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원전의존 세계최고 우크라…방사성물질 누출 위험은

입력 2022-03-05 06:58  

[우크라 침공] 원전의존 세계최고 우크라…방사성물질 누출 위험은
자포리자 원전 6기 중 1기만 가동…2기는 냉각중, 나머지는 이미 가동중단
가동 원전 체르노빌보다는 훨씬 안전…외부 전력체계와 분리된 것이 더 문제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동부에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를 공격하면서, 유럽 대륙에 우크라이나발 방사성 물질 누출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이번 공격으로 인한 방사성 물질 누출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지만, 우크라이나의 원전 의존도는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공격이 계속되면 원전 시설이 훼손돼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4일(현지시간) 세계원자력협회(WNA)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이번에 공격대상이 된 남동부 자포리자 원전을 비롯해 모두 4곳의 원전단지에서 15기의 원자로를 가동 중이다.
에네르고아톰(Energoatom) 이라는 국유기업이 관리하는 이들 원자로는 모두 가압경수로형 원자로로 러시아산이다. 12기는 1980년대 가동이 시작됐고, 1기는 1995년에, 2기는 2004년에 각각 가동됐다.
이들 원전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생산한 전기출력은 2020년 기준 13조1천70억 와트로, 유럽에서 러시아(27조6천530 와트 전기출력), 프랑스(61조3천700억 와트 전기출력)에 이어 세번째로 크다.
우크라이나의 전체 전력 중 원전의존도는 54%로, 프랑스 일본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독일 디벨트는 지적했다.
이날 유럽 최대 규모이자 세계 10대 원자력 발전소 중 한 곳인 자포리자 원전 경수로에서 400m 떨어진 교육훈련동에서는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불이 나고 2명이 부상했다. 이날 공격으로 자포리자 원전내 원자로 6기 중 1기 옆 건물도 훼손됐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방사성 물질의 누출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이런 상황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는 게 유럽 다른 국가들의 우려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자포리자 원전만으로도 체르노빌 원전의 6배의 희생자를 낼 수 있다"면서 "러시아군은 탱크를 동원에 직접포격을 했고, 이는 전례 없는 핵테러"라고 지적했다.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원자로 6기의 안전시스템이 모두 타격을 입지 않았다는 것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자포리자 원전에서는 6기의 원자로 중 1기 만이 약 60% 수준으로 가동되고 있다. 6기 중 3기는 이미 수일째 가동을 중단한 상태였고, 나머지 3기 중 2기는 추가로 가동을 중단해 냉각 중이다.
자포리자 원전에서 서쪽으로 가면 오데사에서 북쪽으로 170km 떨어진 남우크라이나 원전에서 원자로 3기가 가동 중이다. 러시아군은 현재 남우크라이나 원전에서 남쪽으로 30km 떨어진 보즈네젠스크 마을로 접근하고 있다고 에네르고아톰 관계자는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러시아군의 진군을 막기 위해 이 마을에 진입하는 다리는 폭파됐다고 그는 덧붙였다.
나머지 원자로는 우크라이나 북서쪽 리브네 원전에서 4기가, 이곳에서 남동쪽으로 180km 떨어진 크멜니트스키 원전에서 2기가 각각 가동 중이다. 이들 두 곳은 당장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을 위치에 있지 않다.


우크라이나 원전발 방사성 물질 누출에 대한 공포가 더욱 큰 것은 1986년 체르노빌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원전 폭발 사고 때문이다. 당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북쪽으로 약 100㎞, 벨라루스와의 국경에서는 남쪽으로 약 16㎞ 떨어진 체르노빌 원전의 원자로 4기 중 1기가 폭발하면서 유럽 전체에 방사성 구름이 분출된 바 있다.
사고 이후 반경 30㎞ 지역이 지금까지 일반인 출입이 통제된 '소개 구역'으로 지정돼 특별 관리돼왔다. 현재 원자로 가동은 완전히 중단된 상태지만 여전히 방사성 물질이 남아있어 파괴된 원자로 위가 이를 보호하기 위한 거대한 반구형 지붕으로 덮여있다.
앞서 러시아군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군과의 교전 끝에 체르노빌 통제권을 빼앗고 안전관리중이던 직원들을 억류했다.
자포리자 원전이나 남우크라이나 원전의 원자로는 현재 폭발사고 이후 가동이 중단된 체르노빌 원전의 1세대 원자로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체르노빌 원전의 원자로는 냉각시스템에 큰 결함이 있고, 원자로 중심부를 보호할 격납용기가 없었다.
반면에, 자포리자 원전이나 이보다 이전에 만들어졌지만, 남우크라이나 원전의 원자로 중심부는 항공기와 충돌이나 폭발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철근 콘크리트 격납용기에 보관돼 있고, 냉각수 순환 체계가 2개로 분리돼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에네르고아톰은 역시 최근 수년간 모든 원전의 안전장치 현대화에 수백만 달러를 썼다고 로이터통신은 덧붙였다.


오히려 현재 우크라이나 전력공급체계가 현재 러시아나 유럽대륙의 전력공급 체계와 모두 분리된 채 운영돼 불안정하다는 점이 문제라고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SZ) 등은 지적했다.
만약 전투 등으로 원전에서 정전이 발생한다면 원자로 가동 중단을 동반할 수 있고, 원자로 냉각 장치 가동을 위한 비상전력망을 가동해야 하는데, 이를 적시에 할 수 있을지도 우려되고 있다. 비상전력망은 최대 7∼10일간 가동이 가능하고, 이 기간 대체 전력공급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각 원전의 안전관리 인력이 전쟁상황 속에서도 계속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도 문제라고 SZ는 덧붙였다.
만약 자포리자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된다면, 해당 물질이 독일까지 확산할 가능성은 17%가량일 것으로 독일 연방정부는 추산했다고 SZ는 전했다.
관련당국 관계자는 "이는 다른 우크라이나 원전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방사성 물질이 독일까지 확산한다 하더라도 농산물에 영향을 미치는 데 그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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