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올림픽' 내건 중국, 자연보호구역 중심에 스키장 건설"

입력 2022-01-29 16:37  

"'친환경 올림픽' 내건 중국, 자연보호구역 중심에 스키장 건설"
CNN "2015년 자연보호구역 경계 새로 설정, 스키장 부지 제외해"
올림픽 이후 스키 명소로 개발 예정…환경 생태계 파괴 우려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내달 4일 개막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역사상 가장 친환경적이고 깨끗한 대회로 치르겠다고 약속해온 중국이 대규모 스키 경기장을 자연보호구역 한가운데에 건설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미 CNN 방송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스키 경기가 열릴 국립 알파인 스키 센터는 베이징 시내에서 북쪽으로 약 90㎞ 떨어진 옌칭 북서부 샤오 하이퉈 산악 지대에 지어졌다.
중국은 이 스키센터가 풍력과 태양에너지 등 100% 신재생 에너지로 가동된다며 친환경 시설임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CNN은 스키센터가 들어선 지역이 1985년에 설립된 쑹산 자연보호구역의 핵심지역을 관통한다고 보도했다.
이 지역은 검독수리나 희귀 난초 같은 희귀 야생생물들이 사는 곳으로 중국 정부는 이전까지 승인받은 과학 연구를 제외하면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게 막았다.
하지만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유치하던 2015년 이 지역의 자연보호구역 경계를 다시 설정해 스키센터가 들어설 지역을 자연보호구역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건설지를 확보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15년 6월에 발표한 베이징의 동계올림픽 평가 보고서에서 스키장 건설 지역이 보호구역과 '인접'하지만 "같은 산악 생태계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지역의 스키 리조트 개발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하기 위한 완화 조치와 상당한 생태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중국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스키장을 건설하면서 야생동물 회랑과 600개 이상의 인공 둥지를 설치하고, 1만1천27개의 식물과 2만4천272그루의 나무를 이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디에도 스키센터 자리가 이전 쑹산 자연보호구역이었다고 밝히지 않았다.
중국의 환경운동가인 시 디안수오는 정부에 자연보호구역 경계를 바꾼 것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구했지만, 중국 정부는 "국가 기밀을 포함하고 있다"며 거부했다.

중국이 환경 운동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연보호구역 경계를 다시 그리면서까지 이곳에 스키장을 지은 것은 샤오 하이퉈 산이 베이징 내에서 유일하게 800m 이상의 수직 낙차가 있는 산이기 때문이다. 올림픽 활강 경기장은 800m 이상의 수직 낙차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환경 전문가들은 베이징 바로 옆인 허베이성에만 가도 올림픽 경기 기준에 맞는 스키장이 이미 건설돼 있는데 중국이 이를 활용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중국의 한 생태학자는 "허베이성에는 이미 많은 스키 리조트들이 있어 이곳에서 올림픽을 진행하면 자연보호구역을 전혀 손댈 필요가 없다"고 CNN에 말했다.
그런데도 새로 스키장을 건설한 것에 대해 그는 "베이징은 올림픽 이후에 발생할 겨울 스포츠 관련 수익이 허베이성으로 넘어가길 원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중국이 올림픽 이후에도 이 지역을 더 개발하려 한다는 점이다. 중국은 2024년까지 이곳을 세계적인 스키 명소로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스키 슬로프를 100헥타르(1헥타르=1만㎡)로 확장해 매년 5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환경 보호론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주변의 숲과 야생 생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서다. 특히 스키센터 주변에는 살쾡이 같은 희귀 야생 동물들이 번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전문가는 "자연보호구역은 생태계가 취약하기 때문에 정확히 보호돼야 한다"며 "스키장이 자연보호구역과 얼마나 가까운지를 고려할 때 많은 사람의 활동이 장기간 지속되면 지역 생태계에 큰 교란을 일으킬 수 있고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의 지리학자 카르멘 더 용 교수는 "높은 산의 고지대 부분이 파괴된다면 매우 민감한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저지대 부분에서 뭔가를 하려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IOC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옌칭 개발이 "베이징 교외의 시골 지역을 사계절 관광지로 변화시켜 이 지역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있다"며 중국이 탄소 중립 올림픽을 열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칭찬했다.

laecor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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