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르포] ATM 앞 장사진 사라졌다…"달러는 어차피 못찾아"

입력 2022-03-03 05:00   수정 2022-03-03 09:36

[모스크바 르포] ATM 앞 장사진 사라졌다…"달러는 어차피 못찾아"
공황·사재기 없지만 물건값 매일 인상…한 물건에 가격표 두개
주요국 철수 권고로 외국인들 출국 러시…일부 한국교민도 귀국 준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를 응징하는 서방의 초강력 제재로 국제사회가 들썩이고 있지만 정작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선 일부 상품 가격이 뜀박질하는 것 이외에 큰 혼란은 느껴지지 않고 있다.
모스크바인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정상 생활을 하고 있고, 시내 분위기도 평온한 편이다. 현지 통화인 루블화 가치 폭락 여파로 물건값이 이미 10~30% 정도씩 오르긴 했지만, 매장에서 물건을 사재기하거나, 달러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은행 현금입출금기(ATM) 앞에 장사진을 치는 것과 같은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2일(현지시간) 찾은 모스크바 시내 북서쪽 호딘스키 불바르 거리의 대형 쇼핑몰 '아비아파르크'도 평소와 다름없이 영업 중이다.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평소보다 많이 늘어나지도 않았으며 매대의 상품들도 대부분 그대로 차 있다.
이 쇼핑몰 내에 있는 ATM기 앞에 4~5명이 돈을 찾으려 줄을 서 있지만 서두르거나 다급한 모습은 목격되지 않는다.


당국의 외화 통제 조치로 시내 대부분의 ATM기에서 달러 등 외화를 찾는 것은 이미 어려워져 대부분 현지 통화인 루블화를 인출하고 있다.
모스크바에 사는 한 한국 교민은 지난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후 하루 이틀 동안 시내 ATM기 앞에 긴 줄이 보였고 그 뒤론 사라졌다고 전했다.
루블화는 지금도 큰 문제 없이 찾을 수 있고 달러화는 어차피 인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ATM기를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달러 부족 때문인 듯 모스크바에서 영업하는 오스트리아 라이파이젠 은행 등 주요 외국계 은행들은 개인당 하루 달러 인출액을 제한하거나, 신청 후 이튿날에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모스크바 근무 한국 주재원들은 전했다.
시내 중심의 '모스크바 시티'(Moscow City) 내에 있는 쇼핑센터 '아피몰'은 평소와 다름없이 스마트폰을 든 젊은 남녀들로 붐비고 있다.
이들은 평온한 모습으로 센터 내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개전 전 달러당 75루블 선이던 환율이 100루블을 넘어서며 루블화 가치가 폭락한 여파로 물건값은 날마다 오르고 있다.
아피몰 4층에 있는 대형 전자제품 유통매장인 'DNS'의 주요 제품들엔 이미 인상된 가격이 매겨져 있거나 기존 가격과 오른 가격이 함께 표시된 가격표가 붙어있다.


매장 직원 이고리(가명)는 "제품별로 가격들이 다양하게 조정됐다"면서 "앞으로도 더 오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아피몰 2층의 애플 매장 직원 발레리야는 "이미 대부분 제품 가격이 20% 정도 올랐다"면서 "가격이 매일 인상 조정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당국은 과도한 인플레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긴급 조치에 나섰다.
시내 대중 유통점 '마그니트', '아샨', '오케이' 등은 당국의 조치로 주요 생필품 가격 인상을 5% 내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모스크바 외곽에 사는 연구원 파벨은 "러시아인들은 나폴레옹 침략, 2차대전 등 무수히 많은 전쟁을 겪었고, 1990년대 소련 붕괴 후의 대혼란도 경험했다"면서 "이번 위기가 심각하긴 하지만 큰 혼돈을 초래하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생활 수준이 낮아지고, 휴가철마다 떠나던 해외여행을 못 가는 정도의 문제는 생기겠지만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라면서 "러시아는 큰 나라이니만큼 이 어려움을 이겨낼 것"이라고 장담했다.
모스크바 토박이 블라디미르는 "아직은 괜찮지만 앞으로 상황이 더 나빠질까 봐 걱정은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스크바에 파견된 외국인들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서방 국가들이 자국민에게 러시아 철수를 권고하면서 많은 외국인이 서둘러 모스크바를 떠나고 있다.
일부 한국 교민도 자녀나 가족을 먼저 귀국시키기 위해 합쳐 주 2회 운항하는 대한항공과 러시아 아에로플로트 항공의 인천행 항공권을 예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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