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한국의 게임 IP, 세계를 이끄는 혁신은 어디에?

입력 2022-05-21 11:00  

[게임위드인] 한국의 게임 IP, 세계를 이끄는 혁신은 어디에?
'페이 투 윈' 뛰어넘는 지속적인 혁신 없어
닌텐도,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등 IP 확보 전쟁중

[※ 편집자 주 = 연합뉴스는 2022년 5월 21일부터 게임 전문 코너 [게임위드인]을 송고합니다. 1주 혹은 2주 간격으로 토요일에 송고되는 이 코너는 게임업계의 트렌드와 게임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다룹니다. 아울러 개발 중인 신작, 화제의 게임, 주목할 만한 명작을 게이머의 시각에서 분석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세계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포켓몬'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은 20세기가 저물어 가던 무렵이었다. 우리나라 어린이들 사이에선 포켓몬 스티커 수집 열풍이 불면서 스티커가 든 '포켓몬빵'이 월평균 500만개 팔리기도 했다.
당시 코흘리개나 10대였던 포켓몬 팬들은 20여년 후 경제력을 갖춘 성인으로 성장했고, 이들은 올해 2월 '띠부씰'(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스티커)이 든 포켓몬빵이 20년만에 재출시됐다는 소식에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포켓몬빵은 재출시 1주만에 150만개, 40일만에 1천만개가 팔렸고, 요즘도 제품이 편의점에 도착하자마자 게눈 감추듯 없어져서 구경하기가 어렵다.
이처럼 전 세계에서 남녀노소 폭넓은 인기를 누리는 포켓몬 지적재산(IP)의 시초는 1996년 닌텐도가 휴대용 게임기 '게임보이'로 발매한 게임 '포켓몬스터 레드·그린'이었다.
게임 타이틀 하나로 시작한 포켓몬 IP는 이후 애니메이션과 각종 캐릭터 사업으로 확장하면서 세계를 정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P를 확보해 놓은 원작을 영화, TV, 소설, 게임, 만화, 음악 등 다양한 장르와 매체로 확장하는 IP 전략인 '미디어 프랜차이즈화'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20일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의 추정에 따르면 닌텐도의 포켓몬 IP는 1996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총 1천50억 달러(약 132조 원)의 매출을 낸 것으로 추정돼, 산리오의 헬로 키티(845억 달러), 월트디즈니의 미키 마우스(803억 달러) 등 유서 깊은 다른 미디어 프랜차이즈를 누르고 총 매출 1위를 차지했다.


◇ MS와 소니의 인수합병으로 불붙은 IP 확보 경쟁
이처럼 매력적인 IP로 충성 고객을 한번 확보하고 나면 새로운 게임이나 연관 상품을 출시할 때마다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전세계 게임 업체들이 IP 확보와 육성에 집중하는 이유다.
가정용 콘솔·휴대형 게임기 플랫폼의 전통적 강자인 닌텐도는 이미 수십년 전부터 이 점에 착안해 체계적인 IP 확보와 미디어 프랜차이즈화에 힘써 왔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PS)과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역시 자사 플랫폼으로 게이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0년 '엘더 스크롤', '폴아웃', '둠' 시리즈 IP와 개발사를 보유한 제니맥스 미디어를 약 8조7천억원에 인수했다.
이어 올해 초에는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콜 오브 듀티' 등 매우 가치가 높은 게임 IP를 보유한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82조 원에 인수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 역사상 단연 가장 큰 인수합병 거래였다.
MS는 이렇게 확보한 IP를 게임 콘솔 엑스박스와 구독형 게임 서비스 '엑스박스 게임 패스' 생태계를 통해 독점으로 제공해 시장 지배력을 키운다는 구상이다.
이에 질세라 소니의 게임 사업 회사인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도 지난 2월 '헤일로', '데스티니' 시리즈를 만든 개발업체 '번지'를 4조3천600억원에 인수하고, 구독형 게임 서비스를 발표했다.
소니 그룹은 최근 PS 독점작인 '언차티드' 시리즈를 영화화한 데 이어, 내년에는 '라스트 오브 어스' 드라마판을 HBO를 통해 방영하는 등 게임 IP를 확장해 미디어 프랜차이즈로 키우는 데 힘쓰고 있다.


