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후 경제 달라졌는데…금융위기 시절 처방만 들이댄 美"

입력 2022-06-14 11:45  

"팬데믹 후 경제 달라졌는데…금융위기 시절 처방만 들이댄 美"
WSJ "장기침체 우려 제로금리·확장재정 고수로 인플레 초래"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07∼2009년 금융위기 시절의 경제살리기 전략에 집착하다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맞닥뜨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탓에 경제 상황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는데도 금융위기 당시의 제로 금리와 확장 재정에 매달려 약 40년 만의 물가상승률(5월 8.6%) 등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오판의 배경에는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장기 침체'의 경험이 깔려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코로나19가 금융위기 이후처럼 장기침체를 불러오지 않도록 더 적극적으로 돈 풀기에 나섰다가 처참한 물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것이다.
실제 금융위기 이후 때만 해도 연준이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 꾸준히 시장에 돈을 풀었는데도 경기가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금융위기 당시 10% 이상으로 치솟았던 실업률이 5%대로 내려오는 데에는 6년 이상이 소요됐다. 이 기간 가계, 기업, 정부의 소비 규모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서 좀처럼 성장하지 못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경제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팬데믹 초기 14.7%에 달했던 실업률은 1년도 안 돼 6.7%까지 떨어졌다.
금융위기 때는 예상하지 못했던 '공급 차질' 문제도 있었다. 팬데믹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가격 상승 압박이 확대됐다.
공급이 회복되는 속도는 느린데 각종 정부 지원금에 힘입어 소비자들의 상품·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급격히 치솟았다.
경기부양책이 없었어도 가격 상승 압박이 큰데 정부는 파격적인 확장 재정 정책을 끊임없이 내놨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물론이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경쟁적으로 경기부양책을 쏟아냈다.
공급은 부족하고, 수요가 급속도로 커지자 자연스레 상품·서비스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여기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전세계 확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주요 항구 봉쇄 등 누구도 예상 못하던 변수까지 등장하면서 인플레이션은 갈수록 악화했다.

팬데믹 이후 경제에 걸맞은 통화·재정 정책을 내놔야 할 연준·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관료들은 그러나, 금융위기 시절의 연준, 또는 당시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근무하면서 경험한 '장기 침체'에 대해 두려움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
일례로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연준 의장이던 2020년 8월, 팬데믹 상황에 당시 오바마 대통령에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에는 초기에 경기부양책 이후 긴축 재정이 따라오면서 성장 속도가 느려졌다"면서 꾸준한 경기부양책을 촉구하기도 했다고 WSJ는 전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2021년 2월 연설에서 "앞서 내놓은 확장 재정 정책이 경제 손실을 메우려면 수년이 걸릴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이후에도 연준은 한동안 '완전 고용' 수준에 이를 때까지 제로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꾸준히 보내기도 했다.
이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일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연준은 약 1년 전 2022년 미국의 연간 물가 상승률을 2.1%로 예상했다. 현재 연준은 이 예상치를 두 배인 4.2%로 올렸다.
정부·연준의 오류를 바로잡아야 할 정치권도 지지층 눈치만 보느라 앞다퉈 경기부양책만 쏟아내기 바빴다.
미 재무부 장관 출신인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당시 "총 가계소득이 통상의 경제 순환에 필요한 것보다 월 250억∼300억달러 정도 적은데, 현재 정부 경기부양책 규모는 월 2천억 달러에 육박한다. 이는 가계소득 부족분을 몇 번이나 메우고도 남는다"며 인플레이션을 미리 경고하기도 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난 20년 간의 데이터로 추정된 경제학 모델을 사용해왔다. 이 기간 물가상승률은 2%에 가까웠다"며 "(당국은) 그 모델을 팬데믹의 대 충격을 겪고 나서도 사용하려 했다. 그러면 안 됐다"고 말했다.
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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