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방위비 2배로' 좌표찍은 일본…군사대국 내다본다

입력 2022-06-08 16:22  

'5년간 방위비 2배로' 좌표찍은 일본…군사대국 내다본다
러 우크라 침공 등 계기로 기조 명시…아베 "두번 없는 기회"
공적채무 GDP 2.6배 육박하는 일본…재원 마련·여론 변수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기시다 후미오 일본 내각이 사실상의 군사력 확대 구상을 공식화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대만 침공 위협 확대, 북한 핵·미사일 개발 등을 명분으로 삼았다.
기시다 내각은 7일 각의(내각회의)에서 결정한 '경제재정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 2022'(이하 기본방침)에서 방위예산을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안보 불안감이 고조한 가운데 자민당 강경파의 주장을 대폭 수용했지만, 재원 마련 등 실행 방안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 러 우크라 침공·안보 불안 계기로 방위비 대폭 증강 기조
기본방침은 미·중 전략경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벌어지는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 등으로 안보 환경이 한층 엄중해지고 있다면서 "외교·안전보장 쌍방의 대폭 강화가 요구된다"고 방위비 증액 필요성을 설명했다.
방위예산 목표액과 달성 시점을 명시적으로 제시하지 않았으나 일본 유권자들이 5년 이내에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라고 여길만한 내용이 기술됐다.

기본방침은 "새로운 국가안전보장전략 등의 검토를 가속하고 국가안전보장을 최종적으로 담보할 방위력을 5년 이내에 근본적으로 강화한다"고 기술했다.
기본방침은 이와 관련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제국(諸國)에서는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으로 하는 기준을 만족시킨다는 서약을 향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하는 것과 방위력 강화에 관해서 다시 합의가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기시다 총리는 7일 기본방침 각의 결정에 앞서 이뤄진 경제재정자문회의와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회의 합동회의에서 지난달 23일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자신이 방위비의 상당한 증액 의지를 표명한 것을 거론하고서 "우리나라를 지켜낼 방위력을 구축하기 위해 여러 가지 대응을 거듭하고 필요한 것을 뒷받침할 예산을 제대로 확보하겠다"고 언급했다.
올해 4월 하순 자민당이 기시다 총리에게 "나토 여러 나라의 GDP 대비 국방예산 비율 목표(2% 이상)도 염두에 두고서 우리나라로서도 5년 이내에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 수준의 달성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한다"고 제언했는데 이를 거의 그대로 수용한 셈이다.

5년 뒤 방위비가 GDP의 2%가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아니지만 기시다 총리의 발언과 기본방침을 종합하면 이를 지향하겠다는 의지를 문서상으로 못 박은 것으로 볼 수 있다.
2022년도 일본의 방위비는 5조4천5억엔(약 51조원)으로 일본 정부가 종래부터 사용한 기준으로 따지면 GDP의 0.96% 수준이다. 하지만 나토 기준과 비슷해지도록 해상보안청 예산이나 유엔 평화유지활동(PKO)비 등을 반영해 재산정하면 GDP의 약 1.24%다.
기본방침의 주요 내용은 다음달 실시될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의 공약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 아베 "기회 두번 없을 것" 영향력 행사…군사대국화 가능성도
재임 중 무장 대응력 강화에 공을 들였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기본방침 결정 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예를 들어 나토 회원국의 GDP 대비 국방예산 2%와 관련된 부분은 기본방침 원안에는 각주에 기재돼 있었는데 아베의 요구로 최종본에서 본문으로 격상됐다고 복수의 일본 언론이 전했다.

현지 민영방송 TBS의 보도에 의하면 아베 전 총리는 "여론이 이렇게까지 방위비에 관심을 가지는 기회는 두번 다시 없을 것"이라며 자신의 의견을 반영한 기본방침 수정안에 관해 "GDP 대비 2% 목표를 5년 이내에 달성한다고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면 앞으로는 분모인 GDP를 늘리면 된다"고 주변에 말했다.
자민당이 제안한 반격 능력 보유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스탠드오프 방위력 강화도 기본방침에 주요 과제로 기재됐다.
스탠드오프 방위력은 상대의 위협권 바깥에서 타격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앞서 자민당은 "무력 공격에 대한 반격 능력(counterstrike capabilities)" 보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으며 "반격 능력의 대상 범위는 상대의 미사일 기지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국의 지휘통제기능 등도 포함하는 것으로 한다"고 규정한 바 있다.

일본 헌법 9조는 전쟁 포기, 전력(戰力) 비보유, 교전권 불인정 등을 규정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는 일련의 구상을 '군사력'이 아닌 '방위력'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자위대는 군대와 유사한 조직이기는 하지만 일본에서는 방어 조직으로 규정돼 있고 관련법에 따라 활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다.
자민당이 적 기지 공격 능력의 명칭을 반격 능력으로 바꾼 것은 선제공격에 사용될 일이 없고 방어용이라는 주장을 강조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아베 정권 시절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헌법 해석을 바꾸고 이를 근거로 안보 관련법을 개정하면서 일본의 방위력 행사 범위는 과거보다 꽤 넓어졌다.

자민당은 자위대를 명기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헌법 9조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당장 군대 보유를 목표로 하지는 않았으나 일단 개헌이 실현되면 이후에는 더 큰 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방위력 강화'를 내건 일련의 움직임이 결과적으로는 일본의 군비 확대, 군사 대국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공적채무 GDP 2.6배 육박…재원 마련 관건
안보 불안에 대한 여론이 고조한 가운데 기시다 정권이 방위력 대폭 증강 깃발을 들었지만, 재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실행이 간단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일본의 공적 채무는 GDP의 2.6배에 육박해 주요국 가운데 최악의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말 확정한 2조7천9억엔(약 25조5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도 전액 적자 국채 발행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년 만에 방위비를 GDP 대비 2% 수준으로 하려면 거의 두배로 늘려야 하며 매년 1조엔(약 9조4천억원) 넘게 늘려야 한다면서 방위비를 어느 정도 올리고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향후 초점이라고 평가했다.
지지통신은 기시다 총리의 경우 세출 확대에 일정 수준의 제동을 걸고 싶어하지만 기동적으로 재정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빚도 불사한다는 것이 아베 전 총리의 입장이라고 양측의 시각 차이를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기시다 총리는 7일 합동회의에서 연말에 국가안전보장전략 등을 각의 결정하고 이를 토대로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면서 방위비와 관련한 "내용, 금액, 재원 3종 세트를 논의하겠다"고 언급했다.
향후 여론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요미우리신문이 이달 3∼5일 일본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방위비가 GDP의 2% 이상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응답자의 19%에 그쳤다.
응답자의 34%는 GDP의 1∼2% 범위를 택했고, 35%는 현재 수준이 좋다고 답했다.
이른바 '호네부토 방침'이라고 불리는 기본방침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 시절인 2001년 처음 작성됐다.
자민당 정권은 기본방침을 중요 국정 과제나 다음해 예산 편성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지침으로 활용했으며 민주당 집권기(2009∼2012년)에는 기본방침 발표가 중단되기도 했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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