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집권 연정 위기 부른 유월절 '무교병' 논쟁

입력 2022-04-07 17:42  

이스라엘 집권 연정 위기 부른 유월절 '무교병' 논쟁
"'유월절 금기음식' 발효빵 반입 허용 요구에 여당 의원 이탈"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반(反) 네타냐후'를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이스라엘 집권 연정이 극우 정당 소속 의원 한 명의 이탈로 흔들리면서 그 배경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7일(현지시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집권 연정 지지를 철회한 야미나 소속 의원 이디트 실만은 "나는 이스라엘과 이스라엘 국민의 유대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에 동참하지 못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앞서 독실한 유대교도인 그는 지난 4일 연정에 참여한 사회민주주의 계열 정당 메레츠를 이끄는 니트잔 호로위츠 장관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어, 이 논쟁이 실만 의원의 집권연정 이탈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호로위츠 장관이 병원장들에게 서한을 보내 '유월절'(출애굽을 기념하는 유대 명절) 기간 병원 방문객의 '하메츠'(유대인의 유월절 금기 음식으로 특히 누룩을 넣어 발효한 빵과 과자) 반입을 허용하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정통 유대교도들은 애굽에서 구원을 받아 급하게 탈출한 것을 기념해 '무교병'(無酵餠, 누룩을 넣어 발효시키는 과정을 생략한 빵)만 먹는다.
발효 식품을 공공장소에서 먹는 행위는 독실한 유대교도들의 반감을 샀다. 일부 병원들은 유월절 기간 하메츠 반입을 금지하고 문병객의 짐을 검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속적인 이스라엘인들은 현대 사회에서 이런 의식과 관행이 필요 없다고 반발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이 논란은 법정 싸움까지 이어졌는데, 이스라엘 고등법원은 2020년 유월절 기간 공공장소에서 발효 식품을 제한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독실한 유대교도와 보수적인 정치인들은 유월절 하메츠 허용이 유대 이스라엘 국가의 정체성을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후 이스라엘 사회에서 유월절 하메츠 금지 관행은 비교적 자율적인 영역에 속했는데, 호로위츠 장관이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라는 취지의 서한으로 유대교도를 자극한 것을 참을 수 없다는 게 실만 의원의 지적이다.

그와 달리 메레츠 논쟁은 표면적인 명분일 뿐이며 실제 원인은 정치적인 역학관계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는 실만 의원의 연정 이탈을 야권의 지속적인 공격의 결과로 봤다.
그는 "실만 의원은 최근 몇달간 사냥의 대상이었다. 야권 지도자 베냐민 네타냐후와 독실한 시온주의자당 대표인 베자렐 스모트리히는 실만 의원과 그 가족에게 가장 끔찍한 수준의 언어적 폭력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예루살렘 포스트 등 일부 언론은 베네트 총리가 전쟁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중재하느라 정신이 팔려 자신이 대표를 맡은 정당(야미나)의 내부 문제를 소홀히 한 것이 소속 의원의 연정 이탈로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그는 하메츠 논란이 불거졌을 때 "상호 존중과 심사숙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실만 의원의 이탈로 이스라엘 집권 연정의 의석수는 과반인 61석에서 60석으로 줄어들었다.
주요 법안을 단독 처리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추가 이탈자가 생겨날 경우 연정이 붕괴하고 다시 총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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