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일촉즉발] 에너지·원자재 수급난에 수출까지 줄줄이 타격 우려(종합)

입력 2022-02-22 16:00  

[우크라 일촉즉발] 에너지·원자재 수급난에 수출까지 줄줄이 타격 우려(종합)
유가 등 에너지 가격 급등…에너지 자립도 낮은 국내 산업계에 악영향
미국의 러시아 제재 시 반도체·자동차 등 수출 제한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한층 커지면서 국내 산업계에서는 자칫 전방위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 국제유가 상승, 공급망 위축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 간 전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 에너지와 원자재 수급, 수출 등 산업 활동 전반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로 가장 큰 우려가 되는 것은 유가 등 에너지 가격 급등이다. 러시아는 주요 원유 생산국이면서 세계 1위의 천연가스 수출국이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긴장 고조 영향으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 이상을 찍으며 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아서 유가 급등 시 전 산업계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항공, 철강, 화학, 조선, 자동차, 건설 등 전 업종에서 원가 상승 부담은 이익 감소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유업계의 경우 단기적인 유가 상승으로는 재고 이익이 늘어날 수 있지만, 전쟁이나 갈등 장기화로 고유가 상황이 길어지면 오히려 수요 위축 현상이 나타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또 국제 유연탄 가격도 호주 뉴캐슬탄 6천㎉ 기준으로 지난해 1월 1t(톤)당 평균 103.0달러에서 같은 해 4분기(10∼12월) 272.3달러로 급등해 국내 관련 업계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국내 시멘트업계의 경우 수입 유연탄을 연료로 시멘트를 제조하는데 러시아산 수입 의존도가 75%에 이를 정도로 절대적이어서 사태 악화 시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분쟁으로 러시아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유럽 국가들이 대체재로 유연탄을 찾으면서 수급 불균형이 발생해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며 "시멘트 제조 원가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30∼50% 올랐고, 유연탄 조달 비용을 포함해 전체 원가는 약 7천억∼8천억원 증가했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한민국이 러시아로부터 가장 많이 수입하는 품목은 나프타(25.3%)고, 두 번째가 원유(24.6%)다.
러시아의 나프타,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국내 산업계는 당장 대체재를 구해야 하는 비상 상황을 맞게 된다.
아울러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에 들어가는 원재료 중 러시아 생산 비중이 비교적 높은 니켈과 알루미늄 가격도 최근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건설·배터리 기업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알루미늄(도금강판·거푸집), 니켈(철근·강판), 유연탄(시멘트)을 주요 건자재로 쓰는 건설업계는 날씨가 풀리는 내달 본격적인 공사 시즌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한 중견 건설사 직원은 "본격적인 사업 진행을 앞두고 원자재 비용 상승에 따른 공사 원가 상승이 우려된다"며 "해외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경우 우크라이나 지역을 포함한 해외 수주 부문에서 장기적인 전략 변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희귀가스인 네온(Ne)과 크립톤(Kr)을 주로 수입하는 국내 반도체 업계 역시 긴장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수입된 네온 중 28.3%가 우크라이나(23.0%)와 러시아(5.3%)에서 들어왔다. 작년 우리나라의 네온 수입 의존 국가는 중국이 66.6%로 1위였지만, 재작년의 경우 우크라이나가 52.5%로 1위였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날자 보고서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격화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 국내 에너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한국의 높은 원유 의존도, 반도체 공급망 차질 등으로 경제에 타격이 올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공장이나 법인을 운영 중인 한국 기업들은 비상 체제를 가동하며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법인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는 체류 중이던 주재원들을 모두 귀국시킨 상태다. 현지 법인은 현재 가동 중이며 러시아 내 생산·판매법인은 변동 상황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현지 공장을 운영 중인 현대차[005380]도 아직은 이번 사태와 관련한 직접적인 타격은 없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러시아 현지 공장에서 연간 23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직접적인 피해보다는 정세 변화에 따른 연쇄적 파급 효과를 더욱 우려하고 있다.
지민철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통상협력실장은 "전쟁이 발발하면 유럽으로부터 부품 수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현지 공장 가동이 중단될 우려가 있다"면서 "만약 미국이 자국 반도체가 들어간 자동차를 러시아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각종 무역 제재를 발동하면 대(對)러시아 수출도 제약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KAMA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는 3만8천161대, 기아[000270]는 5만1천869대를 러시아에 수출했다. 우리나라 완성차 전체 수출 물량 중 러시아 수출 비중은 4.5% 정도다.
완성차 업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충돌이 전면전으로까지 확대될 경우 러시아 현지 내수가 약 29% 줄어들면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반도체 업계 역시 미국이 예고한 대로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반도체 제재에 나서면 직·간접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러시아 반도체 수출액은 7천400만달러(약 885억원) 규모로 크지 않은 편이지만, 제재 범위에 따라서는 미국 반도체 기술이 탑재된 전자·IT 제품의 수출까지 금지되는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의 경우 기존 재고가 있어 당장 러시아·우크라이나 긴장 고조에 따른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공급선 다변화, 재고 관리 등을 통해 영향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shiny@yna.co.kr,
redfla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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