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우를 가다] 피란민 밀려들던 국경마을의 '일상 회복'

입력 2022-06-09 16:59   수정 2022-06-09 17:11

[키이우를 가다] 피란민 밀려들던 국경마을의 '일상 회복'
폴란드 메디카 국경검문소 앞에 중고차 실은 화물차 행렬
피란민 지원 위해 검문소 앞 가득 채웠던 NGO 텐트도 줄어

[※편집자 주 : 연합뉴스는 외교부의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를 받아 9일 취재진이 우크라이나에 입국했습니다. 앞으로 2주간 입국 과정부터 수도 키이우와 주변 지역을 현장 취재해 기사와 사진을 생생하게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메디카[폴란드]=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8일(현지시간) 오후 도착한 폴란드 남동부 국경 마을 메디카의 겉모습은 한가롭기까지 해 자못 당황스럽기도 했다.
불과 석 달 반 전까지만 해도 이 마을은 말 그대로 '전쟁터'였다.
전쟁이 터지자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은 목숨을 걸고 탈출구인 메디카 검문소로 일제히 향했다. 한 손으론 급하게 싼 짐을, 다른 한 손엔 아이의 손목을 붙잡은 채 2월 말 추위 속에 이 검문소를 통과해 낯선 폴란드 땅을 밟아야 했다.
그 사이 계절이 두 번 바뀌어 초여름이 된 메디카 검문소 부근은 '일상의 터전'이 된 듯했다.
걸어서 국경을 지나 폴란드로 넘어온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가벼운 옷차림이 대부분이었다. 마치 이웃 마을에 장을 보러 온 것 같은 표정으로 보이기도 했다.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로 넘어가는 사람들 손에는 식자재와 생활필수품 등이 가득 담겨있는 비닐봉지와 쇼핑백이 들려있었다.
무거워 보이는 소형차 타이어를 이고 걸어가는 중년 여성, 오래 꿈꿔왔던 노트북을 산 듯 만면에 미소를 띤 채 상자를 품에 꼭 안은 청소년들도 마주쳤다.
점점 길어지는 전쟁에 일부러라도 적응해야 했을까. 전쟁이 처음 줬던 충격과 공포, 불안을 계속 안고 살아갈 수도 없었을 테다.
포탄과 미사일을 피해 고향을 떠난 이들을 돕겠다며 메디카 국경검문소 인근을 가득 채웠던 비정부기구(NGO) 텐트촌은 빈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여전히 NGO가 피란민에게 비상식량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지만, 피란민과 자원봉사자가 한 데 섞여 북새통을 이뤘던 석 달 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텐트 안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한산한 편이었고 피란민 없이 자원봉사자들만 남아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영국에서 폴란드로 한 달 만에 다시 자원봉사를 하러 왔다는 한 한국인은 연합뉴스와 만나 "그사이 NGO 단체 절반 가까이가 빠져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도로로 국경을 오가는 흐름을 봐도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로 들어가는 차량이 그 반대 방향보다 훨씬 많았다.
이날 차의 내비게이션보다 먼저 우크라이나 국경에 가까워졌음을 알려준 것은 우크라이나에 들어가기 위해 늘어선 대형 화물차 행렬이었다.
도로 중간중간 비워놓은 공간이 있었지만, 화물차가 늘어선 거리를 어림잡아 계산해보면 족히 5㎞는 넘어 보였다.
국경을 넘기 위해 줄을 선 화물차 중에는 번호판을 뗀 중고 자동차를 실은 트럭을 유난히 많이 볼 수 있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에서 망가진 자동차가 속출하면서 중고차 수요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게 자원봉사자들의 설명이다.
메디카 검문소 근처에서 활동하는 유니세프 관계자는 "예전에는 우크라이나를 빠져나오는 사람이 많았다면 지금은 들어가는 사람이 훨씬 많다"고 전했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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