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피격사망 알자지라 기자, 이스라엘군이 조준사격"

입력 2022-05-25 12:18  

CNN "피격사망 알자지라 기자, 이스라엘군이 조준사격"
목격자 증언…이스라엘군 주장 반박할 영상도 보도
"총격전, 팔레스타인 무장대 없이 조용한 상황서 피습"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제닌에서 알자지라 여기자 시린 아부 아클레(51)가 피격 사망한 것은 이스라엘군의 조준 사격에 의한 것이라고 CNN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6시 30분께 아부 아클레 기자는 다른 기자들과 함께 이스라엘군이 수색을 나온 제닌 난민캠프 입구 근처에 서 있다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
그가 피격당할 때 현장 부근에 있던 여러 목격자는 근처 길가에 있던 이스라엘군이 기자들을 조준해 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무차별 사격, 무장세력과 함께 있던 까닭에 총격전 중에 저격당했을 가능성 등 이스라엘군(IDF)이 되풀이한 주장과 다르다.
CNN은 이스라엘군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할 수 있는 영상 증거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영상에는 아부 아클레 기자 주변에 팔레스타인 무장대도 없었고 총격전도 없었다.
8명의 목격자와 음성 분석 전문가, 폭발물 전문가가 진위를 확인한 이들 영상은 아부 아클레 기자가 이스라엘군의 조준사격을 시사한다고 CNN은 밝혔다.
이들 영상을 보면 아부 아클레 기자가 피격 사망하기 직전 제닌 난민촌 입구 부근은 평온했다.
하나이샤와 다른 4명의 기자, 현지 주민 3명은 당시 많은 사람이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터나 학교로 가고 있었고, 거리는 비교적 조용했다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모두 푸른색 방탄조끼를 입고 있었고 조끼에는 이들이 현장을 취재하러 나온 기자들임을 알리는 글씨가 씌어 있었다.
아부 아클레 기자 바로 옆에 서 있었던 또 다른 팔레스타인 여기자 샤타 하나이샤 씨는 "그녀가 갑자기 쓰러졌고 머리에서 피가 흥건하게 흘러나왔다"고 말했다.
하나이샤 씨는 "총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그 총알이 우리를 향해 날아올 줄 몰랐고, 그들이 우리를 죽이려 한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건 이후 이스라엘군은 조준사격 가능성을 전면 배제하는 쪽으로 항변을 이어왔다.
처음부터 누가 아부 아클레 기자를 쏘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당일 이스라엘군 대변인 랜 코차이는 군 라디오 방송에서 아부 아클레 기자는 "무장한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에서 현장을 촬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초기 조사를 마친 뒤에도 그녀가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의 무차별 사격 또는 이들과 총격전을 벌이던 이스라엘 저격수가 쏜 총에 맞았을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당시 이스라엘 저격수는 아부 아클레 기자가 총을 맞은 곳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에 있었다.
IDF는 사건이 일어난 지 여드레가 지난 19일에도 아부 아클레 기자의 피격 사망과 관련해 어떤 범죄 혐의를 조사해야 할지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 23일에도 IDF의 수석 변호사인 이파트 토머-예루샬미 소장은 "전투 지역 한가운데서" 누가 죽었다고 곧바로 범죄 수사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아부 아클레 기자는 알자지라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적극적으로 취재한 유명인사였다.
그 때문에 10여 명의 남자 기자들이 스웨터를 입거나 샌들을 신은 채 그녀와 그녀의 동료들을 보기 위해 모여들었다.
이들은 주변을 어슬렁대며 잡담을 나눴고 일부는 담배를 피웠으며, 또 다른 일부는 자신의 휴대폰으로 주변 사진을 찍었다.
CNN이 공유한 16분짜리 휴대폰 영상에는 이 전화기의 주인이 기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걸어가면서 멀찍이 주차한 이스라엘 장갑차를 '줌인'하는 장면이 들어 있었다.
그는 "저기 저격수 좀 봐"라고 말했고, 곧이어 10대 소년이 얼쩡거리자 "까불지 마. 장난 아냐. 여기서 죽고 싶지 않단 말야. 살고 싶다고 임마"라고 소리쳤다.
제닌 난민촌 거주자로 이 16분짜리 영상을 찍은 27살의 살림 아와드 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아부 아클레 기자 피격 당시 팔레스타인 무장대원이나 어떤 충돌도 없었으며,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총을 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누가 다투거나 한쪽이 다른 쪽과 대치하는 상황도 아니었고, 우리 한 열 명이 어슬렁대며 잡담하고 웃으면서 기자들과 농담하고 있었다"며 "뭘 무서워하거나 어떤 일이 벌어지리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기자들이 주변에 있어서 오히려 "안전지대"라고 여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현장에 도착한 지 약 7분이 지나 갑자기 총격이 시작되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그의 휴대폰 영상에는 아부 아클레와 하나이샤, 또 다른 기자와 프로듀서 등 팔레스타인 언론인 4명이 이스라엘 군용 차량을 향해 걸어가다 갑자기 총알이 날아오자 아부 아클레 기자가 몸을 돌리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영상은 곧바로 이스라엘 호송차를 향했다.
아와드 씨는 "너덧 대의 군용 차량에서 군인들이 총을 겨누고 있었고, 그중 한 명이 아부 아클레 기자를 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바로 저기에 서 있었고 직접 그 장면을 목격했다"며 "총알은 그녀가 입고 있던 방탄조끼와 그녀가 쓴 헬멧 사이, 그녀의 귓가를 맞혔다"고 밝혔다.
그는 또 "그녀에게 다가가려 하자 우리에게도 총알이 날아왔다"면서, 길을 건너 그녀를 도와주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사건 당시 성인 남성들과 소년들 무리에 섞여 있던 16세의 팔레스타인 소년도 아부 아클레 기자가 피격당하기 직전 "누구도 총을 쏘거나 돌을 던지지 않았다"며 "아무 일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들이 이스라엘 군인들 쪽으로 걸어가면서 따라오지 말라고 말해 그냥 뒤에 서 있었고, 곧이어 기자들을 향해 총격이 시작되자 자신은 3m 떨어진 곳에 주차돼 있던 자동차 뒤로 숨었으며, 그곳에서 아부 아클레 기자가 총에 맞아 죽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기자들이 모두 병원으로 간 뒤 이 소년이 6시 36분에 찍은 영상에는 이스라엘 군용 차량 5대가 천천히 아부 아클레 기자가 숨진 현장 옆을 지나 제닌 난민촌을 떠나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kjw@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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