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포토] '빅맥' 없어도…러시아 '애국버거' 문전성시

입력 2022-06-13 15:55   수정 2022-06-13 16:14

[월드&포토] '빅맥' 없어도…러시아 '애국버거' 문전성시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3월14일 이후 석 달을 기다린 러시아 시민들.
백화점 오픈런을 연상케 하는 긴 줄이 늘어선 이곳은 과거 맥도날드에서 이제는 '브쿠스노 이 토치카'(Вкусно и точка·맛있고 마침표)라는 러시아 이름으로 바꿔 재개장한 햄버거 체인점입니다.

맥도날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나지 않은 3월 러시아 전역의 850개 매장을 폐쇄했습니다.
1990년 1월 러시아에 첫 매장을 연 뒤 32년 만입니다.
그리고 올해 5월 현지 사업가 알렉산드르 고보르에게 러시아 사업을 매각했습니다.

러시아 소비자들은 우여곡절 끝에 돌아온 '미국 정통의 맛'을 환영했지만 바뀐 이름이 어색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습니다.
식사를 마친 사업가 안드레이는 웃으면서 "맛있었다"면서도 "새로운 브랜드는 좀 낯설다"고 말했습니다.

손녀와 함께 매장을 찾은 모스크바 시민 갈리나도 "첫 맥도날드 매장이 문을 열 때 음식 품질에 만족했고 이곳이 살아남아서 기쁘다"며 "옛날 이름이 더 낫다. 새 이름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실내 인테리어는 일부 변경이 있었지만 이전과 큰 차이는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케첩과 소스류 포장의 맥도날드 로고는 검은색 마커로 덧칠해져 있었고, 직원 유니폼 역시 새 로고를 제외하면 옛 유니폼과 비슷했습니다.
브쿠스노 이 토치카의 CEO 올렉 파로예프는 "우리의 목표는 손님들이 품질이나 분위기에서 이전과 차이를 못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이름을 빼면 맥도날드에서 변한 게 거의 없었지만 정작 맥도날드의 대표 메뉴인 '빅맥'은 메뉴판에 없었습니다.
원재료 수급난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품 명칭과 제조 기술, 모양 등이 직접적으로 맥도날드와 연결돼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항공학과 학생인 드미트리는 "빅맥이야말로 클래식"이라며 "아쉽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인 빅맥을 앞으로도 그리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파로예프 CEO는 '빅맥'과 '맥플러리' 등 이번에 제외된 메뉴의 대체품을 조만간 선보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번 재개장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와 기업들의 국외 이전 등과 맞물려 주목받았습니다.

특히 브랜드 첫 매장을 모스크바 푸시킨 광장점으로 정한 것은 더욱 의미심장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자본주의의 상징'인 맥도날드가 옛 소련의 빗장을 연 매장에서, 이제 다시 러시아 자본이 햄버거 사업을 벌이게 된 것입니다.
러시아 정부로서도 서방의 제제에도 경제가 회복하고, 에너지 외 산업 역시 활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기에 좋은 이벤트가 됐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모스크바 시민들도 개장 수시간 전부터 수백명이 줄을 설 정도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이들 중에는 이번 전쟁을 지지하는 'Z'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쓴 시민도 있었습니다.

중부 러시아의 사마라에서 일부러 여행을 왔다는 미하일 구르보는 "모든 게 기대대로 좋고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며 "빅맥이 없어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을 끝날 무렵 한 반(反)푸틴 시위자는 "빅맥을 돌려달라"는 깃발을 펼쳐들고 항의했습니다.
대기열에 서 있던 세르게이 아그닌스키는 앞으로도 종종 치킨 너겟을 먹으러 이곳에 오겠다면서 "새로운 브랜드는 중요하지 않다. 음식은 음식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jo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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