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정교회 수장 키릴 총대주교, 푸틴 야욕의 핵심"

입력 2022-05-22 12:20  

"러 정교회 수장 키릴 총대주교, 푸틴 야욕의 핵심"
뉴욕타임스 지적…푸틴 장기집권 엄호·민족주의 사상 제공
정부지원 업고 교세 확장…우크라 침공 두둔하다 EU 제재 눈앞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엄호하고 그의 입장을 추종하는 대가로 막대한 후원을 받아 교세를 확장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적극 엄호하다 이제는 유럽연합(EU)의 제재 리스트에 오를 처지에 놓였다.
러시아 정교회의 수장 키릴(75) 총대주교 이야기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키릴 총대주교가 푸틴 대통령 야욕의 핵심에 있다며 21일(현지시간) 둘의 관계를 조명했다.
약 1억 명의 신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정교회는 동방 정교회에서 최대 교세를 자랑한다. 동방 정교회는 가톨릭과 함께 기독교에서 가장 오래된 종파다.
2009년 선출된 그는 러시아 정교회를 푸틴 대통령의 민족주의 사상의 일부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키릴 총대주교 푸틴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신의 기적'이라 부른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게이 퍼레이드'로 우크라이나에 침투하려는 서방의 음모에 대한 정당한 방어라고 규정했다.
지난 4월에는 강론에서 "우리 모두 깨어나야 한다. 역사적 운명이 달린 특별한 시간이 왔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군인들에게는 "우리는 조국을 사랑하기 위해 역사를 통해 길러졌다"며 "러시아인만이 조국을 지킬 수 있고 우리는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EU는 다음 대러 제재 대상에 그를 올릴 계획이다.
이는 미국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 부과한 이후 첫 종교 지도자에 대한 제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의 가톨릭 성직자 엔초 비안치는 종교지도자에 대한 제재는 '교회 내 정치적 간섭'의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푸틴 대통령과 키릴 총대주교의 동맹은 재앙과도 같다고 지적했다.
그를 비판하는 세력은 키릴 총대주교가 어릴 적 소련 체제에서 겪은 억압적 경험이 그를 푸틴 대통령과 손잡도록 했고, 그의 지휘 아래 러시아 정교회는 권위주의 국가의 타락한 영적 분파가 됐다고 주장해왔다.
여기에는 러시아 권력 구조상 키릴 총대주교가 푸틴 대통령에게 어쩔 수 없이 굴복하게 된 것이라는 시각과 함께, 키릴 대주교 자신의 야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견이 존재한다.
키릴 총대주교는 최근 몇 년간 모스크바가 로마와 콘스탄티노플에 이어 '제3의 로마'로, 기독교의 정신적 중심지라는 이데올로기를 추구하며 러시아 정교회의 확장을 바라왔다.
이는 푸틴 대통령의 표방하는 '루스키 미르(러시아 세계)'와도 결을 같이 한다. 러시아 정교회를 정신적 기반으로 한 범슬라브 국가를 건설해 서방의 도덕적 부패로부터 문명을 구원한다는 사상이다.
포드햄대 정교회 기독교 학과 세르게이 채프닌 선임연구원은 "키릴 총대주교가 보수적인 이념을 찾고 있던 푸틴 대통령에게 전통적인 가치관, 루스키 미르의 개념을 팔았다"고 말했다.

초창기 키릴 총대주교는 러시아와 서방 성직자들의 교류를 허용하고 대화에도 열려있었다고 한다.
오히려 전통주의 세력이 그의 개혁적 스타일을 경계했다. 그는 경기장에서 대형 교회 행사를 열었고, 1994년부터는 매주 TV쇼에서 메시지를 전하며 인기를 얻었다.
2011년에는 부정 총선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고, 크렘린궁이 이를 신경 쓰지 않는다면 '매우 나쁜 징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러시아 언론에 그와 가족들이 소유한 호화 아파트가 보도됐다. 수십억달러의 비밀 은행 계좌, 스위스 별장, 요트 등 확인되지 않은 내용도 등장했다. 3억달러(약 3천819억원)에 달하는 스위스 최고급 시계를 찬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키릴 총대주교는 급격히 태세를 전환, 러시아의 야망에 전폭적인 지지와 이데올로기를 제공했다.
10년간 개인비서를 지낸 사제 시릴 호보룬은 "크렘린궁은 갑자기 키릴 총대주교의 말을 채택, 전통적인 가치관과 어떻게 러시아가 다시 위대해져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에게는 크렘린궁과의 협업이 교회의 자유를 지키는 길"이라며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총대주교로 있는 동안 교회는 결국 감금 상황에 놓이게 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푸틴 대통령 집권 하에서 러시아 정교회는 교회 재건을 위한 자금 수천만 달러를 벌었다. 종교 학교 건립용으로 국가 재정지원도 받았다.
시리아에 있는 안티오크와 예루살렘 정교회 총대주교청에도 자금을 쏟아부으며 세를 과시했다. 사재는 기밀을 유지했고, 교회 교무금은 '깜깜이'로 크게 올렸다.
이제 그가 살아남으려면 더는 선택의 여지 없이 푸틴 대통령과 협력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채프닌 교수는 "일종의 마피아 개념"이라며 "한번 들어오면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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