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그리스 농민들이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생산 비용 부담이 지속해서 늘고 있는데 정부 지원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것입니다.
급기야 농민들은 일터를 떠나 실력행사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지난 4일(현지시간)부터 그리스 중부 도시 라리사 인근 일부 고속도로 일부 구간을 막고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고속도로 양방향에는 이들이 끌고 나온 트랙터 수백 대가 1~3열로 늘어섰습니다.

시위가 열흘째를 맞은 13일(현지시간) 일부 농민은 항의의 표시로 우유를 도로에 쏟아붓기도 했습니다.
농민들은 연료비 절감을 위한 정부 보조금을 증액하고 원유·천연가스 수입 비용을 반영한 전기료 공급가 정책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위기 탓에 생산비가 최대 50% 상승해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손해가 날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입니다.

그리스는 전반적인 물가나 소득 수준과 비교해 기름값이 상당히 비싼 편입니다. 세금 비중이 크기 때문입니다. 기름값에 포함된 세금 비중은 3분의 2로 유럽연합(EU)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시위에 참여한 한 농민은 AP 통신에 "현재 생산 비용은 우리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서 "다른 유럽 국가에서 ℓ당 0.7유로(약 948원)에 불과한 디젤 가격이 그리스에서는 1.60유로(약 2천167원)에 달한다"고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다른 농민도 "사람이든, 가축이든 지금 상황을 견뎌낼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면서 "농장을 지키려면 지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농민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와의 면담을 요구하는 한편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전국 주요 고속도로를 모두 막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장기간의 재정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그리스 정부는 넉넉지 않은 재정 상황에서 농민들의 불만을 어떤 식으로 해소할지 고민에 빠진 모양새입니다.
정부는 작년 하반기 이미 농가의 에너지 지원금으로 10억 유로를 집행했고, 지난 4일에는 1억7천만 유로 상당의 추가 지원책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위에서 보듯 농민들은 여전히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는 입장이고,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세는 좀체 꺾일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정부의 고민은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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