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는 끝나고…영국 왕실 후계 구도 주목

입력 2022-06-06 17:37  

축제는 끝나고…영국 왕실 후계 구도 주목
"주빈 없는 파티" 여왕 주요행사 불참에 왕위계승자들에 관심 쏠려
英 젊은층 무관심·영연방 분열 조짐에 왕실 앞날 밝지만은 않아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즉위 70주년을 기념하는 '플래티넘 주빌리'가 5일(현지시간) 성황리에 마무리됐지만 축제를 끝낸 왕실 앞에는 풀고 가야 할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이제는 더는 미룰 수 없는 왕실 후계 문제가 대두할 전망이며 입헌군주제 자체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외신들은 올해 96세를 맞아 1천년 내 가장 오랫동안 재위한 영국 국왕으로 기록될 여왕의 치세를 기념하는 이 축제의 상당 부분은 여왕이 참석하지 못한 채 진행된 점에 주목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플래티넘 주빌리가 주빈이 없는 파티가 됐다"면서 "그의 부재는 황혼기에 접어든 엘리자베스 2세 시대를 상징한다"고 평했다.
이 때문에 고령인 여왕의 건강에 대한 우려와 맞물려 왕위 계승 서열 1, 2위인 아들 찰스 왕세자와 손자 윌리엄 왕세손에 세간의 주목이 집중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어느 정도 의도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여왕이 자신의 뒤를 이어 다음 국왕이 될 자손들을 위해 터를 닦는 모습을 보여와서다.

영국 왕실을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드라마 '더크라운'의 제작 자문을 맡았던 왕실 전기작가 로버트 레이시는 로이터통신에 "(이번 행사는) 여왕과 언젠가 과거가 될 것들을 찬양하는 동시에 미래를 위한 새로운 길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왕실을 오랫동안 취재해 온 언론인 티나 브라운도 "그(여왕)가 현재 관심을 두는 유일한 건 찰스 왕세자를 위해 모든 걸 질서정연하게 정리하고, 더 쉽게 통치할 수 있도록 모든 일을 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왕이 올해 2월 즉위 70년 기념 성명에서 찰스 왕세자가 왕위에 오르면 그의 부인인 커밀라 파커 볼스도 불륜설 등의 과거에 구애되지 않고 '왕비'로 인정받길 바란다고 말한 것 역시 같은 선상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런 행보에는 왕위를 물려받을 후계자들의 앞에 놓인 장애물을 여력이 닿는 한 최대한 치워놓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여왕은 주빌리 마지막 날 당분간은 자신이 계속 왕으로서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진보 성향 가디언지는 여왕이 후계자에게 임무를 많이 나눠주겠지만 왕위 승계는 여왕 사후에나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왕실 계승 서열 1위이지만 올해 73세로 접어든 찰스 왕세자가 지금껏 왕위를 물려받지 못한 것은 대중으로부터 어머니만큼 지지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국 왕실은 1997년 찰스 왕세자의 부인이었던 다이애나비의 사망 이후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다이애나비와 불화를 겪은 찰스 왕세자는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의 결혼과 출산 등 긍정적 소식도 있었지만,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가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에 휘말리고 윌리엄 왕세손의 동생 해리 왕자 부부가 독립을 선언하는 등 풍파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찰스 왕세자에 대해서는 영연방 국가들을 중심으로 부정적인 여론이 여전히 대세인 실정이다.
고령의 여왕을 대신해 사실상의 '섭정'으로 국왕 직무 상당 부분을 수행하고 있기에 준비된 군주란 주장도 제기되지만, 그런 실무적 측면과 별개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대신해 영국과 영연방의 정신적 구심점이 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실시한 최근 설문조사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지지율은 75%에 달했지만 찰스 왕세자와 윌리엄 왕세손의 지지율은 각각 50%와 66% 수준이었다.

왕정을 지지하는 고령층과 달리 영국 젊은 세대는 왕실에 대해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영연방 국가에서 고개를 드는 독립 움직임도 영국 왕실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는 작년 11월 영국 왕실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공화국으로 새출발했다. 입헌군주국에서 공화국 체제로의 전환을 주장해 온 노동당이 새로 집권한 호주도 최근 '공화정 차관'이란 직위를 신설했다.
영국 공화주의자들은 플래티넘 주빌리 축제 첫날인 2일 '엘리자베스 여왕이 마지막이길'이라는 메시지를 곳곳에 붙여 왕정 종식을 촉구하기도 했다.
플래티넘 주빌리에 참석하기 위해 뉴질랜드에서 영국까지 온 패트리샤 버로우스(80)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그(여왕)가 더는 없는 때가 온 뒤에도 지금과 같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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