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쿠데타 1년]① 유혈탄압 vs 무장투쟁…군정 돈줄 차단 주목

입력 2022-01-24 07:00   수정 2022-01-24 13:13

[미얀마쿠데타 1년]① 유혈탄압 vs 무장투쟁…군정 돈줄 차단 주목
아동 등 1천500명 사망, 시신 불태우기도…카렌족, 강 건너 태국 피란행렬
시위→시민불복종→무장투쟁 저항…유엔은 유명무실·아세안은 '흔들'
가스전 사업 토탈·셰브런 철수…돈줄 차단 제재시 군정 타격 첫 사례 될듯

[※ 편집자 주 = 오는 2월 1일로 미얀마 쿠데타 사태가 1년을 맞습니다. 연합뉴스는 미얀마의 지난 1년과 앞으로의 모습을 짚어보고 반군부 진영, 미얀마 전문가 그리고 태국 피란길에 오른 카렌족 난민의 목소리를 담은 기사 4건을 차례로 송고합니다. 또 미얀마 현지에서 고난의 1년을 살아온 시민 및 무장투쟁에 나선 젊은이의 이야기도 이튿날 송고합니다.]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미얀마 쿠데타가 내달 1일로 1년을 맞는다.
지난해 2월 1일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이끄는 미얀마 군부는 2020년 11월 총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면서, 총과 탱크를 앞세워 국민이 뽑은 정부로부터 정권을 찬탈했다.
군부의 총구 앞에 약 1천500명의 국민이 쓰러졌다. 코로나까지 겹치며 아시아 최빈국 국민의 삶은 더 피폐해졌다.
그러나 국민들은 굴복하지 않았다. 거리 시위와 시민불복종에 이어 무장 투쟁으로 저항의 강도를 높였다.
반면 국제사회는 무기력했다. 유엔은 중국·러시아의 '몽니'에 속수무책이었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이 늦게나마 압박 움직임을 보였지만, 친 군정 의장국 캄보디아의 일탈로 분열의 갈림길에 서 있다.
군정은 국제사회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반군부 진영도 무장투쟁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양측간 충돌은 더 격화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미얀마 군부의 '최대 돈줄'인 가스전 운영에 참여한 해외 기업 2곳이 철수를 전격 선언했다.
수익금의 군부 유입을 막을 '표적 제재'가 발동된다면 쿠데타 이후 군정에 타격을 가할 첫 사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 피로 점철된 1년…사망 약 1천500명에 구금 1만1천명 넘어
쿠데타 1년간 국민의 피가 곳곳에 뿌려졌다.
시위 도중 머리에 총탄을 맞은 20대 여성이 쿠데타 19일 만에 숨을 거둬 첫 희생자가 된 뒤, 군부의 무자비한 총격에 아동과 여성을 가리지 않고 희생자가 속출했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동부 카야주에서 아동 4명 등 민간인 최소 35명이 불에 탄 시신으로 발견돼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군부 폭력으로 숨진 이는 1천500명에 육박한다. 체포·구금된 이는 1만1천500명을 넘어섰다.
국민의 삶도 악화일로다. 세계은행은 2019년에 비해 빈곤 속에서 살아가는 미얀마 인구 비율이 올해에는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지난해 3월 전망했다.
쿠데타 사태 여파는 국경도 넘었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지난해 12월 자료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인접국 태국으로 건너가 체류 중인 피란민이 2천500명가량으로 집계됐다.
미얀마군 공세가 심해지면서 지난 13일 기준으로 4천700명 이상이 태국으로 넘어온 상태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전했다.



