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제보] "5억 투자하면 한달에 2천만원"…명품 시계 수백억 '먹튀'

입력 2022-07-09 08:00   수정 2022-07-09 13:41

[OK!제보] "5억 투자하면 한달에 2천만원"…명품 시계 수백억 '먹튀'
2017년부터 오르던 고가 시계 3월부터 폭락
시계 업자, 투자자들 자금으로 돌려막기 해
피해자들 전국 경찰에 고소장 접수 잇따라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 리차드 밀, 롤렉스, 오데마르 피게, 파텍 필립 등 고가 시계에 투자해 거액을 벌게 해주겠다고 속여 수백억원을 들고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 당국의 신속한 수사가 요구되고 있다.
피해자들은 서울과 부산, 광주 등 전국에 걸쳐 50명에 달하고 피해 금액은 300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으나 더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9일 피해자들에 따르면 돈을 들고 튄 인물은 2017년부터 서울에서 고객들의 고가 시계를 위탁 판매하거나 투자금을 모아 고가 시계를 직접 매입한 후 되팔아 높은 수익률을 올린 A 시계 전문 거래 업체 대표다.
A사 대표는 최근까지 전국에 14개 점포를 개설하는 등 사업망을 확대해 왔으나 지난 3~4월부터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주가 하락 등에 의해 고가 시계 가격이 갑자기 20% 이상 폭락해 손실이 커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A사 대표는 얼마 전까지도 시계 가격이 다시 오를 전망이니 싼 가격에 나온 물건을 매입해 주겠다거나, 가격이 내려간 시계를 비싼 값에 팔아주겠다고 투자자들을 유인한 후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3억원을 투자하면 1주일에 500만원을 준다며 투자자를 모집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자신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 고객으로부터 판매를 위탁받은 고가 시계들을 전당포에 맡겨 거액을 챙기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그동안 투자금을 돌려주겠다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는 A사 대표의 말을 믿고 기다려왔으나 최근 그 일당이 빼돌린 투자금을 갚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피해자들은 시계 거래소 게시판을 통해 피해자를 모집하고 있으며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 피해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일부는 변호사를 선임해 서울경찰청에 고소했으며, 부산경찰청은 이번 시계 투자 사기가 심각한 사안이라고 보고 인지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는 서울 강남경찰서 등 일선 경찰서들에 사건을 접수했다고 한다.

피해자들의 1인당 피해액은 수억~10억원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26억원을 날린 사람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은 직접 피해자가 30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으나, 이들 피해자를 통해 투자한 2차 피해자들까지 합치면 40~50명에 이를 것이라는 게 시계 업계의 추정이다.
피해자 B씨는 "A 업체 쪽과 관계된 사람이 시계 13점을 맡기고 26억원을 받아갔다. 그러고는 나중에 와서 26억원을 갚겠다며 맡겨둔 시계 13점을 다시 가지고 달아났다. 돈은 시계를 가져간 당일 주겠다고 했으나 보름 가까이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차드 밀의 일부 시계는 백화점에서 2억5천만원이지만 직거래를 하면 10억원 이상을 줘도 구하기 힘들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워낙 부족해 시계 직거래 과정에서 프리미엄이 엄청나게 붙는다"고 말했다.
다른 피해자 C씨는 "시세보다 싸게 매입해주겠다는 말에 지인들과 함께 돈을 모아 맡겼다가 모두 날렸다. 시계도 프리미엄을 높게 받아주겠다고 해서 위탁했는데 역시 거짓이었다"고 말했다.
시계 거래소의 게시판에도 이들과 유사한 피해 사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A사 대표는 피해자들에게 보낸 글에서 "5억을 넣고 3년간 매달 2천만원 이상 받아 간 사람이 있다. 그러나 3월부터 시계 시장이 긴 상승장을 끝내고 하락장으로 접어들었다. 고리의 자금을 빌려 융통하며 이자 갚기도 힘들었고 고객 투자금으로 돌려막기를 했다. 비싸게 사들인 시계들은 폭락해 전 재산은 녹아 없어졌다"면서 "어떤 피해를 보았는지 확인되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연합뉴스에 "지금 돈이 없어 가진 자산을 처분하고 있다. 절대 도망가지 않으며 피해자분들을 한분 한분 만나 사과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피해자들의 90%는 지난 5년간 함께 수익을 실현하며 호형호제하던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업계에서 추정하는 것과 달리 피해자는 6명 정도이고 피해 금액도 50억원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시계 업계 관계자는 "고가 시계는 선물과 뇌물, 자기 과시용으로 거래되고 있는데, 주거래층인 연예인, 유명 인플루언서, 갑부들이 신분 노출을 꺼려 피해자 파악이 쉽지 않다. 직거래로 큰 차익이 발생하지만 세금을 내지 않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A사 대표가 아직 고객의 시계와 투자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해외로 도망가기 전에 잡아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dae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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