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할당량 당겨 발행…"심각한 경제상황 우려 나타내"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 재무부가 올해 하반기 지방정부에 1조5천억 위안(약 291조4천억원)의 특수목적채권 발행을 허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7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번 채권 발행은 내년도 할당량을 미리 끌어 쓰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지방정부의 부채 증가를 우려해 각종 채권 발행을 통제하는 정책을 펴왔던 중국 중앙정부가 이번에는 그 반대의 정책을 선택해 주목된다.
블룸버그는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의 이번 선택은 경기 부양을 위한 인프라 투자 자금 확보를 최우선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중국 내에서 심각한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걸 나타낸다고 짚었다.
중국 지방정부가 새 회계연도 시작인 1월 1일 이전에는 각종 채권 발행을 하지 않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조치는 중앙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지방정부의 채권 발행 일정은 행정부 격인 국무원의 검토를 거치며,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회의 승인도 필요하다.
따라서 지방정부가 특수목적채권의 2023년 할당량을 미리 쓰려면 3월 개최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 대신 수시로 열리는 전국인민대표회의 상임위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특수목적채권 발행으로 조성된 자금은 코로나19 도시 봉쇄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큰 타격을 받은 기반시설 건설에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올해 특수목적채권 발행 할당량인 3조6천500억 위안의 93%(3조4천100억 위안)가 상반기에 발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는 별도로 수 주 전 시진핑 국가주석은 5.5%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 달성을 위한 인프라 투자 지원 용도로 1조1천억 위안(약 213조7천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인프라 건설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중국 지방정부의 특수목적채권 발행 소식이 알려지고 나서 유럽 증시에서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으며,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가격이 t당 7천789달러(약 1천15만원)로 장중 3.6%까지 올랐다.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제네랄(SG)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야오웨이는 "중국 중앙정부가 자체 대차대조표를 확대하지 않고서 그 대신 지방정부가 내년도 채권발행 할당량을 끌어 쓰도록 한 조치는 내년에 '재정 절벽'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중국의 재무부와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이와 관련한 논평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자체 조사 결과 중국의 올해 성장률은 4.1%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나, 중국 당국은 5.5%의 성장률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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