르다 보니 세입자들이 비자발적으로 재계약을 하고 눌러앉는 경우가 많고, 집주인들도 갱신권이 종료되면 전셋값을 정상대로 올리려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올해 서울 아파트 신규 입주물량도 줄어드는데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전세물건이 본격적으로 나오는 하반기 이후에는 전셋값이 더 오를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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