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푸틴정권 교체?'…바이든 아홉단어에 대소동(종합2보)

입력 2022-03-28 10:57   수정 2022-03-28 11:51

[우크라 침공] '푸틴정권 교체?'…바이든 아홉단어에 대소동(종합2보)
"더는 권력 가져선 안돼"…러 정권교체로 해석 잇따라
백악관 '화들짝', 국무장관도 해명…러시아는 강력 반발
유럽에서도 바이든 '센 발언' 진의 놓고 의견 갈려


(워싱턴·서울=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전명훈 박의래 기자 =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러시아의 정권을 교체하겠다고 해석될 만한 발언을 하면서 큰 소동이 벌어졌다.
문제의 발언은 26일 그가 폴란드에서 한 즉석연설 중 단어 9개였다.
그는 "그야말로, 이 사람이 더는 권력을 유지해선 안 된다"(For God's sake, this man cannot remain in power)라고 했고 이는 곧장 러시아의 정권 교체를 시사하는 발언이라는 미 언론의 대서특필로 이어졌다.
원고에 없던 이 발언은 러시아의 인위적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미 행정부의 외교·군사 정책 기조에서 정면으로 벗어난 것이어서 큰 논란을 초래했다.
백악관은 즉시 대통령이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는 별도 설명자료를 냈다.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27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을 하거나 침략을 할 권한을 부여받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우리는 다른 어떤 (국가의) 정권교체 전략도 갖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줄리앤 스미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재 미국 대사도 CNN방송에 나와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난민을 만나 들은 일들에 대해 인간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진화를 시도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를 놓치지 않고 "그것은 바이든 씨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오직 러시아 연방 국민의 선택"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논란이 커지자 바이든 대통령은 27일 워싱턴에서 예배를 마치고 나오면서 '러시아의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니다"(No)라고 일축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가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의 단어는 사람을 전쟁터에 보낼 수 있을 정도로 무겁다"고 언급했다며 즉흥적인 9개 단어가 전 세계적 대소동을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미국 언론들은 고도로 계산된 외교 전략인지, 촘촘한 일정을 소화하다 격앙된 감정 탓에 새어 나온 말실수인지 다양한 분석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이 '권력을 유지해선 안 된다'는 발언 직전에는 폴란드와 가까운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 대한 폭격 사실을 보고받았다고 CNN은 전했다. 감정이 격해질 수 있는 정황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자신의 가장 강력한 상대로 등장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표현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6일 폴란드로 대피한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만난 후에는 푸틴 대통령을 '도살자'로 일컬었다.
17일에는 푸틴 대통령을 향해 '살인 독재자', '순전한 폭력배'라고 비난했다. 그보다 하루 전인 16일에는 푸틴 대통령을 '전쟁 범죄자'로 규정했다.
이런 표현에 대해 푸틴 대통령의 독재정치를 부각해 유럽·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의 단일 대오를 유지하려 하는 의도적이고 전략적인 발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의 찰스 쿱찬은 NYT에 "유럽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메시지는 푸틴을 향한 것"이라며 "계속 싸우자는 독려는 우크라이나인을 향해, 침착함을 유지하자는 메시지는 유럽을 향한 것"이라고 평했다.


유럽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센 발언'을 놓고 시각이 갈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한 방송에 출연, 바이든 대통령의 '도살자' 발언을 겨냥해 러시아를 멈춰 세우려면 단어 사용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나는 이런 종류의 말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외교로 러시아군이 철수하도록 하기 원한다면 우리는 말로나 행동으로나 긴장을 고조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나딤 자하위 교육부 장관은 이날 TV 인터뷰에서 '영국 정부는 푸틴 대통령이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러시아 국민들에 달렸다. 푸틴과 그의 측근들의 운명은 러시아 국민이 결정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패트릭 윈터 외교담당 에디터는 분석 기사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지키는 전쟁이 미국의 침략으로 비화할 위험이 있다"며 "러시아 대통령을 바꾸는 것은 러시아의 문제이지 미국 대통령의 일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을 '제국주의적 협박자'라 묘사하는데 능숙한 러시아 정부에 '몹시 필요한 선물'이라며 터키와 카타르, 중국 등이 푸틴 대통령을 설득하기가 더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독일 일간지 슈피겔의 르네 피스터 워싱턴 지국장도 "바이든 대통령은 그가 이전에 쌓아 올리려고 애썼던 것을 말로 헐어버리는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탈리아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옹호하는 견해가 나왔다.
루이지 디 마이오 외무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매우 분명하고 단호한 연설이었다"며 "푸틴이 폭탄을 사용한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말실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폴란드에서 미군 장병을 만난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주민들의 결사 항전을 치켜세우면서 "현장에 가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절대 파병할 수 없다던 기존 입장이 달라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고, 백악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투입은 없다고 다시 한번 설명해야 했다.
또 러시아의 화학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비례해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화학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비치자 백악관은 "미국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화학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laecor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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