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언론인, 애국주의 영화 '장진호' 비판했다가 징역 7개월

입력 2022-05-06 12:27  

중국 언론인, 애국주의 영화 '장진호' 비판했다가 징역 7개월
강화되는 중국 SNS 검열…"온라인 게시물로 인한 징역형 늘어"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 사법당국이 소셜미디어에 애국주의 영화 '장진호'를 비판하는 짧은 글을 썼다는 이유로 자국 언론인에게 징역 7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6일 중국 중앙(CC)TV에 따르면 하이난성 싼야시 청자오 인민법원은 전날 영웅 열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언론인 뤄창핑에게 징역 7개월을 선고했다.
중국의 유명한 탐사 기자였던 뤄창핑은 지난해 10월 6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반세기가 지났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전쟁이 정의로웠는지에 대해 거의 반성하지 않았다"며 "당시 모래조각 부대가 상부의 훌륭한 결정을 의심하지 않은 것과 같다"고 영화 장진호를 비판하는 39자의 짤막한 글을 올렸다.
영화 장진호는 6·25 전쟁 중 가장 치열한 전투 중 하나로 꼽히는 '장진호 전투'를 철저하게 중국인의 시각에서 그린 영화다.
1950년 겨울 개마고원 장진호 일대까지 북진했던 미 해병 1사단이 중공군 7개 사단에 포위돼 전멸 위기에 처했다가 포위망을 뚫고 철수하는 과정에서 미군과 중공군 모두 큰 피해를 봤지만, 영화는 이 전투가 항미원조(抗美援朝·한국전쟁의 중국식 표현) 최종 승리의 토대를 닦았다고 묘사했다.
중국인들은 혹한의 추위에서 얼어 죽은 중공군 병사들을 향해 '얼음조각' 부대라고 칭하며 영웅으로 대접하고 있다.
뤄창핑이 막대한 사상자를 낸 군 수뇌부의 결정을 비판하는 동시에 얼음조각 부대로 칭송받은 희생자들을 모래조각 부대로 묘사한 것이다.


'모래조각'(沙雕)은 어수룩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키는 중국의 인터넷 용어다.
중국 네티즌들은 뤄창핑을 향해 비난을 퍼붓기 시작했고, 그는 다음날 오전 글을 삭제하고 오후에는 또 다른 소셜미디어 사과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하이난성 싼야시 공안은 글을 올린 지 이틀 만인 8일 전쟁 영웅과 순교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고, 수사를 거쳐 지난 2월 기소했다
법원은 이날 재판에서 "뤄창핑은 인터넷에서 영웅 열사를 모욕하고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과 항미원조 정신을 부정했다"며 "사회 공공질서를 파괴하고 사회 공공이익을 해쳤다"고 판시했다.
이어 "그의 행위는 영웅 열사의 명예를 침해하는 죄가 되므로 법에 따라 처벌하고 그에 따른 민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뤄창핑 선고 사례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많은 활동가가 온라인 게시물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5월 싸움을 하고 문제를 일으킨 혐의로 체포된 뒤 1년 가까이 재판에 회부되지 않고 있는 인권 운동가 왕아이중 사건과 시진핑 국가 주석의 사진에 먹물을 뿌린 혐의로 정신병원에 감금된 여성을 지지한다고 한 뒤 국가 전복 혐의로 구속된 어우뱌오펑 사건을 사례로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왕아이중과 어우뱌오펑이 SNS에 글을 쓰거나 외국 언론과 인터뷰를 했기 때문에 체포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베이징에 있는 비정부단체(NGO) 이런핑(益仁平)센터의 창설자인 루쥔은 SCMP에 "과거에는 이러한 행동은 큰 범죄가 아니었고 보통 행정처분이나 2주간 구금 처벌을 받았다"며 "과거에는 용납되는 행동이었으나 지금은 아니고, 국가 전복을 포함한 정치적 혐의도 빈번하게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jk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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