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EU, 에너지 독립 박차…원전·재생에너지 확대

입력 2022-04-18 15:15  

[우크라 침공] EU, 에너지 독립 박차…원전·재생에너지 확대
러시아 석유 가스 석탄 의존 탈피…수입선 다변화도 모색
단기에 대체에너지 확보 어려워…가격 상승으로 고통받을 수도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에너지 의존에서 탈피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맞서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를 추진하는 EU는 에너지 독립을 통해서만이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전쟁 이후에도 러시아의 도발을 막으려면 장기적으로 EU의 에너지 공급원을 다양화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EU는 가스의 90%, 석유제품의 97%를 외국에서 수입한다. 이 중에서도 가스 40%, 원유 25%가량을 러시아에서 들여오는 상황이라 러시아가 '에너지 목줄'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EU는 원자력 발전과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을 늘리고 아울러 에너지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폭발사고를 계기로 탈(脫)원전 흐름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탄소배출을 줄여 기후변화에 대응할 과도기적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원전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는 곳이 등장했다.
각국의 치열한 찬반 논란 속에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월 원자력 발전에 대한 투자를 환경·기후친화적인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에 포함하는 입법안을 확정해 발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런 '원전 회귀'에 속도를 붙였다.



영국, 벨기에, 프랑스 등은 단계적으로 원전을 축소·폐쇄할 계획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전환점으로 원전 비중을 늘리거나 가동 수명을 연장하기로 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말 에너지 자립을 위해 2050년까지 최대 7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을 밝혔다.
벨기에는 기존 계획을 수정해 원전을 10년 더 가동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11월 신규 원자로 건설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에너지 자립을 보장하고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핀란드는 최근 유럽 지역에서 약 15년 만에 처음으로 신규 원자력 발전소 가동에 들어갔다.
원전이 많지 않은 동유럽권도 원전 건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라트비아 정부는 지난달 8일 러시아에 의존하지 않는 에너지원을 확보한다며 에스토니아와 공동으로 원전을 새로 짓자는 제안을 내놨다.
아직 원전이 없는 폴란드의 안제이 두다 대통령도 지난달 2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에서 "미국 정부와 기업들의 지원으로 원전 사업을 곧 시작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전력의 3분의 1을 원자력으로 생산하는 슬로베니아도 최근 탈석탄을 추진하면서 그 공백을 원전으로 메우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독일은 탈원전 정책을 유지하는 대신 재생가능에너지 부문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8년 안에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한 발전 비중을 배로 확대하는 등 에너지원 전환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독일의 에너지 패키지 법안에 따르면 기후 변화 대응과 안보를 위해 2030년까지 독일 에너지 믹스(전원별 구성 비율)에서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을 현행 42%에서 80%로 높일 예정이다.
독일은 매년 새로운 풍력발전기와 태양광 패널 등 대체 전력원 장비를 대거 설치하고 있다.
EU 집행위는 올해 말까지 EU가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가스 물량의 3분의 2를 줄이고 2027년까지 러시아의 화석연료에서 독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 카타르 등을 통해 가스 수요의 3분의 1 이상을 대체하고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에너지 절약 등의 방법을 동원하겠다는 것이 EU 집행위의 구상이다.
EU는 저탄소 그린 수소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EU는 현재 1GW에 불과한 그린 수소 생산능력을 2030년까지 80GW로, 당초 계획보다 두 배 늘리기로 했다.
미국도 EU의 에너지 독립을 돕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유럽 지역 에너지 공급을 확보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여기에는 EU 국가에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을 늘리는 방안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북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와 미국 등 러시아 이외 지역에서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천연가스 물량을 파악 중"이라며 "유럽이 겨울과 봄을 날 수 있도록 충분한 대체 공급망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다각적인 노력에도 EU가 단기간에 대체 에너지원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 가스의 대안으로 미국과 카타르에서 LNG를 수입하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EU는 LNG를 수입해 유럽 전역으로 유통할 기반시설과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제재로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인플레이션 압박이 증가하면 에너지 확보가 어려운 EU 국가들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자력 발전용 핵연료의 주요 공급국이 러시아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러시아는 전 세계 핵연료용 농축 우라늄의 약 40%를 생산한다.
슬로바키아, 헝가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러시아에서 핵연료를 계속 들여오고 있다.
여러 난관을 지나 EU가 러시아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기만 한다면 EU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EU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는 목표를 세우고 강력한 탄소배출 감축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EU는 2030년까지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린다는 대담한 목표를 세웠다. 이는 2019년 달성한 20% 수준의 2배로 당초 목표치인 32%를 상향한 것이다.
또한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등 강도 높은 탄소배출 감축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songb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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