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학회장들 "엄격한 재정규율 필요"…재정 '정상화' 강조

입력 2022-05-05 06:00  

정책학회장들 "엄격한 재정규율 필요"…재정 '정상화' 강조
새 정부에 재정준칙 도입 요구…"추경 편성 요건 구체화해야" 목소리
"국민연금 등 개편해야"…"저출산 예산에 대해 심층 논의 필요" 주문도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재정 정상화 및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 과제 중 다섯 번째로 내건 가운데 정책학회장들도 새 정부에 재정 규율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방안으로서 ▲ 재정준칙 도입 ▲ 정책금융 예산제도 도입 ▲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요건 구체화 ▲ 연금개혁 등이 제시됐다.
한국재정정보원이 5일 발간한 재정 월간지 '나라재정 5월호'에서 한국정책학회장, 한국세무학회장, 한국재정정책학회장, 한국행정학회장, 한국재정학회장 등은 새 정부의 재정정책 방향에 대한 칼럼을 발표했다.
옥동석 한국재정정책학회장은 "새 정부의 재정정책 방향은 무엇보다도 재정건전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서 재정준칙을 확립하는 것"이라며 "임기 중에 허용된 정부부채의 증가 또는 재정수지의 규모를 합리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정준칙은 재정 건전성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규범을 말한다.
아울러 "재정준칙에서는 그 내용뿐만 아니라 국회의 의결형식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며 재정준칙을 채택하거나 그 예외를 허용할 때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동의'와 같이 국회 의결정족수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옥 학회장은 '정책금융 예산제도'의 도입도 거론했다.
정책금융 예산제도는 금융공기업 등 공공부문이 수행하는 정책 금융들의 효과와 비용 등을 분석해 그 결과를 매년 예산안에 첨부, 국회에 제출하도록 한 제도를 말한다.
대표적 경직성 경비인 정책금융을 다른 정부 지출과 같이 예산 편성 단계에서부터 검토해 자원배분을 적절히 조절하고 관리하자는 취지다.
추경 편성 요건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정부 출범 이후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을 위한 추경 편성을 예고한 상태다.

박종수 한국세무학회장은 "정부가 예상 초과 세수와 세계잉여금 등을 국채 상환에 쓰지 않고 추경 재원으로 쓰거나, 본예산 심사 시 누락됐던 예산을 추경에 되살리기도 한다"며 "국가재정법의 애매한 추경 편성 요건을 좀 더 구체화하고 정부의 법 규정 위반 시 제재를 보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예산 증액을 위한 무분별한 추경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재정 총량 통제 재정준칙과 재정적자 상환 준칙을 도입하고 차세대 재정준칙과 경제위기 대응 재정준칙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 학회장은 아울러 양도소득세 중과 부담 완화 등을 환영하면서도 감소한 세수분을 보충하기 위해 조세특례 재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국민연금 등 제도 개편해야"…"'정책 실패' 저출산 예산, 심층 논의 필요"
전영준 한국재정학회장은 향후 정부 부채의 주원인으로 '수급권보장프로그램'(Entitlement Program)의 증가를 거론하며 재정건전성 제고를 위해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급권보장프로그램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자동으로 급여를 주는 의무지출성 복지제도로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 건강보험, 실업보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전 학회장은 "노인인구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노인의 급여 비중이 높은 프로그램에 대한 재정건전성 제고 개편이 더욱 어려워지리라 예측된다"며 "개편이 당장 이루어지더라도 재정건전성 효과가 나타나는 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행 제도를 도입 목적에 부합되게 개편하면서 재정지출 소요액을 줄일 수 있는 많은 여지가 있다"며 "이러한 개편을 미래로 미루지 말고 지금 하자"고 제안했다.

'정책 실패'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되는 저출산 예산에 대해서는 심층적 논의와 분석을 통해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숙연 한국행정학회장은 "저출산 예산을 논의할 때 직접지원, 간접지원을 구분하거나 경상적 지출, 자본적 지출 등을 세분해서 논의하지 않고 총액을 일괄 합산해 예산 규모를 둘러싼 착시 효과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2016∼2020년 저출산 예산 150조원 중 31%(47조원)를 차지하는 주거지원은 금융지원의 형태로 추후 회수가 가능하지만,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예산 총액에 단순 반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저출산 예산의 왜곡 또는 과대평가를 초래해 출산 관련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고 그는 언급했다.
원 학회장은 아울러 우리나라 저출산 관련 직접지원 예산에서 현금지원 비중이 서비스 지원보다 작다며 예산 재구조화 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제안했다.
그는 "2015년 예산 기준 우리나라 저출산 예산의 현금 비중은 1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1%는 말할 것도 없고 일본(46%), 프랑스(41%), 스웨덴(38%) 등과도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현금지원과 서비스 지원의 비중이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나 원인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면밀한 검토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encounter2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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