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다음은 어딜까…숨죽이는 동유럽"

입력 2022-02-28 16:44   수정 2022-02-28 17:53

[우크라 침공] "다음은 어딜까…숨죽이는 동유럽"
근현대 소련 지배에서 독립한 발트3국 불안
'중립' 핀란드·스웨덴 나토 가입 부추길 수도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목격한 동유럽 국가들이 사태의 추이를 긴장 속에 지켜보고 있다고 미 NBC방송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런 불안은 나토 소속 여부를 관계없이 우크라이나의 서쪽으로 인접한 유럽 국가에 퍼지고 있다.
이 방송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아닌 우크라이나에 서방이 파병 등 군사 개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이 있었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서방은 경제제재를 가하거나 우크라이나에 무장을 지원했지만 직접 파병해 군사 개입하지는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의 군사 개입은 곧 러시아와 전쟁으로 이어지는 만큼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6일 "우리에겐 두 선택이 있다. 하나는 러시아를 물리적으로 공격해 3차 세계대전을 시작하거나 국제법을 위반한 나라가 대가(제재)를 치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전투 병력을 파병하지 않는 근거는 나토 회원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애초에 나토의 결성 취지 자체가 러시아의 전신인 옛 소련 팽창을 경계하는 것이었다.
나토는 회원국 중 한 나라가 공격당하면 이를 전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집단안보' 원칙을 근간으로 하는 만큼 나토 가입 여부는 유사시 파병의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러시아의 역내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우크라이나도 이런 이유로 나토 가입을 원했다. 러시아는 자신의 턱밑인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더는 용납하지 않았다.
NBC방송은 실제로 러시아가 침공하자 이웃 국가이자 발트 3국(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라트비아)은 나토 소속인데도 이를 나토의 동진을 막으려는 러시아의 '서진' 야심이 드러났다고 보고 심각히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 침공을 결단한 근거로 내세운 것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일부'라며 양국 간 역사적 접점을 러시아 입장에서 해석한 일방적 역사관이었다.
우크라이나만큼 러시아와 언어·문화를 공유하진 않지만 발트 3국 역시 러시아 제국과 옛 소련으로 이어지는 근현대 시기 러시아 지배를 받은 적이 있다.
이들 국가는 개전 직후 즉각 안보 대응에 나섰다.
리투아니아는 개전 이튿날인 25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도 긴급 안보 회의를 소집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인 지난 19일부터 가브리엘류스 란즈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무 장관은 점증하는 위기에 "우크라이나를 노리는 전쟁은 유럽을 겨냥한 전쟁이기도 하다"이라고 경계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을 여기서 멈추지 못하면 더 심하게 굴 것"이라면서 서방이 적극적인 군사 대응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토에 아직 가입하지 않은 북유럽 핀란드, 스웨덴도 러시아의 서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25일 양국은 회원국이 아닌데도 나토가 소집한 긴급회의에 참여하며 오랜 중립 노선을 깨고 나토 측에 기우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1917년 제정 러시아에서 독립한 핀란드는 지리적으로 동서 충돌의 전선에 놓인 만큼 생존을 위해 양 세력 모두에 일정 거리를 두는 중립 노선을 지켰다.
그런데도 알렉산데르 스투브 전 핀란드 총리가 트위터에 "러시아가 그 어느 때보다 핀란드를 나토 가입 쪽으로 밀어 넣고 있다"면서 "이런 추세라면 (핀란드는) 나토에 합류하는 것 외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인 키어 자일스는 "역사를 되돌려 위상을 100년 전 수준으로 복원하려는 러시아의 목표는 주변 국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며 "발트 3국, 폴란드, 핀란드가 이런 국가"라고 말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문제연구소(RUSI)의 카린 폰 히펠 사무총장도 푸틴 대통령이 이번 전쟁으로 원하는 바를 이룬다면 또 다른 옛 소련 국가였던 몰도바와 조지아로 고개를 돌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두 국가 모두 나토 소속이 아니다.
폰 히펠 총장은 또 "푸틴 대통령이 제국을 확장하려고 한다면 인접한 나토 소속 국가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NBC방송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오히려 나토의 결속력이 강화되는 역풍에 러시아가 직면할 것이 확실하다고 분석했다.
냉전 종식 후 오랜 평화기가 지속된 탓인지 나토는 수년 전만 하더라도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2020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나토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라고 말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미국 일방주의를 주장하며 나토에 유럽에 대한 방위비를 증액하라고 압박했었다.
그러나 현재는 군사 파병을 제외한 여러 강력한 경제 제재를 동시다발적으로 내놓으면서 단일 대오를 형성했고 나토와 러시아가 접하는 지점에 있는 동유럽 소속국에 군사를 파병하는 적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pual0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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