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43년 최장수 한은맨'…이주열 총재 이달 말 퇴임

입력 2022-03-23 06:15   수정 2022-03-23 13:10

떠나는 '43년 최장수 한은맨'…이주열 총재 이달 말 퇴임
기준금리 사상 최저 0.50%까지 낮췄다가 미국보다 앞서 1.25%로 올려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응' 평가…38점 불과한 한은 조직 건강 해결 못 해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지난 8년 동안 우리나라의 통화신용정책을 진두지휘한 이주열 총재가 이달 말 임기를 마치고 한국은행을 떠난다.
'43년 최장수 한은 근무', '정권 교체에도 연임한 첫 총재' 등의 기록을 남긴 그는 선제적이고 과감한 기준금리 조정 등을 통해 경제 상황에 비교적 발 빠르게 대처하고, 적극적 통화스와프 체결 등으로 외환시장 안정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금통위 의장 겸임 후 최초 연임 총재…박근혜·문재인 정부 모두 거쳐
23일 한은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이 총재는 1977년 한은에 입행한 뒤 조사국장, 정책기획국장, 통화정책 담당 부총재보, 부총재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쳐 2014년 박근혜 정부에서 총재로 임명됐다.
4년 뒤 2018년 문재인 정권에서 연임에 성공했는데, 한은 총재가 연임한 것은 2대 김유택(1951∼1956년), 11대 김성환(1970∼1978년) 총재에 이어 역대 3번째다.
하지만 한은 총재가 금통위 의장을 맡기 시작한 1998년 이후로는 최초 연임이고, 정권이 바뀐 상태에서 유임된 사례도 이 총재가 처음이다.
더구나 부총재 퇴직 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고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로 재직한 2년(2012∼2013년)을 빼고는 무려 43년을 한은에 몸담아 '최장수 한은 근무' 타이틀도 갖고 있다.
이처럼 이 총재는 우리나라 최고의 통화정책 전문가로서, 지금까지 금통위 본회의에만 17년간 참석해왔다.



◇ 기준금리 1.25%로 임기 마감…코로나에 사상 초유 0.50%까지 낮추기도
이 총재가 2014년 4월 1일 취임할 당시 기준금리는 2.5% 수준이었다.
하지만 취임 보름 만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 등으로 경기가 가라앉자 금통위는 같은 해 8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고, 이후 2015년 5월 메르스 사태와 2016년 6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등을 거치며 경기 지원 차원에서 기준금리를 1.25%까지 낮췄다.
반대로 2017년 들어 국내 경제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금통위는 11월 기준금리를 1.50%로 올린 뒤 이듬해 11월 1.75%까지 추가 인상했다.
하지만 2019년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 일본 수출규제 등의 악재가 이어지자 이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는 같은 해 7월과 10월 인하 결정을 통해 기준금리를 1.25%로 내렸다.
2020년 초 코로나19 충격이 시작된 뒤 3월 16일 임시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0.5%포인트(p)나 한꺼번에 낮추는 이른바 '빅컷'을 단행했고, 5월 28일 추가 인하로 사상 최저 수준인 0.50%까지 떨어뜨렸다.
지난해 국내 경제가 수출을 중심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저금리 장기화의 부작용으로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등 자산 가격 급등 등이 심해지자 8월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같은 해 11월과 올해 1월 잇단 인상으로 1.25%까지 끌어올렸다.
지난달 이 총재가 주재한 마지막 통화정책결정 회의에서는 기준금리 동결이 결정됐다.
결과적으로 이 총재가 이끄는 금통위는 8년 동안 기준금리를 9차례 인하하고, 5차례 인상했다. 이 총재 임기 중 기준금리는 최고 2.50%, 최저 0.50% 사이에서 오르내렸다.


◇ "연준 말만 할 때 한은은 행동" 평가…적극적 통화스와프로 외환안정에도 기여
지난 8년간 금통위의 기준금리 조정 시점을 보면, 대체로 이 총재는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미·중 무역분쟁,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경제 상황이 어려울 때 기준금리를 빠르게 낮추고, 경기 회복세가 확인되면 금리 인상을 주저하지 않았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에 걸친 세 차례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 시기는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물가 상승 압력 등을 과소평가하고 금리 인상을 머뭇거리던 때다.
지난해 11월 블룸버그 출신 윌리엄 페섹 칼럼니스트는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게재한 '제롬 파월 의장의 연준은 한국으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한은이 지난 8월 이후 두 번째로 기준금리를 올렸다. 연준이 말만 할 때 한은은 행동으로 옮긴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 총재가 임기 중 미국, 캐나다, 스위스 등 기축통화국 중앙은행은 물론 중국인민은행과도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거나 연장해 우리나라 외환 안전망을 탄탄히 갖춘 점도 성과로 거론된다.
특히 코로나19 발생 직후 2020년 3월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 육박할 때 성사된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는 시장의 불안을 잠재웠고,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달 19일 비상경제회의에서 이 총재에게 이례적으로 두 번에 걸쳐 감사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 "보수·복지 등 한은 직원 조직문화 개선 미흡" 불만도
하지만 최장수 한은 경력의 총재 '선배'에게 걸었던 기대가 컸던 만큼, 일부 한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다.
무엇보다 이 총재는 조직·인사 혁신을 추진했지만,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물러나게 됐다.
한은은 조직문화 개혁을 위해 지난해 맥킨지에 의뢰해 진단을 받았는데,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은에서 받은 이 컨설팅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의 조직 건강도는 100점 만점에 38점에 그쳤다.
보수와 복지를 비롯해 전반적 조직문화에 대한 한은 직원들의 고조된 불만은 결국 후임 총재의 과제가 됐다.
shk99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