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광산, 태평양전쟁 때 조선인 2천명 강제동원 현장

입력 2022-01-28 17:39  

사도광산, 태평양전쟁 때 조선인 2천명 강제동원 현장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기로 방침을 굳힌 것으로 전해진 사도(佐渡) 광산은 태평양전쟁 때 2천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조선인이 강제 동원된 현장이다.
일본 정부가 28일 한국 정부의 반발에도 세계유산 등재 추천을 결정하면 2015년 일제 징용 현장인 군함도(일본명 하시마)가 포함된 '메이지 일본 산업혁명 유산'의 세계유산 등재 때와 마찬가지로 유네스코를 무대로 한일 역사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 에도시대 유명한 금 산출지…태평양전쟁 때 전쟁물자 생산
일본 니가타(新潟)현 사도섬에 있는 사도 광산은 에도(江戶) 시대(1603년~1867년)부터 금 생산지로 유명했던 곳이다.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17세기 사도 광산은 세계 최대 규모로 금이 산출됐던 광산이었다.
메이지(明治) 시대(1868~1912년)에는 기계화 시설이 도입돼 근대 광산으로 탈바꿈했다. 이어 태평양전쟁(1941~1945년) 기간에는 철과 아연 등 전쟁 물자를 확보하는 광산으로 활용됐다.
태평양전쟁 시기에 조선인이 사도 광산에 본격 동원됐다.
사도 광산에 동원된 조선인을 연구한 히로세 데이조(廣瀨貞三) 일본 후쿠오카(福岡)대 명예교수는 작년 10월 23일 공개한 자료에서 "적어도 2천명 정도의 조선인이 동원됐다"고 추정했다.
히로세 교수는 약 20년 전 자신이 발표한 논문에서 1940년 2월부터 1942년 3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1천5명의 조선인이 사도 광산에 동원됐다고 기술한 바 있다.
그는 사도 광산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히라이 에이치(平井榮一)의 논문을 새로 소개하면서 해당 논문에 "쇼와(昭和) 19년과 20년도(1944년 4월~1946년 3월)에는 조선인 노무자 증가 수가 514명에 달해 압도적(으로 많은 수의) 노동자였다"고 기술돼 있다고 전했다.
1천5명(히로세)에 514명(히라이)을 더하면 1천519명인데 여기에는 1942년 4월부터 1944년 3월까지 2년의 기간이 누락돼 있다.
히로세 교수는 1천519명을 3.5년(추정 평균 근무기간)으로 나누면 연평균 434명이고 누락된 2년 동안 868명이 신규 유입됐다고 상정하면 총 2천379명(연인원 기준)이 된다고 추정치를 산출했다.



◇ 차별 받으며 가혹한 환경에서 강제노역
당시 사도 광산에 동원된 조선인들은 가혹한 환경에서 일하면서 차별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히로세 교수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1943년 5월 현재 사도 광산에는 일본인 709명(54.8%), 조선인 584명(45.2%)이 근무하고 있었다.
'운반부'와 '착암(바위에 구멍을 뚫음)부' 등 갱도 내 위험한 작업에 조선인이 투입되는 비율이 높았다.
조선인 노무자 '모집' 당시 근로조건이 전달되지 않은 문제와 일본인의 조선인에 대한 차별이 원인이 돼 노동쟁의가 발생하기도 했다.
2010년 사도 광산이 세계유산 추천 잠정 목록에 포함될 때만 해도 메이지 시대 이후 시설이 포함됐지만, 니가타현과 사도시는 2019년부터는 일본 문화청에 제출한 사도 광산 세계유산 추천서에서 대상 기간을 에도 시대까지로 한정했다.
조선인 강제 동원 관련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사도 광산 주요 시설 메이지 시대 이후 모습
그러나 니가타현과 사도시가 작성한 '금을 중심으로 한 사도 광산 유산군' 소개 자료를 보면 아이카와 금은산 수직갱도(1877년·이하 완공연도), 아이카와 부유선광장(1938년), 오마항(1892년), 도지가와 제2발전소(1919년) 등 9개 소개 유적 중 4개가 메이지 시대 이후 완공됐다.
사도 광산을 대표하는 아이카와 금은산도 "(메이지 시대) 구미(歐美)에서 도입된 선진적 광업 기술로 인해 금은 생산량이 대폭 증가해 일본을 대표하는 근대적인 광산으로 거듭나게 됐다"고 소개했다.
연합뉴스가 지난 3~4일 사도 광산을 방문해 살펴본 결과, 눈에 보이는 시설은 대체로 메이지 시대 이후의 모습이었다.
이 때문에 일본 내에서도 에도 시대뿐만 아니라 메이지 시대와 태평양전쟁 시기까지 포함해 사도 광산의 역사 전체를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조선인 강제노역 피해 현장"이라며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hoj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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