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백두대간' 동서독 화해 시작된 에르푸르트에 정착

입력 2022-05-01 06:07  

'작은 백두대간' 동서독 화해 시작된 에르푸르트에 정착
남북한 야생화 예술정원 '제3의 자연'전, 3년만에 에르푸르트로 이전

(에르푸르트[독일]=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한반도의 백두대간을 재현한 남북한 야생화 예술 정원이 동서독 화해가 시작된 상징적인 도시인 독일 튀링엔주 에르푸르트에 정착했다.
에르푸트르는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가 1970년 첫 동서독 정상회담을 하면서 독일 통일로 이어진 화해를 위한 소통의 첫 발걸음을 뗀 곳이다.


독일의 수도 베를린 한복판에 있던 남북한 야생화 정원인 한석현, 김승회 작가의 '제3의 자연(Das dritte Land)'전은 1일(현지시간) 독일 튀링엔주 에르푸르트로 이전을 마무리했다.
에르푸르트 오페라와 극장이 내려다보이는 페터스베르크 요새에 새로 둥지를 튼 제3의 자연전은 베를린에서보다 작은 백두대간으로서의 형상을 더 뚜렷이 갖추게 됐다. 페터스베르크 요새는 연간 55만명이상의 방문객이 찾는 에르푸르트의 관광명소다.
돌과 흙을 이용해 기암괴석의 형태로 재현한 백두대간의 높이는 1.2m에서 1.8m로 높아지면서 존재감이 부각됐다. 작은 백두대간 주변에는 베를린 보타니셰 가르텐·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공동으로 선별한 남북의 대표적 야생화, 풀, 나무 중 베를린에서 살아남은 17종과 한국에서 새로 공수한 백두산 떡숙, 바람꽃, 함박꽃나무, 너도개미자리 등 남북한 야생화 25종을 설치했다.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인왕제색도'에서 영감을 받은 몽환적이고 산수화적인 풍경 재현을 위해 기암괴석 사이로 안개가 낀 모습도 지속해서 연출할 계획이다.
에르푸르트에서 정원 이전 작업을 마친 한석현 작가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남북한은 분단을 겪고 있지만, 자연에는 인위적 경계가 없는 만큼, 앞으로 올 제3의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정원이 분단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는 에르푸르트 시민들과 소통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정원은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을 기념해 2019년 5월 장벽이 지나갔던 베를린 한복판 쿨투어포룸의 성 마테우스 교회 앞 광장에 설치됐다가 에르푸르트시의 초청을 받아 3년 만에 자리를 옮기게 됐다.
정원은 독일 연방정치교육청이 주관하는 2020년 통일상 문화부문 은상을 받기도 했다. 일단은 2024년까지 설치허가가 났지만, 추후 에르푸르트 시립미술관과 정원관리청과 함께 연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승회 작가는 "재현한 백두대간의 높이가 높아지면서 그늘이 생기고, 식생 환경이 풍부해져서 남과 북의 야생화와 풀, 나무의 생존율이 높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정원을 옮겨 시공과 식재를 하는 과정에서 독일 시공·식재 전문가들과 소통과 협업 과정이 너무 즐겁고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제3의 자연전을 기획·주관한 금아트프로젝트 김금화 대표는 "남북한 소통의 계기가 되길 바라며 기획한 정원인데, 이제 같은 분단과 통일의 경험을 지닌 독일의 자연에 같이 물들어 조화와 공존을 이뤄가는 과정이 주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서독 분단시 서독과 가장 긴 경계를 공유했던 튀링엔주의 주도인 에르푸르트는 동방정책으로 독일 통일에 결정적 공헌을 한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가 취임 직후 제의해 1970년 빌리 슈토프 전 동독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한 곳이다. 동구 공산권과의 관계정상화 정책인 동방정책을 기반으로 1989년 동서독 통일을 향한 화해의 여정이 시작된 곳인 셈이다.
튀링엔주는 올해 구동독지역을 대표해 에르푸르트시에서 독일 통일 32주년 기념식을 연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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