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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크라 국경에선] 사선넘어온 외국인 피란민, 편견에 운다

입력 2022-03-04 09:41   수정 2022-03-04 10:01

[지금 우크라 국경에선] 사선넘어온 외국인 피란민, 편견에 운다
인도·아프리카 유학생·노동자 '유색인종 범죄 빈발' 가짜뉴스에 설움



(프셰미실[폴란드]=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인접한 폴란드로 국경을 넘어온 우크라이나 피란민 중에는 현지에 체류하던 외국인들도 더러 포함돼 있다.
인도를 비롯한 서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출신 유학생이 대부분이며, 이주노동자들도 일부 섞여있다.
우크라이나와 맞닿은 폴란드 동남부 국경도시 프셰미실에서는 어렵지 않게 이들을 볼 수 있다.
피란 사태 와중에 그리 주목받지 못했지만 그들 역시 우크라이나 국적의 피란민과 마찬가지로 저마다 안타까운 사연을 안고 있다.
3일(현지시간) 역 대합실에서 만난 나이지리아 국적의 유학생 루스 오누오하(48)씨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늦깎이 석사 과정 연구생인 그는 키이브(키예프)에서 열차를 타고 이날 프셰미실에 도착했다. 우크라이나로 유학온지 불과 3개월 만에 피란민 신세가 됐다.
피란길도 고역인데 그 와중에 또 다른 시련까지 맞닥뜨려야 했다.
동행한 21살 딸이 열차 안에서 여권이 든 손가방을 통째로 도둑맞은 것이다.
두 모녀는 피셰미실 역에 내리기 직전 이 사실을 알아차렸다. 눈앞이 캄캄해지는 순간이었다.
주폴란드 나이지리아 대사관에 여권 분실 사실을 신고하고 재발급을 요청했지만, 공관에선 여권 재발급 업무를 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폴란드에서 가까운 주독일 대사관을 통해야 한다는데 당장 신청한다고 해도 언제쯤 새 여권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경비 때문에 고국으로 돌아갈 생각은 일찌감치 접은 오누오하씨는 머지않아 전쟁이 끝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어떻게든 폴란드에서 버티다 우크라이나로 돌아갈 심산이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여권 분실로 프셰미실 역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고 기약 없는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오누오하씨는 "여권 재발급에 최소 6주 이상 걸린다는데 앞날이 막막하다"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스리랑카 국적인 아말(35)씨는 홀로 국경을 넘었다.
건설노동자인 그는 갑작스러운 전쟁으로 일터를 떠나야 했다. 며칠 동안 상황을 지켜보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자 속옷·세면도구 등만 챙겨 급하게 몸을 피했다.
그는 딱히 대화할 상대가 없어 역내 자원봉사자들이 제공하는 음식을 먹는 것 외에 대합실에 혼자 앉아있거나 역 주변을 서성이며 시간을 보낸다.
고국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돌아가 일을 해야 하지만 그럴 수 없어 속이 타들어 간다고 토로했다.
한 인도인 유학생은 전날 역사 내에서 외신 기자와 인터뷰를 하던 중 막막한 심경을 토로하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이들은 연고 없는 타지에서의 힘든 피란 생활에 더해 피부색 등으로 인한 각종 음해나 편견까지 감내해야 한다.
폴란드 현지 언론 '오코 프레스'(OKO.Press)에 따르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프셰미실 시내에서 검은 피부색을 가진 피란민들에 의한 절도·협박·성폭행 등의 범죄가 빈발하고 있다'는 허위 글이 유포되고 있다고 한다.
시 경찰은 피란민이 연루된 범죄 신고가 접수된 바 없다면서 이를 '가짜 뉴스'로 규정했지만, 유언비어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이달 1일에는 인도인 3명이 거리에서 폴란드 현지인들로부터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리를 청소한다'는 명분으로 여권 같은 신분증이 없는 '유색인 피란민'을 색출하려는 조직이 있다는 보도도 있다.
프셰미실 시 당국은 "시민과 피란민이 함께 안전하게 공존해야 한다"며 피부색과 관계없이 모든 피란민을 따뜻하게 맞아 달라고 당부했다.
폴란드 정부는 이날 기준으로 우크라이나발 피란민 수가 누적 57만5천 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날 하루에만 9만5천여명이 추가로 입국했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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