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유럽, EU 넘어 정치·군사 대국화 모색

입력 2022-05-11 14:51  

[우크라 침공] 유럽, EU 넘어 정치·군사 대국화 모색
마크롱, 새로운 정치공동체 제의…외교·국방 등 의사결정 신속화 필요성
우크라·조지아·몰도바 등 포용…'브렉시트' 영국도 참여 가능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유럽이 경제 통합을 넘어 정치 통합을 추구하면서 정치·군사 대국화를 모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위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유럽연합(EU)은 정치적 통일체로서 목소리를 내지 못한데다 미국과 러시아 간 '신냉전' 구도에서 배제되는 수모를 겪었다.
또한 EU는 자체 군사력을 보유하지 못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안보 문제에 주도권을 발휘할 수 없는 한계가 노출됐다.
EU는 신규 가입 절차가 복잡해 가입을 절실히 원하는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등을 끌어안지 못하면서 위기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담대한 정치 통합 비전을 제시했다.
재선에 성공한 마크롱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유럽의회 연설에서 유럽의 모든 민주 국가가 참여하는 새로운 정치 공동체 창설을 제안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EU의 통합 수준과 비전을 볼 때 단기적으로 EU는 유럽 대륙의 유일한 정치 구조가 될 수 없다"고 평가하고 EU 역외 국가를 포용할 수 있는 광범위한 정치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럽 정치 공동체'는 안보는 물론 에너지와 교통, 인프라 투자, 유럽인의 이동과 교류 등에 대한 정치적 협력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제안은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등에 대한 EU 가입 절차가 진행되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이들 역외 국가가 유럽 정치 공동체에 쉽게 참가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EU 가입 후보국의 지위를 부여한다고 해도 정식 가입까지는 수년 혹은,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하고 우크라이나, 조지아, 몰도바 등 EU 가입 희망국을 신속하게 포용할 수 있는 정치 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이 기구에는 EU를 탈퇴한 영국도 참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제의의 구체성과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지만 EU 내에서 정치 통합을 가속하는 논의를 촉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EU의 경제 통합은 완성 단계에 와 있지만 정치 통합은 상대적으로 더디다.
이 때문에 외교와 국방 정책 등 신속한 결정이 요구되는 사안에서 EU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받고 있다.
앞서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국방 정책 등에서는 '실용적인 연방주의'가 필요하다며 "EU가 만장일치 원칙을 극복하고 다수결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특정 분야에서는 EU의 의사결정 방식인 만장일치제를 폐지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연방국을 넘어 '유럽 합중국'으로서 세계 최강국의 비전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유럽의 현안에 목소리를 높이면서 EU 지도자로 부상하고 있다.
재임 16년간 사실상 유럽의 지도자 역할을 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해 말 물러난 뒤 마크롱은 '포스트 메르켈' 시대의 유럽 지도자로 떠오르며 유럽 리더십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 방위를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가 진정한 유럽의 군대를 갖겠다고 결심하지 않는 한 유럽을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프랑스가 EU 의장국으로 활동하는 올해 상반기에 EU의 주권을 강화하고 나토에 대한 방위 의존을 줄이는 등 나토와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토 창설 멤버인 프랑스는 1960년대 중반 나토군에서 병력을 철수했다. 그 이후 프랑스는 나토의 정치기구에만 참여할 뿐 나토와는 별개인 독립적 방위 기구를 추진해왔다.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미국과 러시아 간 협상에서 EU가 배제된 상황을 계기로 EU 자체의 방위력을 증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EU 집행위원회 보안 문서에 따르면 EU는 2025년까지 병력 5천 명 규모의 유럽 합동군을 창설할 계획이다.
유럽 합동군 창설 계획 초안은 육·해·공군력을 모두 포함하는 신속대응군이 적대적인 환경에서 구조·대피, 또는 안정화 작전과 같은 모든 범위의 군사적 위기관리 임무를 수행하는 내용을 담았다.
유럽이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정치, 군사적 자주성을 추구하는 데 대해 중국은 내심 반기는 모습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0일 마크롱 대통령과 통화에서 "중국은 프랑스가 전략적 자율성을 견지하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프랑스는 중국과 많은 공감대가 있고 중국과 더 긴밀한 조율과 협력을 원한다"며 "프랑스와 EU는 독립·자주 전략을 유지하며 집단 대결을 찬성하지도, 참가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시 주석도 마크롱 대통령의 재선을 축하하면서 "중국과 프랑스는 모두 독립성과 자율성의 전통을 가진 위대한 나라"라고 언급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중국은 EU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EU 또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songb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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