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강제 전수 검사, 실효성·개인정보 유출 등 논란

입력 2022-02-23 15:38  

홍콩 강제 전수 검사, 실효성·개인정보 유출 등 논란
격리·검사 시설 부족…검체 일부 중국으로 보내질 예정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이 750만 전 시민 대상 강제 검사를 발표한 가운데 실효성 등 논란이 제기된다.
강제 검사 자체가 논란인데다 최근 신규환자가 연일 6천명 이상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미 때늦은 검사라는 지적 등이 나온다.
◇ 중국식 강제 검사…무너지는 일국양제
수십 년간 중국과 다른 개방적 사회를 유지해 온 홍콩에서 전 시민에 대한 중국식의 강제 전수 검사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가 무너지는 신호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3일 "중국 선전에 차려진 중국 정부의 홍콩 코로나19 방역 지휘소에서 전수 검사와 임시 격리·치료 시설 건설 등 굵직한 결정을 밀어붙였다"고 보도했다.
홍콩에서는 이미 지역별, 동선별 부분적으로 강제 검사가 실시되고 있는데 이 역시 논란이다. 특히 이달 초 서양인들이 많이 사는 디스커버리베이에서 대규모 강제 검사가 진행되자 외국인 주민들의 불만을 전하는 외신 보도가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 달 3회에 걸친 전수 검사 계획이 발표되자 일각에서는 도시 전체 봉쇄도 시간 문제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도시 봉쇄는 중국식 통제 모델의 완결판이다.
다만,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22일 도시 봉쇄에 대해 "중국 정부는 그에 대한 어떠한 지시도 내리지 않았고 단지 위기에 처한 홍콩을 위해 모든 지원을 할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도시 봉쇄)는 전적으로 홍콩 행정부의 문제이고 일국양제 원칙에 따라 내게 그러한 결정의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와 정치인들은 도시 봉쇄 없이 전수 검사는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이클 톈 입법회 의원은 23일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봉쇄 없이, 사람들의 이동을 통제하지 않는 강제 검사는 '미친 짓'"이라며 "9일간 봉쇄를 하고 가구당 한 사람이 매일 2시간씩 식료품 등 필수품 구입을 위해 외출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SCMP는 홍콩 정부가 전수 검사를 앞두고 대규모 격리 시설 운영을 위해 은퇴한 경찰관 1천명을 채용하고 보안국 아래 경찰 방역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렸다고 밝혔다.

◇ 시설·인력 부족에 실효성 의문…"환자 폭증에 때늦어" 지적도
감염병 전문가 렁치우는 22일 홍콩 공영방송 RTHK와 인터뷰에서 "당국이 대규모 환자를 신속히 격리하지 못한다면 전수 검사는 소용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검체 채취부터 확진 판정 후 격리까지 24시간 이내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예를 들어 2∼3일씩 지연된다면 대부분의 노력이 무위로 돌아간다"며 "그 2∼3일간 대규모 전파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홍콩 위생방호센터 자문위원장인 라우위렁 교수는 23일 RTHK 인터뷰에서 "강제 검사를 통해 드러날 무증상 감염자 규모가 7만명에서 3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며 "정부가 전수 검사를 한다며 그에 앞서 이들을 신속히 격리할 수 있는 충분한 시설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람 장관은 전수 검사 개시 날짜는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현재 중국 정부의 협조로 임시 병원과 격리 시설을 짓고 있다고 밝혔다.
람 장관은 "무증상자를 포함해 모든 환자를 격리하는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며 "환자의 격리가 우리 정책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현재 홍콩에서는 코로나19 환자 3만명이 병상 대기 중이며, 검사 물량 폭증으로 결과가 길게는 10일 넘게 지연되기도 한다.
블룸버그는 "중국에서 전수 검사는 환자가 한두 명 발생한 초기에 단행해 효과를 거뒀다"며 "홍콩처럼 이미 환자가 폭증한 상황에서 전수 검사는 때늦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AFP 통신은 "홍콩이 2년간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추진했으면서도 현재 폭증하는 환자에 대응할 준비가 부족한 것에 대한 비판이 쇄도한다"며 "평소 정부에 비판적이지 않은 (친중매체) 동방일보조차 이번 주 여러 차례 논평을 통해 홍콩 지도부의 준비 부족을 질타했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들어 홍콩을 떠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며 "일부 보건 전문가들은 홍콩의 가혹한 격리 정책으로 바이러스가 오히려 확산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격리에 대한 두려움으로 진료와 치료를 거부, 지연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설명이다.

◇ 개인정보 유출 논란…"시민이 검사소 선택하게 해야"
강제 검사를 통해 모은 검체의 일부가 중국으로 보내지는 것도 논란이다.
람 장관은 "우리에게 충분한 검사 시설이 없으면 검체를 중국으로 보내야 한다"며 "그러나 검체 병에는 개인 정보가 아닌 바코드만 적힐 것이기 때문에 이는 사생활과 관련한 문제가 아니다. 개인 정보는 홍콩에 보관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민주당의 위안하이원은 23일 명보에 "검체를 중국으로 보내면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클 것"이라며 "정부는 이와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문제를 설명하고 어떤 검사소의 검체가 중국으로 보내질 것인지 알려서 시민이 검사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은 2020년 9월 홍콩의 코로나19 3차 확산 당시 600명의 인력을 파견해 홍콩 전 시민에 대한 코로나19 검사를 지원했다.
그러나 당시 검사는 의무가 아니어서 홍콩 정부의 독려에도 약 170만명만 검사에 참여했다.
홍콩 시민들은 중국 본토 인력이 자신들을 검사한다는 사실에 강한 거부감을 표했고, 일각에서는 검사에 응하면 생체 정보가 중국 당국의 손에 넘어갈 것이라고 주장하며 검사를 보이콧했다.
당시 홍콩 정부는 생체 정보가 중국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켰지만 시민들이 믿지 않았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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