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이자 독배' 안고 출항 원희룡號, 주택시장 안정 끌어낼까

입력 2022-05-15 11:32  

'시험대이자 독배' 안고 출항 원희룡號, 주택시장 안정 끌어낼까
250만호 공급 로드맵 '속도'…재건축 규제완화 '속도조절' 전망



(세종=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야당의 거센 '검증 공세'에도 윤석열 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수장에 오른 원희룡 장관이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주택시장 안정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원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적격 판정'을 내린 5명의 장관 후보자 명단에 들어갔지만, 한동훈 법무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과 비교하면 공세 수위가 낮은 편이었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관가에서는 원 장관의 임명은 시간의 문제이며 '낙마' 우려는 없다는 관측이 많았다.
원 장관은 내정 직후부터 부동산·교통 정책을 다룬 경험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반면 다선 의원의 관록과 제주지사 연임으로 쌓은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장관직 수행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평가도 함께 나왔다.
원 장관은 장관 내정 직후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윤 대통령이 자신을 국토부 장관으로 내정하면서 '시험대이자 독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시장의 이치와 전문가들의 식견을 최대한 겸허하고 정직하게 받아들이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대통령과 원 장관 모두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중책을 맡은 국토부 수장 자리가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지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특히 차기 대권 주자로도 꼽히는 원 장관이 장관직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 사활을 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새 정부의 초대 국토부 장관직을 어떻게 수행하느냐가 향후 그의 정치 인생을 결정할 기로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시험대이자 독배'라는 표현처럼 원 장관 앞에 놓인 과제는 결코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었다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요 지역의 집값이 대선 이후 다시 들썩이고 있어 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시급하다.
문재인 정부 말기 단행한 금리 인상과 잇단 대출 규제에 주택거래가 급감하고 집값 상승세가 꺾이면서 연초엔 주택시장이 하향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왔으나, 대선 이후 서울 강남과 수도권 1기 신도시 등의 집값이 들썩이며 불안한 모습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특히 집값 불안을 초래한 원인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내건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등 정비사업 규제 완화 공약이 지목되면서, 이들 공약을 무리 없이 이행해야 하는 국토부 장관으로서는 정책 시행의 시기를 고민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부동산 정책은 워낙 민감한 영역이어서 정책 자체는 물론 정책 시행 시점과 속도를 두고도 논란이 벌어진다.
이달 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동산 태스크포스(TF)가 1기 신도시 정비사업과 관련해 "중장기 국정과제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가 윤 당선인의 공약과 배치된다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쏟아지면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이에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직접 나서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수습하기도 했다.
가계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관련 정책에 대부분 국민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윤 대통령의 부동산 공약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집값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절대 녹록지 않아 보인다는 게 국토부 안팎의 평가이다.
원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단기간에 불필요하게 가격을 자극하는 조치는 후순위로 미루고, 전체적인 청사진과 방향성에 대해 일관된 신호를 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대선 직후에는 재건축 규제 완화 조치가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 전망이 있었지만, 지금은 속도 조절론에 힘이 실린 분위기다.
최근에는 재건축 추진의 걸림돌로 꼽혀온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개정을 내년으로 미룰 것이라는 인수위의 내부 문건이 공개되기도 했다.



원 장관은 취임 직후 가장 먼저 대통령의 대표 공약인 '주택 250만호 공급 로드맵' 작성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완전한 실패'로 규정하면서 실패의 원인을 수요 억제에만 집중하고 공급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수요가 있는 곳에 충분한 양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게 원 장관의 인식이다. 원 장관은 특히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 충분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공공택지 개발뿐 아니라 민간 공급을 활성화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맞춰 국토부는 올해 안에 ▲ 주택공급 로드맵 수립 ▲ 민·관 합동 도심재정비 TF 구성 ▲ 청년원가주택 사전청약 공급계획 수립 ▲ 모듈러 주택 인센티브 도입 및 로드맵 수립 ▲ 분양가상한제·고분양가 관리제도 합리화 등을 추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집값 안정뿐 아니라 전·월세 가격 안정도 무주택자·서민의 주거 문제가 달린 주요 과제이다.
시장에서는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 3법'이 7월 말 시행 2년을 맞기 때문에 8월부터는 2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임대차 물건의 만기가 돌아와 임대차 시장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소야대인 국회에서 입법을 통한 '임대차 3법' 개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원 장관으로서는 제도의 전면 개편보다는 임대차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적확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숙제다.



집값 급등에 따른 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의 전면 수정도 연내 추진 과제다.
아울러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을 위해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과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공약을 입법으로 연결해 현실화하기 위해 거대 야당을 설득하는 것도 국토부 장관에게 주어진 난해한 '미션'이다.
원 장관은 이 난제의 해결책으로 '소통'을 꼽아왔다. 그는 지난달 장관 내정 직후 자신의 국토부 장관 임명을 두고 "국민 소통과 정무적인 조율에 대한 전문가로서 내가 투입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전날 국토부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정책 성공의 전제 조건은 소통이다. 언제나 국민과의 소통을 염두에 둘 것이며 낮은 자세로 국민과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원 장관은 16일 취임식을 하고 본격적으로 장관 업무를 시작한다. 행사는 국민·언론과 소통한다는 취지로 유튜브를 통해 모두 공개할 계획이다.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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