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의 친구' 김인권 한센복지협회장 "사회적 편견 여전"

입력 2022-01-30 08:00  

'한센인의 친구' 김인권 한센복지협회장 "사회적 편견 여전"
1월 30일 '세계 한센인의 날'…현재 연 2∼3명꼴 드물게 발생
김 회장 "감염병 돌고 돌아…국가가 나서 균주 관리해야 대비 가능"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우리 한센 환자들은 어떻게 보면 죄다 내 친구들이거든요. 한 번 병이 나면 장애나 후유증이 오래가서 계속 환자로 남아서, 여전히 알고 지내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감염병이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김인권(70) 한국한센복지협회장(서울예스병원 원장)은 '잊혀가는 감염병'인 한센병 환자들에 대한 식지 않는 애정을 드러냈다.
연합뉴스는 30일 '세계 한센병의 날'(1월 마지막주 일요일)을 앞두고 지난 26일 김 회장을 만나 국내 한센병의 현황과 이 병에 대한 국가 주도 연구의 필요성 등에 대해 들어봤다.

◇ "나 말고 누가 한센환자 치료하나"…정형외과 전문성 살려
한센병은 나균에 의해 감염되는 만성 전염성 질환을 말한다. 병에 걸리면 바이러스가 피부, 말초신경계, 상기도의 점막을 침범해 조직을 변형시켜 피부 괴사를 유발한다.
대부분 환자는 이런 이유로 한평생 고립돼 살아간다. 국내에서는 전라남도 고흥군 소록도에 격리돼 치료를 받아왔다. 한때 국내 한센병 환자가 10만 명에 육박하기도 했다.
치료제가 널리 보급되고 개인위생 및 영양 상태가 개선되면서 현재는 국내에서 1년에 2∼3명 꼴로 드물게 발병하는 질환이 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한국을 한센병 완치 국가로 분류했다.
1951년생인 김인권 회장은 1980년에 정형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3년여간 국립소록도병원 외과에서 한센병 환자를 진료했다. 이후 20여년간 국내 최초 민간 한센병 전문 의료기관인 여수애양병원에서 근무해 한센병 분야 베테랑으로 꼽힌다.
한센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극심하던 시절에 힘든 길을 선택한 계기를 묻자 김 회장은 "세상에는 나처럼 괴상한 사람도 있다"며 웃었다.
그는 "한센병 환자들을 나 말고 누가 치료하냐는 사명감도 느꼈고, 마비가 온 손발 교정 수술을 많이 해본 덕에 결과적으로는 정형외과 의사로서 중요한 경험을 쌓게 됐다"고도 했다.
김 회장은 이런 경력을 살려 1980년대까지 한센병으로 골격이 틀어진 환자들과 소아마비 환자를 진료했다. 이들 환자가 줄어든 1990년대부터는 인공관절 수술을 전문으로 하면서 여수애양병원을 전국 최고 수준의 관절 수술 병원으로 끌어올렸다.


◇ "협회, 치료부터 연구까지 도맡아…마지막 한센병원 역할"
김 회장은 2019년 1월 한국한센복지협회 회장직에 올랐다. 협회는 사실상 국내 마지막 한센병원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한센 환자들의 복지 기관뿐 아니라 연구 기관 노릇까지 겸하고 있다.
대학병원에서 조직검사를 거쳐 나균이 발견되는 경우에도 치료를 할 수 있는 의료진이 없기 때문에 환자들은 모두 협회로 이송된다. 경기도 의왕시 협회 본부에는 지금도 환자 15명가량이 입원해있다.
협회는 한센병 회복자들의 사회 복귀와 재활 등 복지 행정에 집중하면서 균주 연구까지 수행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 연구를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스, 메르스 계열 코로나 바이러스가 갑자기 다시 퍼진 것처럼 나균도 언제든지 다시 유행할 수 있다"며 "그때 가서 우리가 확보한 균주가 없고 연구가 하나도 안 돼 있으면 병을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협회 운영의 애로사항으로 건물 부지 확보를 꼽았다. 본부가 위치한 땅의 임대 기간이 2025년까지여서 여러 차례 부지 이전을 검토했지만 주변 지역의 반대가 심해 번번이 실패했기 때분이다. 한센병 환자에 대한 반감이 많이 줄었다지만 사회적 편견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에 한센병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고, 균이 모양을 조금 바꿔서 또다시 유행할 우려는 얼마든지 있어 방심하고 있을 수는 없다"며 "국가의 한센병 치료와 환자 복지 기능을 최소한으로라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e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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