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원유, '뒷문' 인도 통해 유럽으로 유입"

입력 2022-06-27 17:44  

"러시아 원유, '뒷문' 인도 통해 유럽으로 유입"
인도, 러 석유 하루 수입량 1년새 13만→80만배럴
전문가 "인도 정유사, 러 원유 대량 사들여 정제해 수출"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 원유가 '큰손' 인도를 통해 유럽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달 초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 선적의 단 8만4천t 용량의 유조선 한 척이 러시아의 우스트-루가 항구에서 출발해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바디나르 항구에 도착했다.
이 항구의 정유시설을 운영하는 '나야라 에너지'는 현재 러시아 국영 석유업체 로스네프트가 지분 49.13%를 보유한 회사다.
원래 주인은 인도 에사르그룹이었다가 로스네프트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2016년 인수하면서 이름이 바뀌었다.
구자라트주에 있는 세계 최대규모인 잠나가르 정유시설은 4월 원유 매입분의 5% 정도를 러시아에서 들여오다가 지난달 27%로 급증했다.
비영리 싱크탱크 '에너지·청정대기 연구센터'(CREA)는 이곳에서 출발한 수출 화물의 20%가량이 수에즈운하로 향했으며, 이는 러시아산 원유가 인도에서 정제돼 유럽이나 미국으로 갔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인도는 러시아에서 평균 하루 약 80만배럴의 석유를 수입했는데 이는 올 4월의 약 39만 배럴, 작년 5월의 13만7천 배럴보다 크게 증가한 양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 수입량이 더 증가해 조만간 하루 100만배럴에 달하면서 인도 전체 매입량의 20%를 차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가디언은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 원유 선적이 정확히 인도에서 유럽으로 가는 것인지 추적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라고 보도했다. 보통 항구에서 여러 국가에서 온 화물이 무더기로 섞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디언에 화물회사가 러시아산 원유의 원산지를 감추기 위해 여러 방법을 쓴다고 말했다.
달러화 대신 중국 위안화로 거래하거나 러시아 국기를 단 선박의 화물을 다른 선박으로 옮겨 싣는 일명 '환적' 수법을 쓴다는 것이다.
실제 위안화와 러시아 통화 루블화 거래량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천67% 급증했고 원유 환적 물량도 늘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러시아의 원유 수출은 인도와 중국의 대량 구매에 힘입어 서방 제재의 효과가 반감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달 원유 수출로 200억달러(약 25조6천억원)를 벌어들이면서 우크라이나 침공 전과 유사한 수준으로 회복했다.
쇼어 캐피털 애널리스트인 크레이그 호위는 "확실히 인도 정유사는 할인된 가격의 러시아 원유를 상당한 물량으로 들여와서 정제 제품의 상당 부분을 다시 수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오른 만큼 아마 인도 다운스트림(원유의 정제·판매) 기업이 풍부한 정제 이윤을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업적 논리에 바탕을 둔 인도 정유사 행동이 이해 간다면서도 러시아 자금줄을 끊으려는 서방의 목표와는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kit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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