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가해 입증돼도 러 '안보리 거부권' 탓 한계
국제사회 무능에 "새로운 전범법정 만들어야" 주장도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산부인과 폭격 등에 대해 전쟁 범죄라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 이사국으로서 비토권을 보유한 만큼 국제재판소에서의 처벌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10일(현지시간) 영국매체 BBC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최근 러시아가 동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산부인과와 소아과 병동을 공습한 것은 전쟁 범죄라고 비판했다. 이 공습으로 어린이 등 3명이 숨지고 직원·환자 등 17명이 다쳤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러시아가 대피하는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공격했다는 보도가 있다.
또 러시아에 의해 하나의 폭탄이 수백 개의 소형폭탄으로 분리돼 투하되는 '집속탄'이 민간인 거주 구역에 쓰였다는 증거나, 주변 산소를 빨아들이며 연속적인 폭발을 일으켜 '진공폭탄'으로 불리는 열압력탄이 사용됐다는 주장도 있다.
BBC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집속탄 사용 금지협약의 당사국이 아니지만 이는 여전히 전쟁 범죄로 간주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열압력탄 사용이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민간인을 대상으로 고의로 사용한 것은 전쟁 규정 위반이라는 것이다.
또 다수 전문가가 러시아의 이번 침공 자체가 침략 전쟁이라는 개념 아래에서 범죄라고 보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다만 오늘날 전쟁 범죄 관련 범죄는 주로 국제형사재판소(ICC)와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관할하지만, 러시아에 대한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
ICJ는 개인이 아닌 국가 간 분쟁을 다루는 재판소로, 우크라이나는 이번 침공과 관련해 ICJ에서 러시아에 대한 법적 절차를 시작한 상태다.
하지만 ICJ가 러시아를 유죄로 판단하더라도 그 판결의 집행은 유엔 안보리에 의해 담보되어야 하는 만큼, 러시아가 안보리에서 비토권을 행사할 경우 실질적인 제재는 어려운 상황이다.
ICC는 개인의 전쟁 범죄 문제를 다루며, 카림 칸 ICC 검사장은 이번 침공 과정에서 전쟁 범죄가 있었다고 볼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으며 39개국으로부터 조사 승인을 받았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ICC 조사 결과 유죄 증거가 있더라도 혐의자를 국제 법정에 세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ICC에 자체 경찰력이 없는 만큼 혐의자 체포 행위를 회원국들에 의지해야 하며, 러시아는 2016년 ICC에서 탈퇴해 회원국이 아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 영토 내에 있는 혐의자를 ICC에 넘겨줄 가능성도 희박하다.
침공을 지시한 푸틴 대통령에게 '침략전쟁을 벌인 죄'를 물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필리프 샌즈 국제법 교수는 러시아가 ICC 회원국이 아닌 만큼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론적으로 유엔 안보리가 ICC에 이러한 혐의에 대해 조사를 요청할 수 있지만, 러시아는 안보리에서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다.
샌즈 교수는 외교와 국제협약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세계 지도자들이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소처럼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 범죄를 다룰 국제재판소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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