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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왕따 국가'(a pariah state)

입력 2022-07-18 14:06  

[논&설] '왕따 국가'(a pariah state)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논설실장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전 국무장관은 '노딜'로 끝난 북미 하노이 담판(2차 북미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2019년 2월 25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a pariah state'라고 직격했다. 의역하면 '왕따 국가'라는 뜻이다. 그는 진행자가 '북한으로부터 더는 핵 위협은 없다'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트윗을 언급하자 "우리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핵무기 포기 대신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역이나 성장도 할 수 없고 자국민을 돌볼 수도 없는 '왕따 국가'로 남는 것임을 매우 분명히 전했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a pariah state'로 낙인찍히기는 이게 처음이 아니다. 그보다 5년 전인 2014년 4월 방한한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은 "38선은 이제 열린 사회와 닫힌 사회, 자라나는 민주주의 체제와 국민을 굶기는 '왕따 국가'(a pariah state) 사이의 대조가 존재하는 곳"이라며 "이것은 전쟁 때문이 아니라 북한이 도발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무기들의 추구 같은 것들을 선택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서울 용산 미군기지 연설에서다.

북(drum)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의 타밀어 단어에 어원을 둔 'pariah'는 버림받거나 따돌림을 받는 사람이나 부랑자, 하층민을 뜻하는 부정적 어감의 어휘다. 추방자라는 의미의 'outcast'가 유사한 뜻의 단어다. 인도 남부의 이른바 '불가촉천민'(Untouchable)이나 미얀마의 최하층민이 보통 'Pariah'로 칭해진다. 심지어는 인도나 소아시아, 북아프리카에 반야생 상태로 분포하는 들개를 'Pariah Dog'이라고도 한다. 이런 의미의 연장선에서 'a pariah state'는 통상 서방의 기준에서 국제 규범에 어긋나는 일탈 행동을 하는 국가를 뜻하는 용어로 선택되곤 했다.



'a pariah state'가 최근 외신을 장식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와의 회담 모두에서 취재진의 관련 질문이 나오면서다. 현장을 공동 취재한 한 기자가 "바이든 대통령님,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직도 왕따입니까?(President Biden, is Saudi Arabia still a pariah?)"라고 소리쳤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리에 놓인 서류를 응시하던 무함마드 왕세자는 옅은 미소를 띠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일부 외신은 이를 비웃음(smirk)이라고 묘사했다. 기자의 이런 질문이 나온 것은 사우디 국적의 미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자말 카슈끄지가 2018년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에서 잔혹하게 살해된 사건과 연관이 있다. 당시 미 정보국은 왕세자인 MBS가 이 사건의 배후에 있다고 결론내렸다. 그러자 2019년 당시 대선 경선 민주당 토론회에서 바이든은 이 사건을 거론하며 "더는 사우디에 무기를 팔지도 않을 것이며, 그들을 국제적으로 왕따(pariah)로 만들겠다"면서 '인권'을 부각하며 사우디를 압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MBS와의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카슈끄지 문제는 회담 모두에 제기했으며 그때와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에 대해 분명히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MBS는 "개인적으로 나는 책임이 없으며 책임 있는 인사들에 대해 조처를 했다"며 자신의 직접 책임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에 미 언론은 시종 냉담한 반응으로 일관했다. 사우디의 인권탄압을 줄곧 비판했던 바이든 미 대통령이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명분을 만들어 사우디를 찾은 점과 그런데도 결국 원하던 원유 증산의 확약도 얻지 못하고 면전에서 굴욕만 당했다는 점 등을 뼈아프게 지적하면서다. 실제 MBS는 회담에서 "사우디는 이미 최대 생산 능력치인 하루 1천300만 배럴까지 증산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를 넘어서는 추가 생산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원유 증산 요구를 일축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미 민주당 정권의 트레이드마크인 인권정책 후퇴 논란을 감수하고 반체제 언론인의 암살 배후로 지목된 인사를 만나 '주먹 악수'까지 나눴지만 빈손 귀국한 셈이 됐다. 국제 정치의 냉엄한 현실을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이 맛본 흔치 않은 장면이다.
sh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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