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으로 위기 버틴 취약층…은행권도 이자경감 동참

입력 2022-07-17 06:16  

빚으로 위기 버틴 취약층…은행권도 이자경감 동참
"금융사에도 부채문제 1차책임 있어"…금융당국 수장, 책임 분담 당부
신한은행, 주택대출 최고금리 5%로…금리인하 프로그램 잇따라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이지헌 오주현 기자 =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를 포함한 민간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금리까지 치솟으면서 금융취약층을 중심으로 빚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늘고 있다.
정부가 금융취약층의 부채 부담 완화를 위해 '125조원+α' 규모의 채무부담 경감 프로그램을 내놨지만, 이것만으로는 취약층의 어려움을 해소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보니 금융회사들이 차주들의 부담 경감에 자율적으로 나설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은행권도 금리 상승 및 경기 하강 여파로 대출자들의 연체 증가가 본격화하기에 앞서 이자 부담 경감 및 선별적인 채무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 빚으로 코로나 버틴 소상공인…'영끌'로 집 산 20∼30대
1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를 포함한 민간부채는 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크게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196.3%에서 올해 1분기 말 219.4%로 급증한 상태다.
집값 급등으로 20∼30대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로 대출을 받아 집을 샀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빚으로 코로나19 충격을 버틸 수밖에 없었던 영향이 있다.
빚이 많이 늘어난 상황에서 통화 긴축으로 금리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변동금리 주택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지난해 6월 0.92%(신규 취급액 기준)에서 올해 6월 2.38%로 1년 새 1.46%포인트 급등했다.
한국은행이 이달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추가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변동금리로 돈을 빌린 대출자들의 상환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사업자대출의 연체율이 3월 말 현재 0.45%에 머물고 있지만, 이는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에 따른 착시효과일 뿐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9월 말 만기연장 조치가 종료되면 4분기부터 연체율 증가가 현실화할 것이란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저신용자 등 금융 취약층의 경우 빚 상환 부담 증가로 생계유지가 곤란해지거나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려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부채문제 1차 책임은 금융사에"…금융당국, 책임분담 당부
정부는 지난 14일 대통령 주재 제2차 비상경제민생대책회의에서 '125조원+α' 규모의 취약층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내놨지만, 정부 대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들이 자율적으로 취약층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나서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9월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 종료 등 상황의 긴박성을 고려해 정부가 긴급 지원대책을 마련했지만, 금융회사도 돈을 빌려주기 전 상환능력을 제대로 심사할 의무가 있는 만큼 책임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4일 브리핑에서 "부채 문제와 관련해 1차적인 책임은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과 돈을 빌린 사람에 있다"며 "금융회사가 책임지고 고객인 차주의 신용상태를 파악해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도와주고 도와줄 수 없는 것은 신용회복위원회나 회생절차로 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차적인 책임은 금융회사가 져야 하는데 지금은 하도록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라 정부가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차주들의 상황을 보면 정부 대책에 들어가지 않는 애매한 분야가 있을 수 있다"면서 "이것은 금융사가 답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시간을 주면 대출을 갚을 수 있는 고객인지를 금융회사가 직접 가린 뒤 이자 부담을 줄여주거나 천천히 돈을 갚을 수 있게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는 게 김 위원장의 당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20일 은행장들과 간담회에서 "은행 자체적으로 대출금리의 급격한 인상 과정에서 연체가 우려되는 차주 등에 대해서는 다른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주거나 금리조정 폭과 속도를 완화해 주는 방안을 강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신용불량자가 양산되기 전에 일시적인 연체자나 잠재 부실 차주를 가려 은행이 선제적으로 이자 감면이나 만기 연장 조처를 해달라는 취지다.



◇ 은행권도 잇따라 대출이자 감면…"더 큰 손실 예방" 시각도
취약층 금융부담 경감에 대한 금융회사의 책임론이 부각되면서 주요 시중은행도 대출이자 감면 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신한은행은 6월 말 기준 연 5%가 넘는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는 차주의 금리를 1년간 연 5%로 일괄 인하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취약 차주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5.6%인 경우 5%는 차주가 부담하고, 0.6%는 은행이 지원하는 방식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4월부터 시행한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에 대한 한시적 금리 인하(주택담보대출 최대 0.45%포인트·전세자금대출 최대 0.55%포인트)를 별도 안내 시까지 연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금융소비자 지원 강화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하나은행도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HANA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내놓고 지난 11일부터 고금리 개인사업자 대출과 서민금융지원 대출에 대해 각각 금리를 최대 1%포인트 감면해주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이달 1일부터 우대금리 확대 등을 통해 담보, 전세자금 등 주택관련대출 금리를 0.1∼0.2%포인트 낮췄고, 우리은행도 지난달 24일부터 은행채 5년물 기준 고정금리 대출에 적용하던 1.3%포인트의 우대금리(은행 자체 신용등급 7등급 이내)를 모든 등급(8∼10등급 추가)에 일괄적으로 주기로 했다.
한편 일각에선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이자 감면 조치가 금융시스템 불안 위험을 줄이고 은행 입장에서도 더 큰 손실을 줄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영수 키움증권[039490] 연구원은 은행권 이자 감면 조치에 대해 "금리 인상, 경기 침체 등에 따라 대출자가 연쇄적 장기 연체에 빠지기 전에 은행 스스로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향후 높아질 수 있는 금융안정 위험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선제적 조치가 없어 상당수 차주가 채무 불이행에 직면해 신용회복위원회나 법원의 채무 재조정에 들어가면 은행은 더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며 "회생절차 과정에서의 채무탕감 비용을 은행 충당금과 이익으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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