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그루지야 침공 때처럼…푸틴, 또 올림픽 기간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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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1-29 06:05  

2008년 그루지야 침공 때처럼…푸틴, 또 올림픽 기간 노리나

2008년 그루지야 침공 때처럼…푸틴, 또 올림픽 기간 노리나

조지아·우크라이나, 러시아와 나토 가입 놓고 갈등 '닮은 꼴'

"푸틴, 우크라 전쟁으로 시진핑의 '올림픽 드림' 부술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러시아가 14년 전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침공 때처럼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이 거론돼 관심이 쏠린다.



러시아는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막일이던 2008년 8월 8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등을 놓고 갈등을 빚던 조지아에 대한 대규모 군사작전을 개시해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조지아의 나토 가입을 좌절시키고 남오세티야의 독립을 이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또다시 전 세계의 이목이 올림픽에 쏠린 틈을 타 전격전을 펼칠지 주목된다.

◇ 푸틴, 올림픽 개막식서 부시에 조지아 침공 통보

푸틴은 제29회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막일인 2008년 8월 8일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 등 주요국 정상들과 함께 개막식 행사에 참석했다.

당시 푸틴은 대통령직에서 막 물러난 뒤 자신의 후계자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대통령 자리에 앉히고 본인은 실세 총리로 재직 중인 터였다.

개막식이 거의 끝나갈 무렵 푸틴은 자리에서 일어나 통역과 함께 부시에게 다가가 뭐라고 말을 건넸고, 부시의 놀란 표정이 카메라에 잡혔다. 러시아가 조지아에 대해 군사행동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푸틴에게서 들었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다음날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 명의로 "미국은 조지아의 영토 통합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말뿐이었다.



남오세티야를 침공한 조지아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전면적인 공격을 개시한 러시아는 압도적인 화력으로 순식간에 전세를 장악했다.

결국 전면전 발발 4일 만에 조지아가 러시아에 항복을 선언했고,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의 중재로 양측이 평화안에 합의했다.

전쟁 발발 전까지 친서방 노선의 조지아에 다양한 군사적 지원을 했던 미국과 나토는 정작 러시아가 조지아에 전면 공세를 펴자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애초 큰 군사력 차에도 미하일 사카슈빌리 조지아 대통령이 자칫 러시아의 반격을 부를 위험이 있는 남오세티야 침공을 감행한 것은 미국이란 뒷배를 믿었기 때문이었다.

또 푸틴의 외유(베이징 올림픽 참석)와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휴가라는 러시아 수뇌부의 공백을 노린 측면도 있었다.

당시만 해도 미국 등 서방에서는 지구촌 화합의 축제인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는 러시아와 조지아 양측 모두 전면적인 충돌은 피하려 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팽배했다.

이 때문에 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베이징에 와있던 푸틴이 전격적으로 군대를 움직여 남오세티야를 침공한 조지아에 대규모 공세를 감행한 것은 서방의 허를 찌른 것이었다.

푸틴이 올림픽 이벤트를 전후해 전격적인 군사작전을 감행한 사례는 또 있다.

2014년 3월 초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전격 침공해 결국 병합했던 것도 소치 동계올림픽이 폐막한 지 열흘도 지나기 전이었다.

그나마 자국에서 올림픽이 열렸기에 푸틴이 올림픽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군사작전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푸틴이 2014년에도 500억 달러(약 60조 원)를 쏟아부은 소치 올림픽이 폐막한 지 불과 며칠 뒤 크림반도를 침공한 전례가 있다며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으로 시진핑의 '올림픽 드림'을 부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베이징 동계올림픽, 러시아 군사계획에 영향줄 수 있어"

2008년 조지아 침공 때처럼 이번에도 다음달 4일 개막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어떤 식으로든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 계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서방 진영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26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지금부터 2월 중순 사이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베이징 올림픽이 우크라 침공 시점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셔먼 부장관은 "푸틴의 측근들조차 그가 뭘 할지 모른다"면서도 "미국은 지금부터 2월 중순 사이 푸틴이 군사력을 사용할 것이라는 모든 징후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2월 4일부터 20일까지 열리기 때문에 셔먼 부장관의 이런 발언은 푸틴이 올림픽 기간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올림픽 기간 러시아의 도발 가능성을 거론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23일 CBS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올림픽 시점이 푸틴 대통령의 계산에 영향을 주겠느냐. 러시아는 2008년 올림픽 중에 조지아를 침공했다'고 하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무엇이 이익인지에 기반한 푸틴 대통령의 계산에 따라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더라도 내달 초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 기간을 피해 밀착 행보를 보여온 중국을 지원 사격할 수 있다는 관측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셈이다.

미국 국무부 고위 관리들의 발언이 미묘한 온도 차를 보이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푸틴 대통령에게 '2022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는 침공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2일 익명의 중국 외교관 발언을 토대로 이 같은 시나리오를 보도하면서 "푸틴 대통령은 파트너의 이해관계도 고려해야 하고, 최대한 신중하게 행동하려 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블룸버그의 이런 보도가 "가짜 뉴스"라며 즉각 반발했지만, 푸틴이 항상 서방의 허를 찌르는 기습작전을 선호해온 점을 감안할 때 충분히 있을 법한 시나리오라는 지적도 나온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시 서방이 예고한 경제 제재에 맞대응하기 위해 천연가스 공급 중단 카드를 쓰려면 추운 겨울이 효과적이기 때문에 군사작전이 2월을 넘기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러시아 정치 전문가인 R폴리티크의 타탸나 스타노바야 대표는 블룸버그에 "이웃 나라 기분 좋아지라고 푸틴 대통령이 전략적 이득을 희생할 수는 없다"며 "푸틴이 미국과의 회담에서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다면, 중국이 어떤 요청을 하든 우크라이나에 쳐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passi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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