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초강세에 신흥국 위기감 고조…일부 국가 부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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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7-16 05:30  

달러 초강세에 신흥국 위기감 고조…일부 국가 부도 우려

달러 초강세에 신흥국 위기감 고조…일부 국가 부도 우려

미 통화 긴축 가속에 자본 유출↑…한국엔 "영향 제한적"

자국 통화 방어에 보유외환 급감…한미 통화스와프 기대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신흥국에 드리운 경제 먹구름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선진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물가 고공행진 속에 경기가 가라앉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가운데 일부 신흥국은 국가 부도까지 걱정해야 할 정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세계 경제의 주름살이 깊어진 데 이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미국의 통화 긴축 가속으로 미 달러화 가치까지 뛰면서 신흥국의 경제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부 신흥국과 같은 위기는 아니더라도 물가 추가 상승 압박과 무역수지 적자 확대가 우려된다. 금융·외환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 물가 뛰는데 달러 강세까지…더 커지는 물가 상승 압박

최근 들어 미 달러화 초강세는 신흥국 경제와 금융시장의 주요 불안 요인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달러화 강세 여파로 지난 6월 말 기준 대다수 신흥국 통화가치가 연초보다 5% 이상 떨어졌다. 라오스(-25.5%), 터키(-21.4%), 아르헨티나(-17.7%), 이집트(-16.4%) 등 일부 국가는 15% 넘게 하락했다.

달러화 강세는 무역, 물가, 외채, 자본시장 등 여러 부문에서 신흥국에 악재다.

수입 비용을 늘려 생산자·소비자 물가 상승을 압박하는 한편 수입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뛰면서 체코, 폴란드, 브라질 등 대다수 신흥국의 물가 상승률이 중앙은행 물가 안정 목표치를 웃도는 가운데 이 같은 달러화 강세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원/달러 환율의 경우 13년 2개월 만에 처음으로 15일 장중 1천200원을 돌파하며 1,326.1원에 마감했다.

우리나라를 볼 때 6월 수입물가(원화 기준)가 국제 유가 상승 영향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33.6% 치솟았는데 달러화 강세가 지속하면 물가 상승 압박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 신흥국 자본 유출 확대 우려…"한국은 제한적" 전망

신흥국은 선진국의 통화 긴축 여파로 차입 비용이 늘어나는 등 자금 조달 환경이 나빠지고 외채 상환 부담은 커지는 이중고에 직면했다고 국제금융센터는 지적했다.

국제금융협회(IIF)가 20개 신흥국을 조사한 결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달러 표시 부채 비율은 올해 1분기 평균 24.6%로 2019년 말보다 1.1% 포인트 상승했다. 또 신흥국 채권·주식시장에서는 6월에 40억 달러가 순유출되는 등 넉 달 연속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13일 IMF 블로그를 통해 "달러화 강세와 함께 이미 신흥시장에서 투자금이 유출되고 있다"며 추가 유출을 우려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의 정책금리 역전이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0.5%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을 밟아 2.25%가 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말 기준금리를 2.5%로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 한국 기준금리보다 높아진다.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시장모니터링본부장은 관련 보고서에서 "일각에선 대규모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을 우려하지만, 실제 한미 정책금리가 역전돼도 큰 폭의 자금 유출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본부장은 2018년 3월~2020년 2월 미 정책금리가 한국보다 높았을 때 외국인이 원화 채권을 회수하기보다 오히려 25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한 점을 예로 들었다.

한국이 양호한 투자처인 만큼 '한미 정책금리 역전=자금 유출'이라는 공식이 일방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 신흥국 도미노 부도·역환율 전쟁 우려…한미 통화스와프 재개하나

일부 신흥국은 도미노 국가부도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러시아, 스리랑카에 이어 채무 불이행(디폴트)에 가장 취약한 5개국으로 엘살바도르, 가나, 이집트, 튀니지, 파기스탄을 꼽았다.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신흥시장 국가의 30%, 저소득국의 60%가 채무 곤경에 빠졌거나 빠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나라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대외부채 급증과 물가 폭등, 외환보유액 감소 등으로 경제위기에 처한 파키스탄은 지난 5월 말 외화 절약을 위해 자동차 등 비필수 사치품의 수입을 금지한 데 이어 IMF에서 11억7천만 달러를 추가로 지원받기로 실무협상에서 합의했다.

앞서 네팔은 외화 부족이 심각해지자 자동차와 술, 담배, 다이아몬드 등 비필수품의 수입을 금지했다.

방글라데시는 외환보유액 부족에 따라 IMF와 40억~45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협상에 나섰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달러를 파는 방식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면서 상당수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이 많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금융센터는 '역환율 전쟁' 발발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역환율 전쟁은 경기 부양보다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춰 자국 통화 약세를 제한하려는 경쟁이다. 수출 경쟁력 제고를 통한 경기 부양을 위해 자국 통화가치를 경쟁적으로 낮추는 환율 전쟁과 대비된다.

역환율 전쟁은 외환보유액 감소로 대외 지급 여력을 약화하고 환율 불안을 키울 수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천382억8천만 달러로 한 달 사이에 94억3천만 달러 줄었다. 국제 금융위기 이후 13년 7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환율 방어를 위해 시중에 달러를 풀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현재 외환보유액이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지난해 말 종료된 한미 통화 스와프의 재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다음 주 방한할 때 한미 통화스와프가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kms123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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