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 여왕벌 성페로몬 화합물로 '살인말벌' 물리친다

입력 2022-03-15 15:26  

처녀 여왕벌 성페로몬 화합물로 '살인말벌' 물리친다
中연구진 성페로몬 3대 성분 규명, 특허출원 않고 공개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세계에서 가장 큰 말벌 종인 장수말벌(Vespa mandarinia)은 '살인말벌'(murder hornet)로도 불린다. 큰 덩치로 꿀벌의 머리를 잘라 죽이며 벌집을 초토화해 붙여진 별명이다.
꿀벌의 수분 활동에 의존하는 농작물 재배까지 위협할 정도인데, 처녀 여왕벌이 분비하는 성페로몬 성분을 규명해 장수말벌의 개체 수를 줄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수벌을 유인하는 여왕벌의 성페로몬과 같은 성분의 화합물로 벌집 주변에 덫을 놓아 수벌을 쉽게 잡을 수 있다고 한다.
중국과학원과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 등에 따르면 시솽반나열대식물원(XTBG)의 둥시하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장수말벌 여왕벌의 성페로몬 성분을 규명하고 인공 화합물을 이용한 덫을 설치해 얻은 결과를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윈난성의 3개 봉군(蜂群)에서 나오는 처녀 여왕벌과 수벌을 채집해 같은 공간에 넣었으며, 수벌이 곧바로 여왕벌을 둘러싸고 짝짓기를 시도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확보된 여왕벌의 성페로몬을 가스 크로마토그래피와 질량분석법을 이용해 헥산산(hexanoic acid)과 옥탄산(octanoic acid), 데칸산(decanoic acid) 등 3개 화학물질이 주요 성분인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이 화학물질을 혼합한 화합물로 인공 성페로몬을 만들어 장수말벌 벌집 근처에 덫을 설치했더니 수벌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교신저자인 캘리포니아대학 생물학 교수 제임스 녜 박사는 "수벌은 여왕벌과 벌집 인근에서 짝짓기해 여왕벌의 냄새에 이끌린다"면서 "두 차례에 걸친 현장 실험에서 냄새로 유인된 수천 마리의 수벌을 금세 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장수말벌에 의한 피해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여왕벌의 성페로몬을 규명한 결과에 대해 특허를 출원하지 않고 신속히 공개하는 결정을 내렸다.
연구팀은 성페로몬 덫이 장수말벌의 존재를 나타내는 역할을 함으로써, 북미 등지에서 위협적 침입종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장수말벌이 어디에서 얼마나 빨리 확산하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예측 모델과 지도를 제시해 줄 것으로 전망했다.
성페로몬 덫을 값싸게 만들수 있는 만큼 광범위한 지역에 설치해 장수말벌의 위치를 파할 수 있는 센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녜 교수는 "장수말벌이 이미 침입한 지역에서는 우리가 개발한 절차와 방법을 이용하길 희망한다"면서 "우리가 제시한 덫에 필요한 화합물은 여왕벌과 짝짓기 할 수 있는 수벌을 줄임으로써 장수말벌 개체수를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주요 목적은 장수말벌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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