◇ 국제 게임 시상식서도 IP 게임이 강세…한국 게임은 '찬밥'
매년 말이나 초에 열리는 권위 있는 국제 게임 시상식에서 '올해의 게임'(Game Of The Year·GOTY) 등 전체 부문을 총괄하는 최고상은 주요 IP로 성장한 게임들이 유력한 수상 후보에 오른다.
2015년에는 앞서 언급된 '폴아웃' 시리즈의 신작 '폴아웃 4'가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 게임상과 미국 '인터랙티브 예술 과학 아카데미'(AIAS)의 'DICE 상'을 받았다.
넷플릭스 시리즈 '위쳐'로 잘 알려진 위쳐 시리즈의 최신작 '위쳐 3'는 같은해 게임개발자콘퍼런스(GDC) 어워드, '골든 조이스틱 상', '더 게임 어워드'등 주요 시상식에서 GOTY로 선정됐다.
2017년에는 닌텐도의 '젤다의 전설' IP로 나온 게임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가 주요 시상식을 독식했고, 그다음 해에는 '갓 오브 워' IP로 나온 최신작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반면 국산 게임들은 '게임 강국'이라는 인식이 무색하게 주요 국제 게임 시상식에서 GOTY 등 전체 부문 최고상 후보로 올라가는 일이 드물다.
크래프톤[259960]의 '배틀그라운드'가 2018년 DICE 게임상에서 한국 게임으로서는 처음으로 '올해의 액션 게임'·'온라인 게임플레이'등 2개 부문별 상을 받은 정도가 한국 게임으로서는 드물게 큰 성과다.
최근 수 년간 한국 영화나 K-POP이 주요 국제 시상식에서 최고상을 잇따라 받은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한국 게임들이 상복이 없는 이유 중 일부는 주력 플랫폼의 유형이 다르기 때문이다. GOTY 수상작과 후보작은 한국 게임업계 주류인 PC 온라인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이 아니라, 북미와 유럽에서 강세인 콘솔 게임이 주류를 이룬다. 수상작도 수백억∼수천억원대 개발 비용이 들어가는 '트리플A(AAA)급' 패키지·콘솔 게임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주요 시상식 상당수가 온라인·모바일 게임도 부문별로 시상하고, 중소 개발사의 저예산 게임이나 인디 게임도 종종 대형 개발사 작품을 제치고 GOTY로 선정되기도 하는 점을 보면, '플랫폼 탓'만 할 일은 아니다.


◇ 제자리걸음 하는 내수용 IP 대부분인 국내 게임시장
결국 아직까지 한국 게임업체들이 국제 게임시장에서도 널리 인정받고 세계 게이머들의 상상력을 오래 붙잡아 둘만한 IP를 내놓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20년이 넘은 한국 게임산업 역사에 장수 IP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장수 IP가 바로 엔씨소프트[036570]의 '리니지'다. 엔씨는 1998년 처음으로 리니지를 선보인 이래 '리니지2'(2003), 리니지 M(2017), 리니지 2M(2019), 리니지W(2021) 등 후속작을 내놨다. 넷마블[251270]도 리니지 IP를 빌려와 '리니지2 레볼루션'(2016)을 선보였다.
하지만 리니지 프랜차이즈는 안타깝게도 제대로 성장을 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거듭한지가 오래 됐다.
리니지와 리니지2는 발매 초기에 여러 기술적·시스템적 혁신을 보여 줬으나, 2010년대 이후 나온 리니지 IP의 후속작들은 플랫폼만 모바일로 바꿨을 뿐, 내용은 전작의 '자기복제'에 머무른 채 페이 투 윈(Pay to Win·돈을 쓸수록 강해지는 게임)을 지향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도화하는 데만 집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엔씨의 올해 1분기 실적공시에 따르면 지역별 매출액 비중은 한국 시장이 전체의 63.7%를 차지했고 아시아 시장이 26.7%, 북미·유럽이 4.7% 순이었다. 앱마켓 순위가 높은 대만·일본 시장 정도를 제외하면 사실상 리니지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 국내 게이머들에 어필하는 내수용 IP가 리니지의 현주소다.
전통 있는 게임 IP를 다수 보유한 넥슨도 자체 브랜드 중 주력 게임은 '메이플스토리', '던전 앤 파이터', '서든어택', '마비노기'등 서비스한 지 10년 이상 된 구작들이다.
넥슨은 모바일 플랫폼을 중심으로 꾸준히 신작을 선보이고 있으나, '바람의 나라M',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처럼 성공한 구작의 리메이크가 대부분이다. 매출 비중은 올해 1분기 기준 한국이 절반 이상인 53%였고, 중국 시장이 33%였다. 북미·유럽 시장은 5%에 불과했다.


◇ 지속적인 혁신·신작 개발이 IP 성공의 열쇠
앞서도 언급된 세계적인 게임 IP들은 지속적으로 신작을 선보이면서 나름대로 혁신을 담아내고 진화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은 결과물이다.
포켓몬스터 시리즈는 1996년 151마리의 1세대 포켓몬을 선보인 이래 1∼2년 주기로 신작을 내며 8세대까지 제각기 외형과 설정이 다른 총 905마리의 포켓몬을 출시했다. 올해 말에는 9세대 포켓몬이 나올 예정이다.
복수의 개발사가 돌아가며 매년 신작을 내놓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시리즈마다 새로운 스토리와 배경, 시스템을 선보인다. 시리즈가 오래된 만큼 일부 게이머들로부터는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비판도 받지만, 매년 프로 대회도 열릴 만큼 콘솔 시장에서는 인기 IP다.
성공적인 IP를 만들어냈더라도 혁신적인 시도가 담긴 신작 개발 없이는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 게임사들도 이런 점을 잘 알기 때문에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IP 개발에 열심이다. 그간 쌓아 온 게임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AAA급 콘솔 게임에 도전하는 한편, 웹툰·웹소설 플랫폼을 인수해 신규 IP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과거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혁신을 보여 줬던 우리나라 게임업계가 세계 시장에 새로운 혁신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juju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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