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계 최대 '위조사건' 탁란 진화 경쟁서 숙주 우세

입력 2022-04-12 17:08  

자연계 최대 '위조사건' 탁란 진화 경쟁서 숙주 우세
위조 알 골라내는 숙주 방어력, 탁란조 모방기술 앞서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자연계 최대의 위조 사건으로 불리는 '탁란'(托卵)은 약 2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부터 다른 새의 둥지에 비슷하게 위장한 자신의 알을 심어 양육 부담을 덜려는 탁란조와 위조된 알을 가려내려는 숙주 간의 치열한 진화 경쟁이 이어져 왔다.
탁란조 중에는 알 색깔이나 무늬가 다른 여러 종의 숙주에 맞춰 알을 위조해내는 종까지 등장해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탁란조의 알을 골라낼 수 있는 숙주의 능력이 더 앞서면서 탁란조가 수세에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동물학 교수 클레어 스폿티스우드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아프리카 휘파람새 여러 종의 둥지에 탁란하는 '뻐꾸기 핀치'(cuckoo finch)의 알 모방 유전자를 연구한 끝에 이런 결과를 얻었다.
연구팀은 잠비아 남부에서 휘파람새 네 종의 둥지 141개에서 196마리의 뻐꾸기 핀치 유전자 시료를 채취해 게놈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적어도 약 200만년 전부터 뻐꾸기 핀치 암컷이 어미로부터 암컷만 가진 W염색체를 통해 숙주와 비슷한 알을 위조하는 능력을 물려받아 온 것을 확인했다. 모계 유전을 통해 다른 종의 양육을 받으며 성장한 수컷의 잘못된 모방 유전자를 물려받는 위험을 피하고, 여러 종의 숙주 알을 모방할 수 있는 독특한 계통을 유지하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알 모방 기술은 숙주인 휘파람새를 속여 뻐꾸기 핀치의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지 않고 자기 알로 받아들이며 키우게 하는 데 중요하며, 탁란조의 생존과 직결돼 있다.



연구팀은 그러나 모계유전을 통해 여러 종에게 탁란할 수 있는 능력을 물려받아 온 것이 뻐꾸기 핀치에게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
뻐꾸기 핀치가 휘파람새 네 종에 걸쳐 탁란할 수 있는 이점은 있지만 각 숙주가 탁란을 골라내는 능력을 강화하는데 맞춰 대응력을 발전시키는 데는 느릴 수 있다는 것이다.
스폿티스우드 교수는 "특히 일부 숙주가 알의 색깔과 무늬의 특색을 놀랍도록 다양화하면서 탁란을 구분하는 능력을 향상함으로써 탁란조는 심각한 도전에 당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뻐꾸기 핀치가 모계 혈통을 달리하며 발전시켜온 탁란 기술을 서로 결합하지 못함으로써 진화경쟁에서 어려운 싸움에 처해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예컨대 휘파람새의 한 종인 '황갈색 옆구리 프리니아'(tawny-flanked prinia)는 탁란을 골라내기 위해 양친 유전을 통해 황록색을 가진 알을 점점 더 많이 낳는데, 모계 유전을 이용해 청색과 붉은색 알을 각각 진화시켜온 뻐꾸기 핀치는 이와 비슷한 알을 만드는데 필요한 색소를 혼합할 수 있는지가 불분명한 상태다.
스폿티스우드 교수는 "뻐꾸기 핀치가 진화적 참신성을 잃고 있으며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진화 경쟁에서 값비싼 대가를 치를 수 있다"면서 "숙주의 알을 모방할 수 있는 능력을 물려받는 방식이 휘파람새의 방어력을 더 효과적으로 만들고 대응력을 제한함으로써 불리한 측면을 갖고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뻐꾸기 핀치가 위조할 수 없는 특색을 가진 알이 출현해 다른 숙주를 찾아야 하거나 경험 부족으로 탁란을 골라낼 수 없는 젊은 숙주에 의존하게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실렸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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