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그룹-대우조선 합병 무산…EU 제동에 '빅2'로 재편 물건너가

입력 2022-01-13 21:37   수정 2022-01-13 21:38

현대重그룹-대우조선 합병 무산…EU 제동에 '빅2'로 재편 물건너가
EU, LNG선 독점 등으로 기업결합 불승인…합병 추진 3년 만에 좌초
단기 영향 적어도 장기 충격 불가피…한국 조선 경쟁력에도 악영향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유럽연합(EU)의 제동으로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009540]과 대우조선해양[042660]의 인수·합병(M&A)이 결국 무산됐다.
2019년 12월 두 기업의 결합 심사를 시작한 이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시간을 끌던 EU가 13일 끝내 불승인이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결국 두 기업의 M&A가 불발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 개선작업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고, 현재의 '빅3' 체제를 '빅2'로 개편해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국가 차원의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 LNG선 독점 때문이라지만…업계에선 "EU의 몽니에 3년 노력 물거품"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형성해 시장에서의 경쟁을 저해한다며 불허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2019년 12월 심사를 개시한 이래 2년 2개월만으로, 이로써 3년간 끌어온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M&A는 최종 무산됐다.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3월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현물출자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 본 계약은 유럽을 포함한 6개국으로부터의 기업결합 심사 완료를 인수의 선결 조건으로 내걸었다.
조선과 항공 등 다국적 기업은 M&A를 진행할 때 주요국 경쟁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조선 고객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유럽은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빠질 수 없는 지역이다.
EU 집행위는 기업결합 심사 개시 이후 코로나19 사태 등을 이유로 심사를 세 번이나 미뤘고, M&A의 최대 관건인 EU의 심사가 지연되면서 한국조선해양은 인수기한을 네 번이나 연기해야 했다.
그러던 중 EU 집행위는 지난해 11월 돌연 올해 1월 20일을 데드라인으로 심사를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심사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무조건 승인될 가능성이 크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이때는 한국조선해양이 심사를 요청한 6개국 중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중국으로부터 무조건 승인을 얻어낸 후라 이러한 전망에 더욱 힘이 실렸다. 남은 한국과 일본의 경쟁 당국도 EU의 결정을 따를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EU가 이날 불승인으로 결론을 내리면서 기대는 모두 물거품이 됐다.



EU가 두 기업의 합병을 반대하는 이유는 고부가치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의 독점 우려 때문이다.
유럽은 LNG선 선사들이 몰려있는 지역으로, 세계 1·2위 조선업체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가장 부담스러워한다. 두 기업 합병시 LNG선 시장점유율은 60%로 높아진다.
최근 LNG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3위의 LNG 수입국인 EU는 선박 가격 인상시 LNG 운임도 영향을 받아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앞서 두 기업의 결합을 승인한 싱가포르 경쟁당국이 "조선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은 시장지배력을 나타내지 않고, 독점 여부를 판단하려면 유효 경쟁자 존재 여부를 더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밝힌 만큼 결국 EU가 한국 조선업체를 견제하기 위해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또 EU가 앞서 승인을 조건으로 한국조선해양에 LNG선 사업부 일부 매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질 수도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EU가 결국 '몽니'를 부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호황 덕에 단기 영향 크지 않아…'빅2'로 재편은 무산
현재 조선업이 '슈퍼사이클' 도래로 호황을 맞고 있어 이번 M&A 불발이 두 회사의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당분간 크지 않을 전망이다.
먼저 인수 주체였던 한국조선해양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 유상증자에 참여해 투입하려고 했던 1조5천억원 가량의 자금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 입장에서는 이번 M&A를 위해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을 설립하는 등 전사적 노력을 쏟아 왔던 만큼 EU의 이번 결정에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EU를 상대로 법적조치를 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후판(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실적 악화로 부채비율이 지난해 3분기 297.3%까지 치솟았지만, 아직 2조5천억원 가량의 자본 여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호황 덕분에 지난해 수주목표 달성률이 141%를 기록하는 등 수주실적이 좋고, 내년 말이나 내후년부터 흑자도 기대된다.
이번 M&A를 '불공정 매각'이라고 주장하며 반대했던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은 이번 EU의 결정을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와 다르게 조선업 시황이 나빠질 경우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는 지금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또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부담도 추가됐다.
특히 EU가 독점을 이유로 기업결합을 불허한 만큼 다른 '빅3' 업체인 삼성중공업과의 합병도 불가능해져 조선 외의 다른 산업군으로 매각이 불가피해진 점도 악재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사업전략이나 과거 M&A를 토대로 포스코[005490], 한화, 효성[004800] 등을 잠재 인수 후보군으로 꼽고 있지만 대우조선해양의 규모가 워낙 커 매수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 무산으로 가장 타격을 받는 것은 한국 조선업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2019년 인수 본계약 당시 산업은행은 국내 조선사 간의 경쟁을 줄이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매각을 추진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의 빅3 체제에서는 국내 업체 간 출혈경쟁과 중복 투자, 저가 수주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 빅2로 재편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계획이었다.



현대중공업지주[267250]의 정기선 대표도 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2'에 참석해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은 단순히 기업 간 M&A가 아니라 조선산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 조선시장이 자국 업체 간의 합종연횡으로 규모를 키우는 흐름으로 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두 회사의 합병 무산은 장기적으로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국내 조선사 간의 경쟁과열과 저가 수주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viv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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