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아닌 감옥생활 힘드네요"…봉쇄 20일째 중국 시안 한인

입력 2022-01-12 11:18  

"감옥 아닌 감옥생활 힘드네요"…봉쇄 20일째 중국 시안 한인
격리 장기화로 일부 교민, 우울증 초기 증세 호소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감옥 아닌 감옥생활이 언제 끝날지, 정말 힘드네요."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도시 전체가 봉쇄된 중국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에 사는 교민 김아름(39) 씨는 11일 저녁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시안 지역 교민단체 사무국장을 맡을 정도로 활동적인 김씨가 집안에 갇혀 지낸 지 이날로 20일째.
교민 3천여명이 사는 시안이 봉쇄된 것은 지난달 23일 0시부터다.
시안시는 인구 1천500만명에 달하는 시민들에게 불과 봉쇄 6시간 전에 봉쇄 사실을 전격 발표했다.
시내 슈퍼마켓과 상점 등은 말 그대로 난장판이 됐다.
각종 먹거리를 사러 온 사람들이었다.
김씨는 "도시가 봉쇄된다는 소식을 듣고 근처 슈퍼마켓에 갔는데, 이미 수십 명이 줄을 서 있었다"고 회상했다.
봉쇄 초기 프리랜서 기자 장쉐(張雪)는 중국 메신저 위챗(微信)에 먹거리를 구하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의 모습을 상세히 묘사한 '장안(長安·시안의 옛 명칭) 10일'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글은 중국 안팎에서 제2의 '우한 일기'로 주목을 받았으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중국 내 불만이 고조될 기미가 보이자 중국 당국이 글을 삭제했다.
장쉐의 묘사처럼 한때 먹거리가 없어 컵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이 적지 않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봉쇄에 적응하는 분위기다.
식당과 슈퍼마켓 등의 영업을 허락해 주민들은 배달을 통해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전화나 중국 메신저 웨이신(微信·위챗)으로 주문을 하면 아파트 단지 정문으로 물건을 배달하고, 방역 요원이 다시 아파트 1층 입구로 물건을 가져다 놓는 방식이다.
하루에 한 번씩 면봉으로 입안 깊숙이 찌르는 코로나19 검사도 이제 익숙해졌다.
그러나 하루 24시간 집에만 있어야 하는 생활은 익숙해지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고통이다.


김씨가 사는 아파트 단지는 확진자가 없어 단지 내 산책은 허용되지만, 산책이라도 할까 하면 '빨리 집으로 들어가라'는 일부 중국인들의 아우성에 이제는 그마저도 포기한 상태다.
그래도 김씨는 가족이 있어 외로움은 덜하다.
가족과 떨어져 '기러기 생활'을 하던 일부 교민은 계속된 봉쇄로 우울증 초기 증세를 보이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인사 발령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시안에서 홀로 생활하던 이민석(42·가명) 씨는 "시간이 이렇게 천천히 간다고 느낀 것은 태어나 처음"이라며 "작은 방에서 종일 혼자 있다 보면 '내가 왜 여기에 와서 이 고생을 하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 든다"고 말했다.
그는 "TV를 보는 즐거움은 하루 이틀이고, 출근하지 않는 기쁨도 일주일"이라며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하는 시간을 뺀 모든 순간이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경제적인 문제는 외로움, 답답함과 함께 교민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문제다.
시안에는 식당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 한국 기업 200여 개가 운영 중인데, 봉쇄와 관계없이 임대료와 중국인 직원 월급은 평소처럼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아름 씨는 "많은 교민이 직원 급여 문제를 걱정하는 데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직원 급여는 물론 임대료와 각종 공과금 등도 모두 개인이 떠안고 가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다만 시안의 상황이 빠르게 진정될 기미를 보이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한때 하루에 1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으나 최근에는 두 자릿수로 떨어졌다.
외교가에서는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는 봉쇄가 해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안 보건당국도 봉쇄 해제 조건으로 14일간 확진자·무증상 감염자 제로, 마지막 밀접 접촉자의 집중 격리 2주 초과 등을 제시하는 등 해제를 준비하고 있다. 시를 여러 거주지역으로 나눠 조건을 충족하는 거주지역에만 봉쇄를 해제하는 방식이다.
봉쇄 초기 생산라인을 축소했던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도 평소의 80%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시안총영사관 관계자는 "봉쇄 초기와 달리 식료품 구입 등은 큰 문제가 없지만, 봉쇄가 계속되면서 많은 교민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jk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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