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난민 맞이하는 폴란드 국경의 '선택적 환대'

입력 2022-03-15 13:08   수정 2022-03-15 15:01

[우크라 침공] 난민 맞이하는 폴란드 국경의 '선택적 환대'
우크라이나 피란민은 환영, 온정의 손길
다르푸르 내전 피해 온 수단인 유학생은 추방·폭언 고초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우크라이나인이 우리보다 나은 사람인가요? 나는 잘 모르겠어요. 왜죠?"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난민이 유럽 곳곳에서 환대받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받은 22세 수단 출신 유학생 알바기르의 사연을 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24일 밤, 그는 폴란드 국경 숲속에서 당국에 쫓기던 신세였다.
당국이 동원한 드론, 헬리콥터를 피하기 위해 그는 영하의 온도에서 눈 덮인 숲 사이로 숨어다녀야 했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 오데사에 살던 21세 카탸 마슬로바도 가족과 함께 피란길에 나섰다.
고국의 전란으로 갈 곳 없는 처지인 것 마찬가지였지만, 이후 2주간 둘에게 펼쳐진 상황은 대조적이었다.
무사히 국경을 넘어가 폴란드 가정에서 머물게 된 마슬로바 가족은 매일 따뜻한 빵을 먹을 수 있었다.
반면 알바기르는 생사의 갈림길에 선 상황에서도 폴란드 국경에 가로막힌 채 추방과 폭행, 폭언에 시달려야 했다는 것이다.
그는 천신만고 끝에 폴란드 난민 단체에 구조되긴 했으나 우크라이나 난민의 소식을 듣고는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수단 내전이 벌어진 고향 다르푸르에서 탈출한 그는 수도 하르툼으로 이주해 약학을 공부했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학생 비자를 받고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는데, 지난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그도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이로 인해 다니던 대학에도 제재 여파가 미칠까 하는 우려에 그는 다시 탈출을 감행했고, 먼저 벨라루스로 들어간 뒤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향하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그사이에 변수가 등장했다.
지난해부터 벨라루스가 중동 지역 난민을 데려와 폴란드 쪽 국경으로 내몬 여파로 폴란드는 군경까지 동원해 강력하게 국경을 막아왔던 것이다.

이런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알바기르는 일행과 함께 일단 러시아에서 벨라루스로는 건너갔다가, 다시 폴란드로 넘어가려던 길목에서 붙잡힌 것이다.
알바기르는 폴란드 당국이 휴대전화를 빼앗고 그와 일행을 국경 인근 숲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물과 음식 없이 숲을 헤매다가 벨라루스 국경 검문소를 찾은 이들은 도움을 청했으나, 곧 투옥돼 벨라루스 군인에게 인종차별적 욕설과 함께 폭행을 당했다고 그는 주장했다.
이 군인이 다시 이들을 숲으로 추방했고 "다시 돌아오면 죽여버릴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수단 출신 알바기르가 양국 사이에서 고초를 겪는 동안, 우크라이나 피란민 마슬로바는 몰도바를 거쳐 폴란드로 무사히 넘어가 환대와 격려를 받았다고 밝혔다.
마슬로바는 몰도바를 지나던 중 자동차 창밖으로 응원의 손짓을 건네던 사람들을 보고 감동해 울음을 터뜨린 일을 회고했다.
그는 "전 세계가 나를 지지한다는 사실에 북받쳤다"고 말했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마슬로바는 폴란드에서 방을 같이 쓰던 친구를 통해 교외에 별채를 빌려 잠시 지낼 수 있게 됐다.
집을 빌려준 사과 농부 야누시 포터러크는 NYT에 지금까지 난민을 도와준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 전쟁이 터지자 도저히 무관심하게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포터러크는 마슬로바의 동생들을 현지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는 등 난민 가족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있다.
부인 안나 포터러크는 '아프라카, 중동 난민도 도와줄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렇지만 기회가 없었다"면서도 우크라이나인은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어 같이 지내기 더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싱크탱크 이민정책연구소(MPI) 연구원 카미유 르 코즈는 "우리는 서로 다른 난민 집단이 받는 처우가 이토록 대조적인 경우를 최초로 목도하고 있다"면서 유럽인이 우크라이나인에 동질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NYT는 "어떤 전쟁 탓에 피란을 떠나게 됐는지에 따라 환대 여부도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pual0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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