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커서 못 썼던 인터류킨 항암제, 다시 햇빛 볼 수 있을까

입력 2022-06-16 17:28  

부작용 커서 못 썼던 인터류킨 항암제, 다시 햇빛 볼 수 있을까
면역계 자극 피하는 IL -12 '가면 버전' 개발
종양의 단백질 분해 효소 역이용→가면 제거 후 활성화
미국 시카고대 연구진, '네이처 생물의학 공학'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암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인터류킨 12(IL -12)에 처음 주목한 건 수십 년 전이다.
IL -12가 암 종양을 파괴하는 림프구, 즉 킬러 T세포를 활성화할 거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인터류킨(interleukin)은 림프구나 단핵구에서 생산ㆍ분비되는 면역 조절 물질이다.
하지만 1990년대에 실시된 IL -12 항암제에 대한 임상 시험은 초장에 중단됐다.
예상대로 IL -12는 면역 반응을 자극하고 암세포를 죽이는 데 탁월한 효능을 보였다.
하지만 전신에 심한 염증을 일으켜 그대로 암 환자에게 투여하긴 어려웠다.
오랜 세월 창고에 처박혀 있던 IL -12를 강력한 면역 항암제로 되살리는 분자 공학 기술이 개발됐다.
IL -12가 면역세포와 결합하는 부위를 가려 세포 독성을 유발하지 않은 채 항암 효능만 발휘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조작된 IL -12 '가면 버전'(masked version)은 이동하는 동안엔 면역계의 주의를 전혀 끌지 않았다.
그러다가 암 종양에 도달하면 종양 효소의 도움을 받아 가면을 벗고 암세포를 공격했다.
미국 시카고대의 프리츠커 분자 공대(PME)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네이처 생물의학 공학'(Nature
Biomedical Engineering)에 논문으로 실렸다.





16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현재 많이 쓰는 면역관문 억제제(PD-1 억제제)는 유방암, 난소암, 전립선암, 췌장암, 신경교아종 등의 '차가운 종양'(cold tumour)에 잘 듣지 않는다.
면역학에서 '차가운 종양'은, 면역 반응을 억제하고 T세포의 종양 공격을 막는 세포들로 둘러싸인 걸 말한다.
당연히 이런 종양은 면역 항암제에 반응하기 어렵다.
IL -12의 강점은, 활성 면역세포가 '차가운 종양'에 몰리게 하는 것이다.
문제는 '부수적 손상'을 유발하는 세포 독성을 어떻게 피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PME 연구팀은 암 종양과 그 주변에 많이 발현하는 프로테아제(proteaseㆍ단백질 분해 효소)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분자 가위' 역할을 하는 종양 프로테아제는 원래 주변의 건강한 조직을 분해하는 데 주로 쓰인다.
과학자들은 먼저 IL -12 '가면 버전'을 디자인했다.
IL -12의 면역세포 결합 영역을 '분자 캡'으로 덮어 서로 접촉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이렇게 하면 IL -12 항암제가 종양까지 이동하는 동안 면역계 자극, 즉 면역 반응을 피할 수 있었다.
정체를 숨겼던 IL -12는 종양에 도달하자마자 가면을 벗었다. 이때 가면을 녹여내는 게 바로 종양 프로테아제다.
가면이 벗겨진 IL -12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강력한 항암 효능을 보였다.





대장암이 생긴 생쥐 모델에 IL -12 '가면 버전'을 투여하면 암세포가 완전히 제거됐다.
유방암 모델에 주입했을 땐 현재 암 환자에게 많이 쓰는 '면역관문' 억제 항체보다 훨씬 더 강력한 항암 효과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인간의 흑색종과 유방암 조직 샘플을 검사해, 종양 프로테아제가 충분히 존재한다는 걸 확인했다.
실제로 IL -12 '가면 버전'을 종양 조직에 노출하자 가면이 녹아내리면서 예상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면역 반응을 일으켰다.
논문의 제1 저자인 아슬란 만수로프 박사후연구원은 "오래전부터 IL -12가 매우 효과적인 항암제가 될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라면서 "그런 희망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게 이번 연구에서 입증됐다"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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