◇ 수치 100년형 목전?…문민정부 인사 '정치적 제거' 장기집권 획책
군정은 문민정부 인사들의 '정치적 제거'에도 주력했다.
쿠데타 당일 가택 연금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은 이미 징역 6년형이 선고됐다.
최장 징역 15년형이 가능한 부패 혐의도 여러 건 남아있어 징역 100년 이상이 선고될 수도 있다. 실제 징역 90년형을 선고받은 문민정부 인사도 나왔다.
수치 고문이 이끌던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체포된 의원 649명 중 4분의 3인 약 490명이 여전히 구금 중이라고 밝혔다.
오는 2023년 새 총선을 치르기 전 NLD를 해산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장기집권을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 1년 동안 '무릎 안 꿇은' 국민들…투쟁 강도 점차 세져
유혈 탄압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국민은 1년이 다 되도록 투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평화 시위와 SNS를 통한 군부 만행 고발은 시민불복종 운동(CDM)을 거쳐 시민방위군(PDF)의 무장 투쟁으로 이어졌다.
주류 버마족이 대다수인 PDF는 독립 이후 처음으로 국경 소수민족 무장조직들과 연대했다.
민주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는 지난해 12월부터 한 달간 PDF 및 소수민족 무장단체 공격으로 2천380명의 미얀마군이 사망하고, 600명가량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강력한 저항에 흘라잉 사령관은 지난해 6월 홍콩TV와 인터뷰에서 "저항이 이 정도일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제분쟁 전문연구기관인 국제위기그룹(ICG)의 선임 연구원인 리처드 호시는 연합뉴스에 "흘라잉 사령관 등 군 장성들은 기대했던 권력의 보상을 누리는 대신 커져만 가는 위기에 갇혀 있다"면서 "정권 생존을 확보하기 위해 극단적인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군정 '중·러'에 더욱 의존…유엔 '무기력', 아세안은 '분열상'
군부는 지난 1년간 국제사회 경고에는 귀를 닫았다. 대신 중국과 러시아로 더욱 기울었다.
쿠데타를 '내정 문제'로 규정한 중국은 꾸준히 군부와 접점을 이어갔다.
흘라잉 사령관은 쿠데타 4개월 만에 러시아를 직접 찾기도 했다.
중국·러시아와의 밀착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효과를 거뒀다. 군정 제재 방안은 상임이사국인 이들의 반대로 안보리를 통과하지 못했다.
아세안은 지난해 4월 특별정상회의에서 쿠데타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도출한 5개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10월 정상회의에 흘라잉 사령관 참석을 불허했다.
그러나 차기 의장국인 캄보디아가 미얀마의 참석을 공언했다. 훈센 총리는 이달 초 미얀마를 찾아 흘라잉 사령관도 만났다.
이에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가 공개적으로 반발하면서 아세안은 분열상을 보인다.
이양희 전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은 인터뷰에서 "지난 1년간 유엔, 특히 안보리는 직무유기 수준이다. 아세안 역시 예상은 했지만, 이빨 빠진 고양이와도 같았다"고 혹평했다.



◇ 올해도 충돌 격화 불 보듯…군부 돈줄 차단 '표적 제재' 발동될까?
군정과 민주진영간 '강 대 강' 대치는 계속될 전망이다.
서방 국가 발 제재가 아무 충격을 주지 못한 만큼, 군정은 밖으로는 중·러 의존에, 안으로는 반군부 진영 탄압에 더 집중할 걸로 보인다.
조 민 툰 군정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국제사회 압박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 진영은 국제사회 도움을 요청하면서도, 무장 투쟁에 더 힘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두와 라시 라 대통령 대행은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4개 부문에 투쟁을 집중하고 있다면서 첫 번째로 '무력 투쟁'을 꼽았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연합뉴스에 "양측간 더 큰 충돌이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국민 고통이 더 가중되고 더 많은 난민이 발생할 게 분명하다"고 전망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이를 막기 위해 무기 금수와 원유·가스전 수익금에 대한 제재를 시행할지는 국제사회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군부와 사업 중단을 요구받아온 프랑스와 미국의 거대 에너지 기업인 토탈과 셰브런이 지난 21일 전격적으로 가스전 사업 철수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최대 돈줄인 '가스전 수익금'이 군부로 흘러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표적 제재'가 프랑스나 미국 정부에 의해 이뤄질지 주목된다.
HRW에 따르면 국영 미얀마석유가스회사(MOGE)가 가스전 사업 수익금으로 받는 돈은 연간 약 10억 달러(약 1조2천억원)로, 가장 큰 외화 수입원이다.
표적 제재가 가해진다면 국제사회가 군정에 첫 타격을 입히는 사례가 될 수 있다.
HRW는 미국과 프랑스 정부에 원유·가스전 수익금 유입을 차단할 제재를 발동하라고 촉구했다.
sout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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