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반발에도 공정위 '불법 담합' 결론…해운법 개정 추진

입력 2022-01-18 14:14  

해운업계 반발에도 공정위 '불법 담합' 결론…해운법 개정 추진
업계, 8천억원 과징금 부과 심사관 의견에 무죄 주장…국회 찾아 읍소도
'의를 굽히지 않는다' 공정위원장, '화이부동'으로 담함 제재 의지 강조
1천 페이지 넘는 심사보고서, 업계 의견 청취…법에 '불법 공동행위' 구체화


(세종=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국내외 23개 해운사의 운임담합 행위에 대한 제재를 앞두고 해운업계가 극렬히 반발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결국 법에서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고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공정위는 폐해가 큰 정기선사들의 공동행위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 계획을 강조하면서도, 향후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불법적인 공동행위를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해운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 4년 전 목재협회 신고로 조사…국회까지 가세해 공정위 질타
18일 공정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2018년 9월 한국목재합판유통협회가 국내 해운사들이 동남아시아 항로 운임 가격을 일제히 올려 청구하는 등 담합이 의심된다며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1년 뒤 협회가 신고를 취하했지만, 공정위는 3차례 현장 조사를 벌인 끝에 국내외 23개사가 15년간 불법적으로 운임 담합을 해온 사실을 적발했다.
조사를 마친 공정위 심사관이 지난해 5월 선사들에 최대 8천억원(전체 매출액의 10% 적용 시)의 과징금 부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각 사에 발송하면서 해운사들은 극렬하게 반발했다.
자신들의 행위는 법적 요건을 충족하며, 공정위의 무리한 과징금 부과로 '제2의 한진해운 파산 사태'가 우려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해운업계는 공정위 제재를 막아달라고 국회를 찾아 읍소했고, 국회가 해운법 개정에 나서며 논란은 더욱 커졌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해운법에 따른 공동행위에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해운법 개정안을 추진했는데, 이번 사건 제재를 막기 위해 소급적용 조항을 넣으며 공정위를 강하게 압박했다.
농해수위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장에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을 불려다 놓고 "칼자루를 쥐었다고 조자룡 칼 휘두르듯 하고 있다", "공정위가 하는 일은 모두 정의냐"며 질타했다.
해양수산부도 선주들이 소비자인 화주들과 최초 합의한 것보다 오히려 더 낮은 운임으로 운영했기 때문에 담합이 아니라며 해운사들을 두둔했다.

◇ 공정위, 업계 의견 반영에 주력…'불법 공동행위' 구체화 추진
갈등이 계속되자 공정위는 '원칙대로 처리' 의지를 밝히면서도 심의 과정에 해운업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데 주력했다.
심사보고서가 1천100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방대한 만큼 효율적인 심의를 위해 사전에 선사 측과 두 차례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
지난 12일 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는 해양수산부, 해운협회, 해운 전문가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입장을 듣기도 했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건을 심의할 때 관계 부처 의견을 수렴하는 공식 절차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공정위 회의 운영 및 사건절차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다.
공정위는 경쟁 제한적 폐해가 큰 정기선사들의 공동행위에 대해 앞으로도 엄정한 법 집행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례적으로 이날 직접 브리핑에 나선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번 사건을 처리하면서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사자성어를 많이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화이부동은 남과 사이좋게 지내되 의를 굽혀 좇지는 아니한다는 뜻이다.
조 위원장은 "해운업의 특수성과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난 반경쟁적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해야 하는 경쟁 당국으로서 역할은 변할 수 없다"며 "앞으로도 해운 분야에서 불법적으로 이뤄지는 운임 담합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 집행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농해수위 요청에 따라 현재 농해수위에 계류된 해운법 개정안의 대안에 대해 해수부와 실무 협의를 진행했다고도 밝혔다.
선사들 입장에서도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도록 제재를 받게 되는 불법적인 공동행위를 구체화하는 것이 큰 틀에서 합의된 내용이다.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해운법상 절차와 내용(요건)을 거친 (공동행위의) 경우에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들어가는 식으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그렇게 (개정)되지 않을까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bob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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