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르포] 쿠데타 경제난의 그늘…차량·아파트 등서 강도짓 횡행

입력 2022-06-10 07:00  

[미얀마르포] 쿠데타 경제난의 그늘…차량·아파트 등서 강도짓 횡행
경찰은 '반군부 무장투쟁 대응' 군부 지시에 전선으로…치안 공백 우려 커져
"쿠데타 이후 기업들 문닫고 물가는 2배, 유가는 3배…생계형범죄 이제 시작"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쿠데타 16개월째 접어든 미얀마의 최대 도시 양곤 곳곳에서 치안 공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현지 SNS에는 양곤 시내에서 차를 몰고 가다 신호 대기하던 중에 무장 괴한들에게 돈을 빼앗겼다는 한 시민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A씨(42)를 수소문 끝에 만났다.
그는 기자에게 보복이 두려우니 돈을 강탈당한 정확한 장소와 이름, 직업은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A씨는 "퇴근길에 양곤 시내 도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정차 중이었는데, 갑자기 차 문 3개가 한꺼번에 열리면서 남자 3명이 몸을 들이밀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다짜고짜 흉기를 내게 들이대고 지갑을 내놓으라고 협박했고, 안에 들어있던 15만 짯(약 10만원)을 빼내더니 지갑을 던져놓고 급히 도망쳤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머리가 쭈뼛 선다. 차 창문을 절대 열지 않고, 정차 때마다 차 문이 잠겼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했다.
현지 한 언론 매체의 SNS에는 지난 6일 양곤 시내버스 안에서 일어난 강도 사건도 실렸다.
정오께 쉐삐따구의 한 사거리에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 안에서 괴한 4명이 한 남성 승객의 가슴을 흉기로 찌르고 지갑과 휴대폰을 강탈해 도주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버스에는 승객 20여 명이 타고 있던 걸로 알려졌다.
같은 날 오후 2시께에는 양곤 이스트 다곤구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어린 배달원을 5명이 소형 트럭으로 들이받아 쓰러뜨린 뒤 돈을 탈취했다는 소식이 해당 회사의 SNS에 올라왔다.
3일에는 양곤 인세인 지역 사거리에서 택시 승객 2명이 강도로 돌변, 운전사의 지갑과 휴대폰을 빼앗았다는 글도 온라인에서 퍼졌다.
이들은 반항하는 운전사의 팔을 흉기로 찌르는 대담함도 보였다고 한다.



하루 전에는 찌민다잉구의 한 아파트에 대낮인데도 강도가 들어 할머니와 가사도우미를 위협해 금과 현금을 강탈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강도 행각이 모두 사실인지 기자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기자 주변인을 포함해 양곤 시민들 사이에서 치안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음은 감지할 수 있었다.
A씨와 함께 나온 B씨는 기자에게 "요즘 양곤에서 경찰은 어디에서 뭘 하는지 모르겠다. 흔했던 교통경찰도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쿠데타군이 군용 트럭을 타고 시내를 순찰하긴 하지만, 그들은 시민이 아니라 본인들 안전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양곤 시내의 잇따른 강도 범죄는 쿠데타로 인한 경제난과 무관치 않다.
공무원 생활 뒤 은퇴한 양곤 마을의 한 원로는 기자에게 "작년 쿠데타 이후 외국기업들은 철수하고, 국내기업들도 문을 닫은 곳이 많아져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늘어나며 살기가 어려워졌다"면서 "설상가상으로 물가는 2배, 기름값은 3배나 오르니 서민들은 살아갈 방법이 막막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생계형 범죄는 국가가 책임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쿠데타 군사정권의 경제정책 실패를 비판했다.
그는 "경찰이 시민방위군(PDF)과 싸우는 데 투입되다 보니 민생범죄를 처리할 시간도, 의지도 없다"면서 "생계형 범죄는 이제 시작"이라고 우려했다.
문민정부의 압승으로 끝난 2020년 11월 총선거를 부정 선거라고 주장하며 이듬해 2월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부는 반체제 세력을 유혈 탄압했다.
15개월여 동안 1천900여 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맞서 반군부 세력도 PDF를 중심으로 무장 투쟁을 전개하며 타격을 가하고 있다.
결국 군부는 경찰마저 전선에 투입해 대응토록 했는데, 그 부작용이 생계형 범죄 빈발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202134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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