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총기 난사 용의자, 부모 무관심 속에 고립 생활"

입력 2022-07-12 07:04   수정 2022-07-12 08:43

"시카고 총기 난사 용의자, 부모 무관심 속에 고립 생활"
고교 중퇴 후 자살 소동, 가족에 살해 협박한 '문제아'
"부모 부부싸움 잦아 수시로 경찰 출동…경찰, 별거 권고"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독립기념일에 시카고 교외도시 하이랜드파크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의 용의자 로버트 크리모 3세(21)는 다툼이 잦은 부모 슬하에서 무관심 속에 고립된 삶을 살았다는 증언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시카고 선타임스는 경찰이 확보한 이웃 주민들의 증언을 인용해 크리모가 교육열이 유별난 동네에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일탈 행동을 하면서 괴이한 음악에 몰두하는 등 평범하지 않은 존재였다고 보도했다.
크리모는 재학생 2천 명 규모인 하이랜드파크 고등학교를 2학년(한국 고1)까지 마치고 중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모의 1년 선배라는 이튼 앱슬러(22)는 "복도에서 그를 보면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듯했다"고 털어놓았다.
앱슬러는 크리모가 학교를 그만둔 이후 사람들 관심 밖으로 사라졌다며 "지인들과 단절돼 있었기 때문에 그의 소셜미디어 게시물들에 나타난 위험신호들이 감지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타임스는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가 문제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며 일리노이주가 총기 소지를 허용하는 만 21세가 되기도 전에 총기 면허를 취득하고 군용 소총을 구입했으며 총격과 유혈이 묘사된 애니메이션 동영상을 잇따라 온라인에 올린 사실 등을 상기했다.
이어 "크리모는 외모도 평범하지 않았다"며 신장 180cm·체중 54kg의 깡마른 체형에 얼굴과 목에는 온통 문신이 새겨져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경찰 기록 및 이웃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크리모는 문제 많은 가정에서 자란 문제 있는 청년이었다"고 지적했다.
크리모의 집에는 부모의 부부싸움으로 인해 경찰이 수시로 출동했다.
경찰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크리모의 집에 20차례 이상 출동했다"며 크리모 부모에게 상담 또는 별거를 권고한 바 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크리모의 부모는 현재 같이 살고 있지 않다.
크리모는 2남1녀 중 둘째로 만 2세가 되기 전인 2002년 8월, 자동차 안에 30분 이상 혼자 방치됐다가 경찰이 출동하고 어머니 데니스 페시나(46)가 아동 학대 혐의로 체포돼 유죄를 인정한 사건도 있었다.
아버지 로버트 크리모 주니어는 1990년부터 하이랜드파크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며 2019년 하이랜드파크 시장 선거 민주당 경선에 출마한 경력이 있고 어머니는 보건의료계에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모가 졸업한 하이랜드파크 링컨초등학교의 방과 후 스포츠 프로그램 운영자였던 제러미 칸맨은 "크리모는 훈련이 끝나고 모든 아이들이 부모 손에 이끌려 학교를 떠난 후에도 늘상 남아있던 아이였다. 크리모의 부모는 늘 뒤늦게서야 아이를 데리러 왔다"고 회고했다.
아들이 한때 크리모와 친구였다는 미셸 리볼러는 크리모에 대해 "우리집에 놀러와서도 혼자 말없이 소파에 앉아있곤 했다"며 크리모가 17세였던 당시부터 이미 마리화나를 손을 대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크리모는 18세 때인 2019년 4월 자살 시도를 하고, 같은 해 9월에는 "모두 죽이겠다"며 가족들을 협박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하이랜드파크 경찰은 총기 소지 허가증 발급 당국인 일리노이 주경찰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다'고 보고했으나 크리모는 석 달 후인 2019년 12월 총기 면허를 신청해 한 달 만에 발급받았다.
이어 2020년 2월 시카고 지역 총기상에서 이번 사건에 사용한 '스미스 앤드 웨슨'사의 M&P 15 반자동 소총을 구매하는 등 모두 5자루의 총을 합법적으로 손에 넣었다.
수많은 참사 징후들이 있었지만 부모와 사회는 이에 대해 무관심하고, 유명무실한 법은 이를 막지 못한 셈이다.
chicagor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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